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했던 전면 디자인 대폭 변경 ㆍㆍㆍ엔진소리 거의 안들려

르노삼성자동차는 7월 2일 뉴SM5의 후속 모델인 ‘SM5 뉴 임프레션(New Impression)’의 판매를 시작했다. 풀 모델 체인지됐던 2005년 1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페이스리프트(풀 모델 체인지보다 낮은 단계의 변형)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한눈에 외관이 대폭 변경됐음을 알 수 있다. 기존 모델은 앞모습이 다소 밋밋해 보인다는 불만을 사곤 했다. 이런 불만을 해소하려는 듯 후드, 라이에이터 그릴, 헤드램프, 범퍼로 이너지는 전면부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후드 가운데에 각을 주어 SM7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낮고 길쭉하게 변형해 날렵함을 살렸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헤드램프의 모양 변경이다. 헤드램프의 안쪽을 라디에이터 그릴 쪽으로 잡아 뺀 듯한 모양으로 마치 닛산 인피니티 M시리즈(M35, M45)의 L자형 헤드램프 느낌이 묻어났다.헤드램프 일체형이던 방향지시등을 범퍼로 내려 보낸 것은 모험적 시도다. 처음 보면 ‘안개등이 또 있나?’ 싶을 정도다. 신선한 시도지만 시내에서 뒤차가 따라붙을 경우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중형차답지 않게 가벼워 보인다”, “마티즈 같다”는 비난을 받던 리어램프의 디자인도 바꿨다. 기존 모델의 리어램프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수십만 원을 들여 SM7 스타일의 LED등(燈)으로 개조한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신모델은 방향지시등과 브레이크등을 세로로 절개했다. 또 트렁크를 잘라 아래위 두 부분으로 나눴는데, 이는 현대자동차 쏘나타에서는 2.4모델에서만 적용된 것이다.디자인은 페이스리프트 수준에서 그쳤지만, 기존 SRⅡ엔진이 새로운 엔진으로 바뀌면서 성능 면으로만 보자면 전혀 다른 차가 되었다. 새로운 엔진은 ‘뉴 2.0 가솔린엔진(코드명 M4R)’으로 불리는데,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는 않았다. 이 엔진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공동 투자해 개발한 것으로 르노삼성자동차가 개발 후반부에 참여해 최종적으로 튜닝과 세팅을 담당했다.2006년 닛산 ‘라페스타’에 최초로 탑재됐고 현재 ‘세레나’, ‘타다’에 적용된 엔진이다. 올해 10월 출시될 닛산의 ‘라구나’ 신모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에서 5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향후 르노-닛산 자동차로도 수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엔진이 일본 요코야마 공장에서 생산된 것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같은 엔진이라도 변종이 워낙 많다. 차량에 따라 최종 튜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의 말처럼 같은 엔진이라도 나라마다 다른 고객 취향에 맞춰 최종 튜닝을 달리 하기 때문에 일본차와는 특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엔진이 바뀌면서 동력 성능이 기존 모델에 비해 좋아졌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경쟁사의 동급차보다 제원상 수치를 조금 앞서도록 튜닝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최고 출력은 140마력(140ps/5800)에서 143마력(143ps/6000)으로, 최대 토크는 18.8kg·m/4800에서 20.0kg·m/4800으로, 연비는 10.8km/l에서 11.0km/l(자동변속기)로 나아졌다. 기존 현대자동차 쏘나타(NF)의 144마력(144ps/6000), 최대 토크 19.2kg·m/4250, 연비 10.8km/l보다 최대 토크(0.8kg·m 차이)와 연비(0.2km/l 차이)에서는 앞서게 됐다. 최대 출력에서는 오히려 1마력이 뒤지지만, 르노삼성자동차 측은 “6000rpm(revolution per minute)에서 나오는 최고 출력보다는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중간대 rpm에서의 동력 성능을 나타내는 최대 토크가 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쏘나타는 2.0 모델에서는 15, 16인치 휠이 기본이고 2.4 모델에서만 17인치 휠이 선택 가능하지만 신형 SM5는 16인치가 기본 사양으로, 17인치는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하다.르노삼성자동차에서 마련한 시승 코스는 남해군의 수려한 절경을 배경으로 마련됐다. 총 137km를 달렸는데, 중간에 고속도로가 있어 최고 속도를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 시승은 고급형인 LE 모델로 이루어졌다. 스마트키를 들고 탄 뒤 시동 노브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운전석에만 적용된 전동조절 시트를 운전자에 맞게 조절했다. LE급보다 한 단계 높은 최고급 모델인 LE플러스에서는 메모리 시트가 적용돼 2명의 시트 위치를 저장할 수 있다. 새롭게 적용된 기능으로 스마트키를 이용해 외부에서 사이드미러를 접을 수 있다. 사이드미러를 접는 것을 깜빡 잊고 차에서 내렸을 때 다시 도어를 열고 시동키를 끼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실내 공간은 기존의 뉴SM5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따왔다. 아쉬운 점은 파워 윈도 스위치가 좀 멀리 있다는 것이다. 팔이 짧은 여성은 창문을 여닫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르노삼성자동차 측은 “문을 여닫을 때 손이 가장 편한 위치에 도어 손잡이가 위치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운전 중 창문을 얼마나 여닫는가?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을 우선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시승 후 대부분 참가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굉장히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급가속을 하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할 경우에는 미세한 바람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로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최고 속도를 내보았다. 시속 160km까지 올라갔다. 대부분의 시승자들이 최고 속도를 160km 정도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고(高)rpm을 유지하면서 내리막길 등을 이용해 탄력을 받으면 최고 180km까지 나왔다는 일부 시승자의 말도 있었다.제동 성능을 테스트해 볼 기회는 없었지만, 최근 전반적으로 성능이 우수해진 자동차처럼 고속에서도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밀리지는 않았다. 신모델에는 기존에 없던 VDC(Vehicle Dynamic Control: 자세 제어 장치)가 LE급 이상에 선택 사양(80만 원)으로 적용돼 있다. VDC는 자동차가 빗길, 커브길 등에서 미끄러질 때 한쪽 바퀴가 비정상적으로 헛도는 것을 감지해 네 바퀴의 브레이크를 적절히 잡아주고 엔진 출력을 조절해 자세를 바로잡아 주는 기능으로 대형차 이상에만 적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2.0 최고급 사양에 적용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BAS(Brake Assist System)가 내장된 EBD-ABS(Enhanced Brake force Distribution, Anti-lock Brake System)는 모든 사양에 기본적으로 적용된다.오디오에 메모리 커넥터가 있어 USB나 SD카드를 끼우면 바로 MP3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CD 애호가들을 위해 6CD 체인저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오디오의 음질은 훌륭했다. LE급 아래에서는 6방향 스피커를, LE급 이상에서는 8인치 서브우퍼가 포함된 7방향 스피커를 사용해 중저음의 깊은 소리를 보강했다.특이한 것은 기존 모델에서는 뒷좌석 후면 공간에 서브우퍼 대신 공기청정기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신모델에서는 공기청정기 옵션을 아예 빼버렸다. SM5는 올해 3월부터 수동 변속기 모델을 아예 생산하지 않고 있다. 찾는 고객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SM5 뉴 임프레션은 자동변속기 장착을 기본으로 최저가 2000만 원에서 시작한다. 직전 모델의 최저가보다 100만 원 인상된 가격이다. 최고급형인 LE플러스는 2550만 원, 선루프 VDC와 텔레매틱스인 INS-700 등 풀 옵션을 적용하면 3015만 원이다.남해=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