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취직시험을 뚫고 샐러리맨이 되다. 30대 :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 바쳤지만 상시 구조조정에 기가 죽다. 40대 : 조기퇴직을 권하는 사내 분위기에 하루하루 출퇴근이 버겁기만 하다…. 바로 2000년대 대한민국 직장인의 풍속도다. 이쯤 되니 ‘평생직장’을 벗어나 ‘평생직업’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가시방석 직장보다, 힘들어도 ‘내 사업’을 일구겠다는 직장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풍토다.하지만 사업경험이 전혀 없는 샐러리맨이 창업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실행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게다가 창업에 이르러 새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그것은 최종목적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돼 부담이 더 커진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도 굳은 의지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부족하면 실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사오정 탈출을 위해서 어떤 창업아이템에 성패를 걸어야 할까.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선정하되 기대수익률은 과감히 낮춰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칫 화이트칼라 샐러리맨의 ‘습성’으로 처음부터 몸이 편한 업종, 기대수익이 높은 업종을 골랐다가는 살아남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그렇다고 20대 모험정신으로 창업에 나설 수도 없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모험’을 감행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30대 중반~40대의 창업은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소자본 창업으로 귀결된다.한국창업개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40대 전후 중년층에게 적합한 창업아이템은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눠진다. 요즘 상한가를 치고 있는 건강 관련 외식사업과 어린이ㆍ교육업종, 일상의 틈새를 겨냥한 생활편의업종, 그리고 각 아이템의 장점만 뽑아 만든 복합화업종이 그것이다. 이들 업종은 불황 속에서도 내성이 강한 아이템이기도 하다.건강 관련 외식업가족형 외식업에 건강이라는 요소를 더한 아이템들이다. 한끼를 먹더라도 이왕이면 몸에 좋은 자연건강식을 먹겠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건강’을 테마로 한 외식업종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해초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해초요리전문점, 항암효과나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버섯탕전문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대형화ㆍ편의화된 감자탕전문점, 남녀노소에게 두루 인기를 끄는 보쌈전문점, 패스트푸드 개념의 피자를 가마에서 구워 기름을 뺀 장작구이 피자전문점 등이 유망 업종으로 손꼽힌다.이들 업종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년층뿐만 아니라 10~20대의 젊은층까지 흡수하기에 용이하다. ‘원할머니 보쌈’ 불광역점 김선문 사장(42)의 경우 지난해 12월 창업한 이래 광범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월 5,000만원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식사나 술자리를 위해 찾는 중년층을 비롯해 가족단위 외식 고객과 포장배달 고객까지 든든해 매출 기반이 탄탄하다. 20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한 김사장은 안정적인 사업을 해보고 싶어 보쌈전문점을 창업했다고. 창업비용은 점포 임대보증금을 제외하고 시설비로 1억원 정도가 들었으며 월 순수익은 1,000만원선에 이른다.어린이ㆍ교육사업흔히 ‘에인절 비즈니스’라 불리는 어린이 대상 사업은 불황을 모르는 대표적인 업종.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남부럽지 않게 최고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욕구가 어린이ㆍ교육시장의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특수장비를 이용해 아이들의 사진을 화가의 스케치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베이비디지털 포토전문점, 음악교사가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1대1 방식으로 교육하는 사업, 바쁜 직장주부를 위해 영유아의 보호와 교육을 책임지는 학습놀이방사업, 출산과 유아에 관련된 모든 용품을 판매하는 출산유아용품전문점 등이 인기다.생활편의업일상의 틈새를 겨냥한 생활편의사업은 아이디어의 격전장이나 다름없다. 바쁜 일상과 제한된 시간으로 일상생활의 구석구석을 해결하기 힘든 현대인을 도와주는 편의형 사업이야말로 다른 업종에 비해 시장규모가 큰, 고객층이 두터운 업종이다.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되면서 여성의 일손을 덜어주는 사업이 인기다. 주부들의 반찬 고민을 해결해주는 반찬편의점, 치킨이나 족발 등 야식ㆍ간식을 배달해주는 음식배달전문점은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아침식사를 거르기 쉬운 직장인들을 위한 생과일배달업이 인기를 끌고 있고 낡고 오래된 욕실을 위생처리하고 유지ㆍ관리해주는 욕실환경개선업도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복합화업종복합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업종들이다.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는 생활편의 개념과 더불어 ‘재미’까지 추구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 각 아이템의 장점을 뽑아 적절히 버무린 퓨전업종이라 할 만하다.인터넷방송, 다이어트 안주와 여성용 맥주잔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여성 우대 맥주전문점, 커피를 기본으로 각종 허브제품을 즐길 수 있는 커피ㆍ허브복합점, 사무용품전문점에 인쇄편의점 개념을 도입한 사무용품할인점 등이 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짚어주면서 창업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들 업종은 기존의 아이템에 몇 가지 컨셉을 추가해 점포 복합화를 이루는 한편 새로운 고객창출에도 성공하고 있다.서울 덕수궁 인근에서 커피&허브전문점 ‘후에버’를 운영하고 있는 이추자 사장(31)의 경우 외국계 프랜차이즈 창업을 검토하다 선회한 사례다. 화장품회사 판촉팀에서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이사장은 커피와 허브용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복합점인데다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 깊어 창업을 결심, 관광객이 많은 덕수궁 옆에 점포를 냈다. 예상대로 덕수궁을 찾는 사람이 많은 금~일요일은 매출이 하루 100만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