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vs 거래사이트 정면대결 임박

온라인게임을 말하면서 게임 내 아이템 거래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생소할 정도로 아이템 거래는 온라인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아이템 거래는 산업 자체를 키운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많은 게이머들이 보다 빠르게 캐릭터를 키우고 부수입을 챙기기 위해 현금거래를 하고 있다. 게임개발사측에서는 게임의 밸런싱을 보호하고 청소년 범죄의 원죄를 벗어버리기 위해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템 거래 사이트 운영사들은 개발사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게임개발사, 아이템 거래 사이트 운영사, 게이머 3자간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은 채 지루한 공방이 오가는 것이 현 상황이다.게임사, 게임성 훼손 이유로 반대아이템 거래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게임 내에서 게이머간에 이뤄지는 거래다. 이는 게임 내 경제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며 개발사측에서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게임 내 사이버머니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올바르게 게임을 즐기는 방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또 다른 아이템 거래는 게이머간에 현실에서 현금으로 아이템을 사고파는 것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게임 내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원조교제나 폭력사건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거래를 위해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문제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생기고 사이버상에서 아이템 거래가 가능해지자 차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아이템 거래는 청소년 보호 문제에서 개발사와 아이템 거래 사이트 운영업체와의 대결구도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한 업체의 방식을 예로 들어보자.A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갑’은 불특정 다수에게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해 거래사이트에 아이템을 등록하고 이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을’은 이 게시물을 보고 거래신청을 한다. 거래조건이 충족되면 일대일 연락을 통해 게임상에서 만나 아이템을 건네주며 이때 현금을 일시적으로 사이버머니화한 거래사이트의 포인트가 상대방에게 지급된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는 이 포인트를 현금화해 갑의 은행계좌로 입금시켜 주고 거래액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게임개발사들은 이 수수료를 소위 불로소득으로 간주한다.게임개발사들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반대하는 이유는 타인의 콘텐츠를 이용해 불로소득을 챙기는데다 게임의 밸런싱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개발사는 레벨업을 통해 게임 캐릭터가 성장하는 시간을 상정하고 이에 따라 게임 업데이트를 시행하는데 아이템 현금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이 밸런싱이 깨져 개발상 큰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청소년 탈선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개발사들이 이익감소 때문에 반대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분석은 잘못이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수록 개발사들의 이익도 정비례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템 거래를 눈감아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개발사들은 약관에 아이템 현금거래 자체를 부정하고 적발시 계정압수라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현재 온라인게임사들은 아이템 사용권의 무상(증여 내지 게임 속 머니를 대가로) 이전은 허용하지만 유상 이전, 속칭 ‘현금매매’는 금지하는 이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게임시스템을 이용한 아이템 이전은 게임을 올바르게 플레이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금거래를 이용하는 게이머나 거래사이트 운영자들은 게임 내 아이템은 게이머의 노동에 의해 획득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논란은 되풀이되고 있다.관련법 부재가 혼란 부추겨먼저 아이템 거래 업체들의 주장을 살펴보자. 이들의 논리는 이른바 노동가치설이다. 게임 내 캐릭터를 키우거나 아이템을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고 게임이용료를 정당하게 지불했으므로 게이머가 획득한 아이템의 소유권은 게이머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게임을 오락이 아니라 노동의 일환으로 접했다는 말이다.하지만 이는 가상사회와 현실을 동일시해 놀이를 일로 혼동하는 데서 오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들은 현실적으로 어떠한 부가가치를 낳지 못했고 실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개발사다. 한마디로 게임을 하고 아이템 현금거래를 통해 수억원을 벌어도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수치에는 전혀 변화가 없으며 실제 소득세를 내는 것도 게이머가 아닌 개발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게임의 아이템을 얻는 행위는 개발사가 마련한 일정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아이템 역시 이미 생성돼 있는 것을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이라는 의미에도 적합하지 않으며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아이템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부 게이머들의 주장도 법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이미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게임이용약관이 불공정하다는(현금거래 금지조항) 제소에 따라 게임사들의 약관을 심사했다. 그 결과 ‘현금매매’ 조항에 대해 개발사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한마디로 개발사에는 저작권이 있고 게이머에게는 이용권리가 있다는 것과 아이템의 실제 소유권은 개발사에 있다는 것이다.공정위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자. 대법원은 정보는 재물이 아니므로 이를 훔친 것은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즉 민법상 게이머들이 주장하는 소유권은 실질적인 물건에 한하는 것이므로 게임아이템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온라인 아이템 거래는 아직 관련법이 마련돼 있지 않은 무법지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유권 개념에 대해서는 개발사와 거래 사이트 운영자 및 이용자들의 주장이 100% 충돌하고 있다.개발사가 주장하는 소유권을 인정하면 반대편에 전적으로 불리한 전개가 되며 그렇다고 사이트 운영자측과 이용자측의 소유권을 인정해 버리면 개발사에서 타인의 재물을 무단 변조 및 권리침해를 해버리는 꼴이 돼 개발사가 게임을 업데이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일각에서는 게임업체들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대처할 뿐이며 결국 유야무야로 끝날 것으로 관측한다. 어차피 현금거래를 통해 게임 이용이 활성화되면 개발사에도 이득이 생기므로 서로에게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최근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와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의 대립에서 향후 시장판도를 분석할 수 있다. 아이템베이는 지난 4월15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받은 것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사적재산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으므로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반면 엔씨소프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현금거래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법적 검토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으며 웹젠이 아이템베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루트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법적으로 승소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지금까지와 달리 서로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던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하든지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누가 이기든지 승소한 쪽이 법의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