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장제도(Small President System, Intrapreneuring)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비용절감과 경영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다. 특정 업무나 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독립적인 사업을 내부 직원이 운영한다.제조업의 경우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생산라인 또는 생산공정의 일부를 맡아 경영책임자가 되고, 모기업은 소사장에게 생산현장에 작업장과 생산설비를 설치, 임대해준다. 또 총무와 세무, 회계, 판매, 기타 대관공서 업무를 모두 대행해 지원하고, 소사장은 생산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체에서는 일선 영업현장의 책임자가 예산, 인사, 대리점 관리권 등 영업경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사장으로부터 위임받아 행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우리나라는 대항항공 등이 소사장제를 도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올해 초 대한항공은 책임경영체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여객, 화물, 기내식, 항공우주, 호텔면세 등 5개 사업본부별로 소사장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소사장제는 분사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기획, 예산, 인력운용 등 핵심분야의 권한을 소사장에게 위임, 자율권이 부여되는 방식이다. 사업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고 책임을 지는 형태.효율적인 조직운영과 신사업 개발을 위한 ‘소사장제도’ 바람은 금융권에도 불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 국민은행은 직원들의 창의력과 전문성을 생산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행내에 벤처인 ‘프로비즈(ProBiz) 클럽’ 제도를 도입했다. 프로페셔널 비즈니스(Professional Business) 또는 프로핏 비즈니스(Profit Business)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이익사업을 추구했다. 사업성과에 따라 이익금의 일부를 보상하고 최종적으로 분사해 독립시키는 행내 벤처의 개념으로 벤처사업그룹, 전문마케팅그룹, 제도개혁사업그룹 등 3개 그룹으로 운영됐다. 특정사업 분야에 관심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소사장’이 될 수 있었다. 또 각 사업별 성과측정을 통해 은행의 수익향상 및 비용절감에 기여한 경우 기여도에 따라 이익금의 5% 이내에서 금전적 보상은 물론 인사상 우대혜택도 받도록 추진됐다.하나은행, 특수채권사후관리 등 소사장제 운영국민은행이 운영했던 이 제도는 행내 벤처였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소사장제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직원 누구나 ‘소사장’이 될 수 있었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 보장된 것은 소사장제도와 맥락을 같이한다.2002년 3월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본래 의미에 가까운 소사장제도를 실시했다. 하나은행의 소사장제도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직원이 은행을 퇴직해 완전히 독립, 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철저한 성과급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사내벤처 등 기존의 제도와는 차별화됐다. 또 하나은행은 선발된 소사장의 사업이 최대한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분사 후 6개월 동안 판매, 홍보, 인력, 시스템 등을 지원했다.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 역량 강화와 해당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를 통한 은행의 경쟁력 상승 효과를 기대했다”며 “업무영역의 확대를 통한 다양한 수익원 창출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특정 업무의 분사를 통해 아웃소싱하는 소사장제도를 본격 시행했다”고 말했다.지난해 3월25일 4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사내공모를 통해 하나은행은 2명의 소사장을 선발했다. 주영우 전 여신관리부장 등 2명의 소사장은 같은해 4월2일 발족된 하나CB파트너스에서 특수채권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소사장은 은행으로부터 추심을 위임받은 약 1,700억원 규모의 특수채권을 본격적으로 관리했다. 은행에서 제시한 일정 수준의 금액 이상을 회수하면 초과액은 모두 자신들의 성과급으로 받기로 했다.하나은행은 하나CB파트너스에 대해 매월 성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소사장 실시 1년여 동안 소사장 실시 전에 비해 100% 이상의 채권회수율 증가를 달성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하나CB파트너스를 시작으로 하나은행은 하나GB파트너스, 보육사업파트너스 등의 소사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GB파트너스의 제2호 소사장은 국민관광상품권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국민관광상품권은 2001년에 100억원 미만의 판매에 그친 반면, 소사장제도 운영을 통해 상품권 판매에 주력해 지난해는 약 1,500억원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올해도 약 4,000억원의 상품권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보육사업파트너스는 직원들의 취학 전 자녀보육을 위한 보육센터의 설립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보육사업파트너스는 지난 3월 대교, 한국IBM과 공동으로 직장보육사업을 위한 발기인총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하나은행은 앞으로 부동산중개와 보험, 여행 등 새로운 사업분야를 발굴해 소사장제도를 계속 발전시킬 계획이다.생명보험사도 영업조직을 전문화하고 영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소사장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보생명은 영업소장을 ‘사업가형 점포장’으로 임명, 지점 운영권을 점포장에게 넘겼다. 740개 점포 중 30%인 222곳을 사업가형 점포로 전환한 것.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 전체 점포 중 50%를 사업가형 점포장으로 바꿔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생보사도 지점장을 소사장으로흥국생명은 2001년 12월 ‘지점제’라는 명칭으로 사업가형 점포장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 도입 1년 만에 지점장 114명이 연봉 1억원 이상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삼성생명은 지점장과 영업소장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월 삼성생명은 지점장과 산하 영업소장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한 독립채산제 지점을 도입하기로 하고 서울과 경기, 부산 등 4개 지역 4개 지점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사내 설명회와 공모를 거쳐 지점장과 영업소장 60여명을 선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삼성생명이 추진한 독립채산제 지점은 영업소장의 보수를 영업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소사장제와 독립채산제가 혼합된 것. 삼성생명 관계자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일부 영업조직원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이는 이원화된 형태로 지점 및 영업소의 책임자는 개인사업자 신분을, 여타 판매조직원은 본사 직원 신분을 갖는다”고 말했다.LG경제연구원의 고재민 연구원은 “소사장제를 운영하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늘고 있다”며 “신속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본사의 권한을 사업부로 넘기는 등 환경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연구원은 또 “소사장의 업적 평가에 실적이 제대로 반영돼야 소사장제도가 기업 문화로 정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돋보기 해외 기업 소사장제 성공사례복잡 명령 계층 단순화, 의사결정 속도 높여신속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해외 기업들은 일찌감치 소사장제를 도입했다.미국 GE는 전기를 발명한 발명왕 에디슨이 창업한 영향으로, 가전제품의 비중이 컸다. GE가 하이테크기업이라는 현재의 모습으로 변모한 데는 잭 웰치 전 회장(사진 왼쪽)의 전략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동종업계 1ㆍ2위 고수를 목표로 1등이 아니면 매각, 철수, 포기를 했다. 반면 유망한 사업이라면 매수해 반드시 1ㆍ2위로 올려놓는 데 잭 웰치 전 회장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GE는 가전, 플라스틱 회사에서 항공기, 의료기기, 원동기 및 금융 회사로의 탈바꿈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었다.GE 대변신에 기여한 또 다른 제도는 바로 소사장제 운영이었다. 조직의 규모가 확대될수록 관리직의 결재시간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잭 웰치 취임 전에는 결재 사안이 현장에서 사장까지 올라가는 동안 12단계를 거쳤다. 이를 지켜본 잭 웰치는 소사장제라는 책임경영제를 도입, 결재과정을 6단계로 단축했다.그는 또 소사장제를 운영하며 당근과 채찍을 확실히 썼다. 특정 사업부의 전략과 재무, 영업, 기술 등을 총책임지는 소사장이 좋은 실적을 내면 인센티브와 보너스 등을 올려주고 진급시켰다. 반면 실적을 내지 못하는 소사장이나 사업부장은 급여나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문의 철수 또한 쉬워졌다.즉 본사 사장에 버금가는 책임과 권한을 소사장에게 부여한 동시에 실적에 따라 상응하는 대가를 책정한 것이다. 유망사업을 우수인재에게 맡겨 운영하는 소사장제로 GE는 기업의 관료화를 막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었다.일본 소니의 경우 80년대에 도입한 사업부제를 94년 컴퍼니제로 바꿨다. 사업부제 도입 후 조직의 비대화와 세분화로 조직 분위기가 침체됐고, 의사결정 속도의 저하, 시장 대응력 하락 등의 문제도 나타난 것이다. 94년부터 시작한 컴퍼니제로 명령계층을 4~5개로 줄일 수 있었다. 컴퍼니제로 소니 조직은 각각의 컴퍼니로 나뉘어져 독립된 권한과 책임을 지니게 됐다. 본사의 역할 또한 바뀌었다. 본사는 장단기 사업 방침의 결정, 대규모 투자나 M&A, 장기적 성과 모니터링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는 모두 컴퍼니로 이관했다. 컴퍼니제 도입 후 소니는 각 사업별 책임을 명확히 했다. 그 결과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고, 사내의 기업가 정신 또한 고취됐다. 마쓰시다와 히다치, 산요 등의 일본 기업들도 소니의 컴퍼니제와 유사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