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직업 덕에 새 직장도 얻었어요”

김의식 동원와인플러스 마케팅팀장(35)은 새로운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마다 직업란을 놓고 고민에 빠지곤 한다. 회사원이라고 해야 할지, 자영업자에 체크해야 할지 매번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 지난 5월 친구, 후배와 서울 홍익대 주변에 ‘비하인드’라는 와인바를 열면서 투잡스 대열에 동참했기 때문이다.투잡스족의 걱정거리라면 본래 소속돼 있던 직장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가지 일 중 한 가지는 동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김팀장에게 그런 우려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오히려 그는 두 가지 일을 함께하면서 일이 잘 풀린 케이스다. 교육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와인바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와인사업을 하는 현재의 직장을 소개받게 된 것. 결국 투잡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같은 일을 밤낮으로 나눠하고 있다.“음악을 좋아한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지난해 친구와 중고음반을 판매ㆍ교환하는 장터를 열기 시작했는데 오래하다 보니 고정적인 장소가 필요하더군요.”결국 중고CD 장터를 물색하다 와인과 샌드위치를 함께 파는 새로운 컨셉의 바를 열게 됐다. 사업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친구와 두 명의 후배에게 동업을 제안했다.준비하는 데만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매주 한 번씩 네 명이 모여 진지한 사업논의 시간을 가졌다. 내친김에 김팀장은 3개월 과정의 와인스쿨도 다녔다.동업인 덕에 와인바는 일주일에 1~2회만 관리하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직장일에 방해가 될 리 없다. 물론 몸이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 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 고생을 한다면 훨씬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니 일이 즐겁기만 하다.“지금은 큰 수입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40, 50대가 돼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필요한 기반을 다지자는 것이죠.”와인바에서 나오는 월매출액은 약 1,600만원. 이중 순수익은 30% 정도다. “욕심내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지나친 겸손의 말로 들린다.사업의 출발이었던 중고CD 판매는 이제는 고객서비스 차원의 일이 됐다. 매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단골고객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동료들에게 일단 모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간분배는 어렵겠지만 요즘 같은 때는 꼭 수입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준비를 갖고 여유 있게 철저히 해야죠. 저도 이 사업을 프랜차이즈화하는 것까지 계획하고 있는걸요. 우선은 4명이 자기 점포를 하나씩 가질 수 있어야 하고요.”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김수제 리딩에프엑스 이사“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자세 필요”“사실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업무상 연관성이 있어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외환정보서비스와 자산운용을 하는 업체인 리딩에프엑스 김수제 이사(40)는 본업 외에 업계에서 자유기고가로도 유명하다. 낮에는 본업인 회사일을 챙기고, 밤에는 자신의 특기를 십분 살려 글 쓰는 일에 힘을 쏟고 있는 것.얼핏 보기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 같지만 김이사는 “사실 글 쓰는 것을 부업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일을 하다 보니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돼 요즘에는 즐기는 편”이라고 강조한다.김이사는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해외파다. 공부를 마친 후 미주 중앙일보 기자와 월가의 IFS 등 미국 내 금융기관에서 외환 트레이드 업무 등을 맡아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 귀국해 리딩투자증권, PFI 등을 거치며 국제경제와 외환전문가로 자리를 잡았다.“2000년 한국에 돌아오니 외환에 대한 관심들이 많더군요. 나스닥 등 미국증시 역시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공을 잘 살릴 경우 이런 상황에서 한몫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이때부터 김이사는 자신의 이력에 외환 전문 기고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회사를 세 차례 정도 옮겼지만 글 쓰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주로 퇴근 후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해외정보를 수집했고, 미주 중앙일보시절 갈고닦은 필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요즘도 그는 <머니투데이 designtimesp=24267>와 <이토마토 designtimesp=24268> 등의 매체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고, 얼마 전에는 <소기업 경영을 위한 201가지 아이디어 designtimesp=24269>라는 번역서도 출간했다.“따지고 보면 투잡스족이지만 사실 돈만 생각하면 두 가지 일을 못할 겁니다. 부업으로 하는 일이 나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고, 우리와 거래하는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신뢰성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할 따름이지요.”국내에서 흔치 않은 외환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이사는 요즘 또 다른 사업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지 4년 가까이 돼 가는 만큼 이제는 이름을 걸고 고객들에게 최고의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는 사업아이템을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것. 김이사는 “굳이 한마디 하자면 사오정시대에는 자신만의 확실한 장기를 살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웃었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강형주 줄리아포르담 대표명함 3개 소지한 ‘멀티맨’… 연수입 5억인터넷업체 홍보팀장, 맞춤 웨딩드레스업체 대표, 곱창집 주인. 강형주 줄리아포르담 대표(33)가 갖고 있는 직함이다. 하는 일이 많은 만큼 평소 지갑에 명함을 세 가지나 갖고 다닌다. 30대의 나이에 연수입이 5억원에 달하고, 세 가지 색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직장에만 매달려서는 비전이 없잖아요.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회사에 인생을 건다는 것이 불안했지요. 더욱이 40세가 넘어 준비를 하면 너무 늦을 것 같아 일단 한번 시작해보자는 생각에서 일을 벌였습니다.”세 가지 일 가운데 강대표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홍보팀장. 홍보대행사에서 일을 하다가 2000년 1월 인터넷을 통해 레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넷포츠의 홍보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남들 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던 강대표는 지난해 8월 국내 최초의 맞춤 웨딩드레스 판매업체인 줄리아포르담을 차렸다.창업 직전 넷포츠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사장은 “그만두느니 병행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만류했다. 일주일에 2~3번씩 나와 업무를 봐주면 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월급은 그대로 주겠다는 조건도 붙였다. 강대표는 “넷포츠와는 인간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라 당분간 홍보팀장 역할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세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강대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곳은 줄리아포르담이다. 지난해 창업한 이후 예상외로 사업이 번창해 프랜차이즈 지점만 10개나 된다. 5명이던 직원도 30명으로 늘었다. 대여료 가격에 질 좋은 웨딩드레스를 맞춰주는 것이 성공비결.바곱창이라는 상호가 붙은 곱창집은 고려대 앞에서 운영하고 있다. 넷포츠에 다니며 운영하던 카페의 장사가 신통치 않아 고민 끝에 자신이 단골로 다니던 황학동 곱창집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아 업종을 바꾼 것이다. 신세대에게도 잘 맞는 독특한 맛에 금세 안암동 명물로 떠올랐고, 지금은 서울과 부산 등에 5개의 지점까지 두고 있다.“투잡스족에게는 시간배분과 일에 대한 집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줄리아포르담에 주로 있지만 오전에는 넷포츠, 오후에는 곱창집에 들러 일을 챙깁니다. 워낙 바쁘다 보니 새벽 3~4시는 돼야 잠자리에 들지만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에 그다지 어려운 줄 모릅니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