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은 이제 세계적 수준이다.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를 거의 탈피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곳이 한국기업일 정도이다.그러나 소형차나 중형차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형차의 경우 아직까지도 해외시장에서 자신있게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러운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해외시장이 아니라 국내시장이다. 유럽과 일본차에 밀려 기존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뉴체어맨은 수입차의 대공세에 맞서 국내시장을 사수하겠다는 각오로 쌍용자동차가 선보인 야심작이다. 뉴체어맨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이다. 2003년 9월 첫선을 보인 이후 대형차 부문에서 18개월간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뉴에쿠스와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등을 상대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뉴체어맨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스타일이 경쟁차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강인한 헤드램프, 절제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우드라인 등 네오 유러피언 스타일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확 끌어당긴 것이다. 여기다가 과거 제휴관계였던 벤츠사로부터 전수받은 기술로 차의 성능을 한단계 높였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실제로 뉴체어맨의 엔진은 지난 97년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들여온 엔진을 국내 창원공장에서 그대로 만들어 장착한 것이다. 앞창을 대형 와이퍼가 1개로 닦는 ‘싱글암 와이퍼시스템’은 벤츠의 특허품이기도 하다. BMW, 벤츠, 렉서스 등 세계적 명차들처럼 뒷바퀴 굴림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국산 차로서는 유일하다.국내시장을 제패한 뉴체어맨이 ‘세계 명차 반열에 오르겠다’며 또 한번의 변신을 꾀한 것은 지난 3월. 미래형 첨단기술의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최첨단 사양을 대거 장착한 뉴체어맨 뉴테크(New Tech)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특히 BMW, 벤츠, 아우디 등 세계 최고의 명차에서만 볼 수 있었던 EAS 및 EPB의 첨단기능과 수입차를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유일하게 TPMS를 장착한 것은 일종의 승부수였다.회사 관계자는 “EAS, EPB, TPMS 등 3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장착한 것은 수입차에서도 찾기 힘든 경우”라고 전한다. 이 3가지 기능은 새 모델이 편의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여겼음을 보여준다.EAS(Electronic self-leveling Air Suspensionㆍ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는 운전속도의 빠르고 느림에 따라 차체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능. 고속주행에서는 차체의 높이를 자동으로 낮춰 조정 및 주행안정성을 최적의 상태로 끌어올린다. 반면 비포장도로에서는 차체 높이를 올려줘 차량손상을 막아준다. 트렁크에 짐을 싣거나 내릴 때는 차량 뒷부분이 자동으로 낮아진다.EPB(Electric Parking Brakeㆍ전자동 파킹브레이크)는 전자동 주차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쉽게 말하면 핸드브레이크를 손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걸리는 시스템이다. 혼잡한 도심을 운전하다 보면 정체구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밟아주는 것만으로도 주차 브레이크를 걸거나 해제할 수 있어 운전자의 피로감을 덜어준다.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ㆍ타이어공기압 자동감지시스템)는 단순하게 타이어 이상 여부를 알려주던 1세대 TPMS와는 달리 네 바퀴 각각의 타이어 공기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2세대 TPMS다.미국에서는 타이어 이상으로 생기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50%에 대해 TPMS를 장착해야 하며 2007년 9월부터는 100%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이외에도 뉴체어맨 뉴테크의 편의사양은 22가지에 이를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통 청자의 선과 무광택 우드그레인을 적용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통해 각종 계기들의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평균속도ㆍ주행시간ㆍ경고표시ㆍTPMS(타이어공기압 자동감지시스템) 등을 블랙페이스 계기판에 선명하게 보여주는 EL클러스터 및 3D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또 승ㆍ하차 편리를 위한 이지 액세스, 뒷좌석 전용 AV시스템, 앞ㆍ뒷좌석 통풍 2단 및 히팅 3단 시트, 장시간 승차시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는 전동마사지가 시트에 내장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90% 이상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UV필터 글라스와 프라이버시 글라스로 VIP의 건강 및 사생활을 보호해주며 열전반도체를 이용해 5~55도의 보온ㆍ보냉이 가능한 냉온기능 컵홀더도 새 모델에서만 볼 수 있다.그렇다고 차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엔진은 직렬 6기통 3,200cc 실키식스엔진 220마력으로 동급 최고를 자랑한다. 중ㆍ저속에도 최대의 토크를 발휘하는 효율적 엔진으로 100만km 이상 사용해도 안정적 성능을 발휘하는 탁월한 내구성을 갖고 있다. 연비도 엔진구성품 및 시스템이 최적으로 설계돼 동급차량 중 최고라 할 수 있다.돋보기 시승기‘고품격·주행성능 피부로 실감’중후하다고 할까. 뉴체어맨 테크(CM600S)를 처음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느낌이다. 외관과 디자인은 해외 명차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였다. 차체의 절제된 곡선미와 쌍용차의 고유 캐릭터인 3선 수평라인의 뉴 라디에이터그릴은 고품격이 느껴졌다.문을 열고 운전대에 앉으니 비행기 일등석에 앉았을 때의 느낌이 들 만큼 승차감이 좋다. 특히 뒷좌석은 이 차가 쇼퍼 드리븐카(Chauffer Driven CarㆍVIP 승객의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한 뒷좌석 중심의 세단을 일컫는 말)임을 실감케 한다. 첨단 내비게이션 시스템 및 마사지 기능이 내장된 시트와 공기청정기, 프라이버시 글라스와 이동식 발걸이 등 집무실을 옮겨놓은 듯하다.시동을 걸자 센터 페시아의 모니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뉴체어맨 시절보다 0.9인치 커진 6.5인치의 모니터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이전보다 사용이 훨씬 편리해졌다. 모니터는 팝업 형태로 안쪽에 카세트 및 DVD 삽입부가 내장돼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어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 몸이 급하게 쏠릴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평균 속도 40~50km로 서울시내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핸들링이 조금 뻑뻑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주행은 마치 미끄러지듯 부드러웠다.운전 중에 TPMS가 작동하며 타이어 공기압이 최적임을 밝혀준다. 고속도로에 진입,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자 속도계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간다. 순간가속능력은 수입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속도계가 100km가 넘어서자 차체가 좀 낮아지는 듯하면서 노면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100km 이상으로 30초가 넘으면 자동으로 차체가 15mm 낮아진다. 오르막길에서도 특별히 ‘오르막’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한 힘이 느껴졌다. 다만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면 충격이 적잖이 전달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