일본 경제는 지난 2002년 2월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기나긴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장기 경기 회복 과정 중에 있다. 이번 경기 회복 지속 기간은 전후 최장 경기 확장기였던 이자나기 경기 지속 기간(1965년 10월~1970년 7월, 57개월)을 추월, 현재까지 6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그러나 회복 속도가 과거 경기 상승기에 비해 상당히 완만하고 기간 중 평균 성장률도 2%대에 그치고 있어 회복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과거 이자나기 경기와 버블 경기 호황은 해외 수요 또는 자산 가격 상승 등 수요 측면에 힘입은 바 컸으나 이번 헤이세이(平成) 경기 회복기의 경우 공급 측면에서의 효율성 제고로 경제 체질이 크게 개선된 점이 경기 회복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즉, 공급 측면에서의 강도 높은 공공부문 축소와 기업 조직 효율화 등에 초점을 두고 진행돼 온 고이즈미식 개혁이 성과를 거두면서 경기 회복에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일본의 단칸(短觀)지수에 따르면 대기업 및 제조업 경기는 이미 지난 2003년 하반기께 플러스권으로 진입,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 경기는 2004년 1분기 이후에야 플러스권으로 진입했고 중소 비제조업은 금년 들어서도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머무르고 있는 등 차별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그동안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 등으로 과잉 설비가 해소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돼 왔으며 기존 설비 노후화, 기대 수익률 상승 등으로 기업 투자 심리가 크게 호전되고 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1998년 이후 증가세를 보여 왔던 해외 진출 기업이 지난 2002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는 점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올해 중소기업 시책의 주요 골자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새 사업 전개를 지원하는 ‘지역의 응원’, 중소기업의 발전 및 사업 재생을 지원하는 ‘기업의 응원’, 창업 및 재창업을 촉진하는 ‘사람의 응원’ 등 3대 방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지역의 응원’은 과거와 같이 정부 공공사업에만 의존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보다 지역별로 자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군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지역 중소기업가들에 의해 그 지역의 강점이 되는 산지 기술, 지역 농림수산품, 관광 자원 등 지역 자원을 발굴해 새로운 상품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대책을 정부가 종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응원’은 중소기업의 발전, 사업재생을 지원하기 위해 모노즈쿠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람의 응원’은 창업 및 재창업 촉진이 주된 내용이다.일본 경제는 현재 수출과 설비 투자 회복세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올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 경기 감속 조짐이 나타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추세가 다시 주춤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이번 글로벌 경기 둔화기에 그동안 일본 경제의 체질개선에 의한 저력이 어느 정도 발휘될 수 있을지 여부도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현재 일본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기업 규모 간 격차, 업종 간 격차, 지역 간 격차, 수출 및 내수 업종 간 격차,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문제들은 한국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현안들과 동일한 모습이다.그런데도 일본 중소기업들의 저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은 틈새시장에서 기술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 품목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 탐방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중국, 아시아 국가들이 모방할 수 없는 인공위성용 소재, 풀리지 않는 이중 너트, 수정 디바이스 등 강력한 부품, 소재 산업 기반이 일본 경제 부활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기업들의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술 축적, 지속적으로 품질 개선 활동을 추구하려는 가이젠(改善) 정신, 혼신을 다해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모노즈쿠리 정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체질적인 신뢰 관계 구축,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이 기술 및 품질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초석이 되고 있는 셈이다.오상훈·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