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지.”유명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다. 그런데 필자는 직업병인지 은연중 이 말을 패션에 연결해 생각해 보게 됐다. 남자가 남자다워지는 패션 코드는 과연 무엇일까. 딱 맞아떨어지는 슈트. 정갈하고 금방이라도 비누 냄새가 날것만 같은 흰색 셔츠. 엉덩이가 탁 붙어 올라가게 보이는 섹시 청바지.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젊건 혹은 그렇지 않건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남성다움에 대해 편견과 오해가 컸다. 패션에 신경 쓰지 않는, 흐트러지고 심지어는 더러운 모습이 더 남자답다는 편견과 오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자들만의 인식이었다. 이제 여성들은 오히려 깔끔한 남성, 심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센스를 갖추고 있는 남성, 비비 크림이나 미니스커트가 올해 여성의 유행 패션 아이템이라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남성을 더 남성답다고 믿고 있다. 여성을 위한 배려가 있는 남성이 남자다운 시대인 것이다.남성의 가방은 유난을 떨지 않고도 남성임을 정의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동시에 남성들이 아직도 그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한동안 전국의 남성들이 가장 많이 들고 다녔던 일명 연예인 ‘매니저 백’. 지퍼가 달려 있고 손바닥보다 살짝 큰 이 백들을 요즘은 많이 보기 힘들어져 다행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저렴해 보이며 천박해 보이는 가방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사실 수납의 목적으로 그러한 국적 불명, 성(性) 불명의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그런 자신이 결코 남성으로서 성적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웃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런 아이템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복잡다단한 21세기를 살아가는 남성들이 소지해야 할 물품은 지갑만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의 다변화로 MP3 플레이어, DMB 기기, 노트북, 구루밍 키트(grooming kit), 상비약 등 어디를 가든 늘 갖고 다녀야 할 소지품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여자들처럼 ‘한 살림’을 짊어지고 다닐 용기가 없는 남성들은 이런 늘어만 가는 소지품에 점점 난감해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이런 남성들의 고민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커다란 백이 유행하는 트렌드가 왔고 최근 잘나가는 도시의 남성들은 아무런 저항감 없이 자신의 개성과 편의를 위해 패션을 완성해 주는 마침표, 잇백(It bag: 최신 유행의 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고 선택하기 시작했으며 그 상황에 맞는 가방의 선택을 공부하지 않으면 ‘NG’를 면할 길이 없게 됐다.직장인들이 가방을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슈트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되 슈트 라인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색상과 소재가 슈트와 어울려도 기다란 끈이 달린 크로스백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뭐니 뭐니 해도 슈트에는 손에 드는 브리프 케이스 가방만큼 멋진 게 없으니 말이다. 다만 DKNY광고 비주얼에 나오는 뉴요커처럼 슈트에 스니커즈를 매치할 만큼 자신이 있는 멋쟁이라면 크로스백이나 메신저백도 상관없다.하지만 가방에 슈트의 클래식함을 원한다면 반듯한 브리프 케이스 스타일을, 세미 정장의 정갈하면서도 활동적이고 자유스러움을 원한다면 짧은 손잡이가 두 개 달린 토트백(Tote Bag)이 좋다. 토트백은 일본의 젊은 직장 남성들이 아주 선호하는 스타일인데 아직도 한국 남성들은 이러한 토트백을 여성용 시장 가방쯤으로 착각하는 촌스러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젊은 남성들이 정갈한 슈트에 이런 토트백을 들면 넥타이 부대라는 닉네임을 단박에 떼어버릴 수 있다.흔히 서류 가방으로 불리는 브리프 케이스는 컬러별, 디자인별로 바꿔가며 매칭하는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디자인으로 한 개만 있으면 오랜 기간 훌륭한 패션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중에는 블랙, 다크 브라운, 브라운, 카멜 등 다양한 컬러가 나와 있지만 블랙만큼 무난한 것이 없다.너무 크거나 슬림한 디자인보다 적당한 두께와 광택을 가진 가죽 소재가 고급스러워 보이며 손잡이는 볼륨감 있고 두툼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책, 서류, 노트북 등 중량 있는 물건을 넣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박음질 처리돼 있는지 반드시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또한 각종 중요 문서를 담아 다니기 때문에 안쪽에 공간 활용이 잘 되어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펜을 고정할 수 있는 펜 꽂이가 있는지, 휴대전화를 걸어두는 고리나 수납 케이스가 부착돼 있는지 등 디테일 요소가 들어 있는 아이템을 고르고 두 번 이상 공간이 분리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에스티듀퐁(S.T.Dupont)과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에서 나온 블랙 브리프 케이스는 이와 같은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화려한 금속 장식을 절제해 고급스럽고 안정돼 보이는 모델을 내놓아 어떤 컬러의 슈트와도 잘 어울린다.154년의 스위스 전통을 자랑하는 발리(Bally)는 이번 시즌 송아지 가죽과 벨벳을 이용해 심플한 디자인으로 손에 들고 다니는 블랙 토트백을 선보였다. 특히 손잡이 부분을 위빙 기법(Weaving: 가죽을 꼬아 만드는 기법)으로 처리해 캐주얼하면서도 내추럴한 느낌을 살렸으며 가방의 컬러는 전체적으로 블랙이지만 가운데 세로줄을 크림색으로 밝게 처리해 포인트를 주어 세미 정장을 선호하는 직장 남성들에게 어울려 강력히 추천한다. 이 외에도 베이지색 캔버스에 블랙 혹은 카멜 컬러의 송아지 가죽으로 트리밍해 감각이 돋보이는 던힐(Dunhill)과 테스토니(a. testoni)의 토트백은 세미 정장의 비즈니스 웨어를 한층 빛낼 것이다.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여성들의 빅백 열풍에 이어 작년부터 남성들에게도 본격적으로 빅백 열풍이 불어왔고 아직도 그 열기가 가실 줄을 몰라 보스턴백, 크로스백 할 것 없이 크기가 거의 두 배로 커지고 있다. 2007 파리 컬렉션에서 에르메스(Hermes)의 수석 디자이너인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tier) 역시 자신의 몸이 다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나온 것을 기억하는가. 이에 대해 패션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된 미니멀리즘으로 인해 옷의 실루엣과 헤어스타일은 간결해졌지만 다양한 소재와 튀는 컬러를 사용한 커다란 가방을 선보여 장식적 요소를 부각하고 시선을 모으는 효과를 준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침체한 경제가 다시 활짝 펴졌으면 하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한다.이유야 어찌됐든 빅백은 커다란 크기 때문에 패션 소품으로서 눈에 잘 띄는 포인트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수납공간이 많고 다양한 소지품을 휴대하기 편리해 들고 다니기에도 분명히 좋다. 바닥은 직사각형이고 위는 둥그스름한 아치형 가마 형태를 하고 있어 많은 수납이 가능한 보스턴백(Boston Bag)은 여행용 손가방으로도 손색이 없으나 빅백 열풍에 힘입어 캐주얼한 의상에 매치해 젊은 감각을 자랑하는 패션 소품으로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다.송아지 가죽 재질에 모카(Mocha) 컬러의 발리(Bally) 보스턴 백은 언뜻 보기엔 여성 가방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세련됨과 트렌디함을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이다. 다양한 표면 마감 처리로 같은 송아지 가죽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가죽을 사용한 듯한 느낌을 주며 여기에 메탈로 포인트를 주어 남성적인 면을 채워주었으니 외출 시 손에 들기에 딱 좋다.공항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트렁크를 보면 블랙 아니면 회색 등 칙칙한 색상이 대부분이다.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이 많아 짐 찾는 일조차 수월하지 않다. 최근 컬러, 소재, 디자인에 있어서 여행 가방도 큰 진보가 있으니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캐리어백은 여행 가방이니 만큼 기능성을 직접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 캐리어백의 경우 바퀴 2개 달린 것은 바퀴 고장이 잦으며 방향 회전이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에 4개 달린 것을 고르는 것이 더 좋다. 또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바퀴는 피하고 발목이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고 바퀴가 자전거 바퀴처럼 고무 패킹돼 탄력이 있는 것으로 골라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경우라면 슈트가 구겨지지 않게 수납할 수 있도록 슈트 케이스가 별도로 마련돼 있거나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소재에 있어서는 천으로 만든 소프트 케이스의 경우 방수성이 뛰어난 폴리우레탄으로 처리돼 있는지, 하드 케이스의 경우 강한 충격에도 쉽게 마모되거나 깨지지 않는 알루미늄이나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눈여겨봐야 한다.상황은 다르지만 각각의 스타일이 살아 있는 가방은 센스 있는 남성 스타일을 고수하는 데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남자가 남자다워야 하는 세상의 기준이 바뀐 지금 가방 하나로도 당신은 이 시대의 똑똑하고 섹스어필할 수 있는 남성이 될 수 있다. 이제 패션을 마무리해 주는 가방이라는 아이템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자.황의건·(주)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커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지큐·앙앙·바자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250,000,000버블 by 샴페인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