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고령화 현상’ 직면
갈수록 20대 직원 줄고 50대는 늘어
높은 연차 직원들 많아지며 인건비 부담도 커져
퇴직하면 파격 위로금 지급하는 등 인적 쇄신 고삐
국내 기업들이 20대 직원이 감소하고, 50대 이상은 증가하는 ‘고령화 현상’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40대 차장이 막내인 부서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젊은 조직으로 쇄신하기 위해 기업들이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고 있다.
1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순위 500대 기업 중 최근 3년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123개 사의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자.
지난해 해당 기업군의 전체 임직원 141만7401명 중 20대 이하 직원은 30만6731명으로 2021년에 비해 1만5844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직원 수는 3만8000명 늘었는데 20대 이하 직원만 급감한 것. 50세 이상의 비중은 22%를 차지했지만 20대 비중은 21.6%로, 50대 이상의 비중이 20대 직원 비중을 역전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기존에 20대 직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IT·전기·전자 업종과 유통·통신 등 서비스 업종에서 20대 이하 직원이 감소하고, 50대 이상은 증가하는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 업종의 20대 이하 직원 비율은 2021년 34.2%에서 지난해 28.9%로 하락했다. 50세 이상은 16.6%에서 19.8%로 늘었다.
유통업의 경우 30대 미만 비율이 2021년 15.1%에서 지난해 12.5%로 줄었고, 같은 기간 통신업에서는 50세 이상 비율이 8.2%에서 11%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늙어가는 것은 연차가 높은 직원들의 퇴직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100세 시대’라고 물릴 만큼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하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신입 채용 줄고, 인건비는 늘고 회사를 나가는 높은 연차 직원들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신입 채용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높은 연차 직원들의 연봉이 높다 보니 인건비 부담도 커지는 부분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2010년 전 세계 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는 13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38조원으로 인건비가 13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에는 삼성전자에 20대 인력이 가장 많았다. 당시 19만명이 넘는 직원 중 29세 이하가 10만6162명(55.7%)으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2015년을 정점으로 20대 직원 수는 ▲2017년 17만 1877명 ▲2019년 12만4442명 ▲2021년 8만8911명 ▲2023년 7만2525명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2010년에 2만명대에 그쳤던 40대 이상 직원은 ▲2018년 5만2839명 ▲2020년 6만1878명 ▲2022년 7만5552명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40대 이상이 8만1461명이 되면서 처음으로 20대 이하 직원 수를 앞질렀다. 가뜩이나 대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저조한 기업들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연말까지 해외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대 30% 인력 감축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인력운영 효율화를 위한 희망퇴직을 진행 했으며, SK온의 경우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3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같은 그룹 내 G마켓 역시 오는 사상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파격적인 위로금 카드를 꺼내 들며 높은 연차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이 대표 격이다.
최근 SK텔레콤은 만 50세 이상이 회사를 나가면 기본 퇴직금 외에도 3억원 상당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당초 퇴직 위로금은 5000만원이었으나 퇴직 희망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자 위로금을 파격적으로 올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인적 쇄신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 및 희망퇴직을 하는 기업들이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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