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50%는 거품” 인하 목소리 거세… A사 일산 사업지 시공사 이익률 76%

상승일로에 있는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극명하게 갈린다. 소비자단체, 행정기관 등은 ‘너무 높다. 낮춰라’로, 가격을 산정하는 당사자인 주택건설업체는 ‘어쩔 수 없는 가격이다. 손해를 보란 말이냐’로 정반대 입장이다. 이 틈에 있는 소비자는 시장경기에 따라 휩쓸려 다니는 형국이다. 최근 2~3년 주택경기가 호황을 누리는 동안 좋은 입지, 유명 브랜드 아파트라면 분양가에 상관없이 좋은 분양 실적을 올려왔다.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상황이라면 분양가가 아무리 높아도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투자자들은 믿기 때문이다.그러나 투기지역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5ㆍ23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어느새 너무 올라버린 분양가에 부쩍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한 것.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게시판에는 “아파트 분양가를 철저하게 분석해 투명한 분양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는 주문이 많이 올라있다. 건설업체에 다닌다는 한 네티즌은 “서울 경기 일원의 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건설사가 너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비, 택지구입비, 기타 사업비 등을 다 감안해도 현재와 같은 분양가는 과다하다”고 주장했다.,b>제조원가 항목 거품 ‘상당’그렇다면 ‘적정 분양가’란 어느 정도의 선인 것일까.아파트 분양가 적정선에 대한 해석은 분석 주체나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게다가 건설업체마다 제조원가를 구하는 방식이 달라 정확한 기준을 산출하기 어렵다. D건설 주택사업팀 김모 차장은 “분양가는 통상 주택사업팀과 분양팀 등이 협의해 결정한다. 한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계상한 후 분양가를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원가에 포함시키는 항목이 건설사마다 다르고 비율이나 시점도 다르다. 즉 아파트 제조원가 항목을 일반화시키거나 기준을 잡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이다”고 밝혔다. 이른바 ‘진짜’ 아파트 제조원가는 ‘며느리도 모르는 셈’이다.그러나 건설협회에 신고된 2001년 아파트 제조원가 자료를 보면 건설사가 제조원가 각 항목에서 어느 정도의 이윤을 챙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A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공급한 아파트의 경우 제조원가 중 택지비, 기타 사업비, 이윤 등을 제외한 건축공사비는 시행회사가 ㎡당 69만1,000원, 시공회사가 54만4,000원으로 책정했지만 실제 분양시에는 85만1,000원에 공급됐다. 결국 시공사는 36%의 이익을 취한 셈이다.이 회사의 일산 사업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시행사는 12만2,000원에, 시공사는 9만7,000원에 건축비를 산정했지만 실제로는 ㎡당 21만9,000원에 분양됐다. 시공사는 56%의 이익을 얻은 것이다. 또 다른 일산 사업지에서는 실제 공사원가와 분양액이 ㎡당 37만원정도 차이나 76%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이 자료를 분석한 민주당 이희규 의원실 관계자는 “건축비 한 항목에서만도 이렇게 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다른 항목에서도 거품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라고 밝히고 “결국 소비자는 실제 건축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 자료는 2001년 분양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최근 급상승세에 있는 분양가는 거품이 더욱 심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관계자는 “올 들어 분양된 아파트 분양가는 50% 이상이 시행사, 시공사, 조합 등으로 돌아가는 이윤일 것”이라고 말했다.분양가 상승은 시장 불안 불러와분양가 상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승은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과다 거품으로 연결돼 시장이 불안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분양가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이미 한계 이상으로 올랐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98년 이전 분양가 규제를 부활시키자’는 의견부터 ‘건축비 가이드라인을 만들라’는 요구까지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지난 92년 제14대 대선에 출마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아파트값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경쟁건설업체 등 공급자 진영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치부했지만 “제조원가 항목의 거품을 빼면 가능한 일”이라고 본 주택전문가도 적지 않았다.실제로 앞서 언급한 A건설의 건축비 항목에서 발견된 대로라면, 고 정주영 회장의 공약은 지금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건설사 등 공급자의 이윤을 대폭 내리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돋보기 제8차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평가소시모 “18개 아파트 중 9곳이 분양가 과다 책정”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는 9월 초 청약접수를 받는 제8차 동시분양의 분양가 평가결과를 내놓았다. 평가결과 분양을 신청한 18개 아파트 가운데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한 아파트는 9개 사업지, 총사업비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아파트도 5개 사업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시모는 분석결과를 서울시에 통보하고 이번 동시분양에서 제외시키거나 분양가 인하 등 계획을 수정 제출하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회계사, 감정평가사, 주택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평가단은 먼저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분양 대상 아파트의 주변 시세 평균가를 산출해 분양가와 비교했다. 그 결과 적게는 3,900만원, 많게는 4억5,000만원 이상 비싸게 분양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초구 방배동에 분양하는 동광아파트, 서초동에 분양하는 e-편한세상, 강남구 논현동에 분양하는 e-편한세상은 주변 시세보다 1억~4억5,000만원이 높게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평가됐다.또 용산구 원효로4가 영풍마드레빌, 서대문구 홍제동 대망드림힐, 서초동 e-편한세상 8개 사업지는 건축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밝혔다. 서초동 e-편한세상 57평형의 경우 평당 분양 건축비가 1,078만원으로 건교부 평당 표준건축비인 284만원보다 379% 이상 비싸게 책정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