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중시하는 보드게임 전도사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덧셈뺄셈 보드게임 ‘셈셈 피자가게’를 내놓은 이근정 게임크로스 대표(36)는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어야 아이에게 권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자녀 가정이 대부분인 요즘, 그 아무리 좋은 교구(敎具)라 해도 부모가 함께 하지 않으면 아이는 체험조차 해볼 수 없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지난해 금융 교육 게임 ‘노빈손, 경제대륙 아낄란티스를 가다’를 내놓아 1년 만에 3만 개를 판매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 선보인 셈셈 피자가게는 피자 주문서의 토핑을 먼저 모으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으로, 아이들은 숫자 카드를 더하거나 빼면서 말을 이동해야 해 자연스럽게 100번이 넘는 연산을 수행하게 된다.“보드게임은 교육 효과가 뛰어난 플랫폼”이라는 이 대표는 “판매 한 달여 만에 1000개가 팔려 나갔다”면서 이 게임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했다.“제품을 이용해 본 어머니들이 반성하는 어투로 사용기를 교육 관련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지나치게 밀어붙이기만 했다는 겁니다.”이 대표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승자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운 학습과 평화로운 교육’을 사업 비전으로 삼고 셈셈 피자가게 같은 제품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다.그녀가 말하는 보드게임의 학습효과는 반복학습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학 교육의 목표를 이해원리와 반복학습으로 나눠볼 때, 보드게임은 반복학습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하는 이점이 있다.이 대표는 지인들 사이에서 ‘보드게임 전도사’로 불린다. “몰라서 그렇지 보드게임을 알면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현재는 보드게임과 교구의 개념이 혼재돼 시장이 형성돼 있는 한국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2002년에 보드게임 열풍이 불었을 때도 진정한 게임 마니아가 아닌 프랜차이즈 업체들 주도로 보드게임이 퍼졌기 때문에 열기가 금세 식을 수밖에 없었죠. 오히려 최근에는 마니아층이 늘면서 보드게임 관련 창업자가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사업 초기 유통망이 소규모의 온라인 쇼핑몰뿐이었지만 지금은 대형 할인점이나 대형 인터넷 서점 등에도 보드게임이 당당히 한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게 놀랍기만 하다. 초창기에 할인점 구매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데만 2개월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보드게임 시장이 급속히 성장한 셈이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5개의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 중 하나는 덕성여대 아동게임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유치원 또래의 아이들을 위한 ‘정서표현 교육 게임’이다. 이와 함께 구구단, 나눗셈 게임 등 역시 수학 위주의 게임을 선보이게 된다. “연산은 세계 어느 나라 아이들이나 배워야 하기 때문에 수출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그녀의 귀띔이다.특히 연말에는 직장 내 팀워크를 위한 게임 ‘팀 이순신’의 발매도 예정돼 있다. 보드게임 시장이 성숙되면 성인 제품에 대한 수요도 커지리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녀는 “이번 설 연휴만 봐도 당장 화투나 윷놀이 대신 보드게임을 하는 가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올해 지난해보다 6배 이상 늘어난 20억 원 매출 목표를 세워뒀다는 이 대표는 “시장이 분명히 있는데 그 시장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평생 ‘즐겁고 평화로운 교육’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약력: 1971년생. 90년 수도여고 졸업. 94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95년 동대학원 사회학과 수료. 98년 EA코리아 어카운트 매니저. 2000년 비스코 게임사업본부장. 2004년 게임크로스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