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종 부회장 · 허원준 사장 등 대표적, 고영선 사장 · 진영욱 사자아 주목대상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을 정점으로 각 분야의 전문경영인들이 독립적으로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김회장은 큰 방향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나머지는 사장들이 책임경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사장단 가운데 좌장격은 (주)한화 화약부문의 이순종 부회장(60)이다. 69년 한화에 입사했고, 그룹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화약부문을 이끄는데다 그룹 내 경력이 다양해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경인에너지 이사, 한국화약 이사, 빙그레 상무, 한화 전무를 거쳐 97년 한화 화약부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대표이사 취임 직후 “이익이 없다면 급여도 없다”는 각오로 수익성 위주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 결과 취임 전 5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던 화약부문을 취임 첫해부터 흑자로 돌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한화의 또 다른 축인 한화석유화학을 이끄는 허원준 사장(57)도 한화의 간판 경영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68년에 입사한 골수 한화맨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화석유화학의 사업구조조정의 실무 총책임자로서 회사의 비핵심사업인 과산화수소, PMAA 사업 등의 과감한 정리와 해외자본 유치, 그리고 신사업부문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사업구조를 크게 바꿨다. 그룹종합연구소 연구실장을 지냈으며 한화석유화학 신사업추신실장, 한화그룹 화학부문 구조조정 TFT팀장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특히 허사장은 최근 한화석유화학이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는데다 주식시장에서 전문가들로부터 투자가 가장 유망한 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등 주목을 받으면서 그룹 내 비중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주변에서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허사장만큼 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는 많지 않은 만큼 앞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지역색이나 학연과 거리 멀어지난 68년 한화에 들어온 추두련 한화종합화학 사장(61)은 그룹 내 사장단 가운데 최고참이지만 여전히 현장을 즐겨 찾는다. 특히 추사장은 대학에서는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한양화학의 영업담당 이사를 지내는 등 경력이 다채롭다. 이사와 상무 등을 차례로 거쳐 99년부터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 99년 가공사업부문을 원료사업부문인 한화석유화학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물적분할해 가공사업 여건에 부합되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면서 지난 30년 동안 만성적자이던 가공사업을 흑자로 바꾸는 쾌거를 이룩했다. 입사 이후 30년 이상 오로지 플라스틱 가공사업에 몸담아오면서 영업분야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며 체득한 현장감각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한화의 사업군 가운데 하나인 유통레저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김정 한화유통 사장(60)은 일본에서 수학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한화그룹 내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일본 거주기간만 약 30년에 이른다. 경제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김사장은 77년 당시 경제기획단 산하 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과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차례로 지냈다. 한화와는 지난 86년 골든벨상사 도쿄지사장 겸 한화재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인연을 맺었다. 99년부터 한화유통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진취적인 스타일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으며, 부임 후 1년 만에 대전지역 백화점인 동양백화점 2개점을 인수해 흑자로 전환시켰다. 그룹 내에서 감각이 매우 뛰어난 경영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업전망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두주불사 스타일로 현장경영을 중시한다.최근 그룹의 핵심으로 떠오른 금융계열사 가운데는 고영선 대한생명 사장(59)과 진영욱 신동아화재 사장(52)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둘 다 외부영입 케이스지만 그룹 차원에서 금융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어 향후 그룹 내 역할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사장은 원래 신한은행 출신이다. 대학졸업 후 신한은행에서 행원생활을 시작했고, 고객부장과 전무 등을 거쳤다. 이어 99년 신한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다가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사장으로 영입됐다. 신한생명 사장 재직 시절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바꿔놓아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김승연 회장에 의해 대한생명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데도 이런 그의 이력이 많이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고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대한생명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취임 직후 집무실 벽을 유리로 바꿔 열린경영을 천명한 고사장은 결재과정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과장, 차장급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올해 이익목표치를 9,000억원으로 잡고 있고, 이를 위해 최근에는 ‘영업현장 속으로’라는 캠페인을 벌여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평소 직원들에게 “세계적인 종합금융기업을 만들자”고 독려하고 있으며 올해를 새로운 대한생명으로 태어나는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진영욱 사장은 관료 출신 경영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를 거쳐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을 지냈다. 재경부 시절 촉망받는 관료로 장관감이라는 내부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99년 공직사회를 떠난 후 한화증권 사장으로 스카우트되면서 한화의 대표적인 브레인이자 금융통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화증권 사장을 지내며 한화경제연구소장직을 겸임한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다. 김승연 회장과 경기고 동기로 내실위주 경영을 펼친다. 지난해 말 새식구가 된 신동아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룹에서는 진사장에게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진사장으로서는 그동안 흐트러졌던 기업 분위기를 추스르고, 하루빨리 한화 분위기로 유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한화구조조정본부를 이끌고 있는 최상순 사장은(57)은 김승연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자리의 특성상 그룹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업무를 챙기고 있는 최사장은 대한생명 인수 등에서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행 출신으로 그룹 경영기획실 상무, 경인에너지 전무, 한화유통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한화 경영진의 특징은 지역색이나 학연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특정 지역이나 대학 출신이 몰려있지 않다. 주요 대기업 경영진에 압도적으로 많이 포진돼 있는 서울대 출신도 의외로 많지 않다(표참조). 그렇다고 오너 집안 출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대부분 입사 이후 줄곧 한우물을 판 경영인이 주류를 이룬다. 한화에서 출세하려면 ‘한눈팔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질적인 외부영입 케이스라고 해봐야 앞서 말한 고영선 사장, 진영욱 사장 외에 대우건설 출신의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