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국내기업은 생존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글로벌 감각이 뛰어난 유학파 또는 외국인 인력을 찾아나선 것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대기업 2곳 중 1곳이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웠다. 이제 취업준비생들은 국내인력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도 경쟁상대로 여겨야 한다.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는 지난 2월27일부터 3월9일까지 매출액 순위 상위 100대 기업 중 74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6년 글로벌 인재 채용전망’을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기업 54.1%(40개)가 ‘올해 글로벌 인재 채용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해외 유수 대학의 유학파 또는 외국인 등 전세계에 포진해 있는 우수인재를 선점하겠다는 얘기다. 4.0%(3개)의 기업은 ‘글로벌 인재 채용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그렇다면 글로벌 인재는 어떤 방식, 절차로 선발할까. 조사결과 주로 해외유학파(92.5%) 인력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현지인을 채용하겠다는 기업도 57.5%로 적지 않았다. 국적과 관계없는 ‘무국적주의’ 채용방침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과 함께 해외법인의 현지화를 위해서다.기업별로 살펴보면 먼저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해외 우수인재 채용을 위해 미주현지 채용에 나섰다. 채용규모는 세 자릿수 정도. 특히 올해는 미주 현지에서 직접 적성검사와 면접을 갖는다. 글로벌 인력이 전형에 지원했을 때 국내에 직접 와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을 치러야 하는 불편을 없앤 것이다. 적성검사 이후에는 임원들로 구성된 면접단이 미국 동부와 중부, 서부 등을 방문해 현지에서 면접을 진행한다.LG전자는 올해 전체 채용인원의 10%선인 200~300명을 해외 우수인재로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 3월6일부터 인사담당 책임자급 임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된 ‘해외 우수인재 유치단’을 북미, 일본, 유럽 등에 파견했다. 이들은 해외 각지에서 20회 이상 순회 채용설명회와 유학생 간담회를 개최한다. 순회하는 대학명단만 살펴봐도 면면이 화려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UC버클리, 캘리포니아공대 등 20여개 명문대를 찾아간다.LG CNS는 3월 유럽에서 면접을 진행했고 10월 미국에서 현지 채용면접을 치른다. 전 분야에 걸쳐 50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미국과 중국을 위주로 해외 우수인재 확보에 나선다. R&D(연구·개발)와 사무직 인재로 구분, 각각 현지 캠퍼스 투어를 실시해 총 50여명을 선발한다. 아울러 LG필립스LCD는 올해 이공계 석·박사 및 MBA 등 상경계 출신을 중심으로 해외인력을 채용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 상·하반기 각각 순회 채용설명회를 개최해 100여명을 뽑는다는 방침이다.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미국과 유럽 현지 유명대학 석·박사급 고급인력 채용을 목표로 삼았다. 상반기에는 미국, 독일, 영국 등의 대학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와 채용상담을 진행한다. 4월10일까지는 MIT, 스탠퍼드대, UC버클리 등 미국 내 주요 9개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3월13~17일에는 독일 아헨공대, 영국 캐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등 유럽 대학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매년 해외 석·박사인력 공채를 진행해 온 CJ그룹도 인적자원 확보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3월 말 해외 MBA인력 채용면접을 위해 담당자들이 미국으로 떠났다. 채용규모는 두 자릿수 정도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미국에서 MBA를 취득한 사람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한다. 두산중공업 역시 글로벌 인재 채용계획을 갖고 있다.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해외유학파나 재외교포 출신을 채용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인재를 현지에서 직접 발탁해 국내로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