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경기의 변동성이 커지지면서 많은 재벌들이 급부상하거나 사라져갔다. 재계판도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한화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한때 급격히 위축됐다가 다시 힘찬 비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향후 각 사업부문간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한화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 역시 이미 변신은 시작됐고, 향후 10년간 더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큰 틀을 화약, 석유화학 등 중공업 위주에서 금융, 유통, 레저 등 서비스산업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재계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화의 ‘오늘’을 짚어봤다.금융부문, 그룹 주력 부상한화그룹은 지난 1952년 주식회사 한국화약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전쟁 직후 국가 기간산업의 빠른 복구를 위해서는 화약산업의 육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여겼던 까닭이다. 이후 기계공업, 석유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발전시켰다.하지만 지난해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를 그룹에 편입시키며 한화는 질적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물론 여전히 그룹의 모태는 화약, 화학사업군이다. 그룹의 정신이 살아숨쉬는 곳 역시 이들 부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무게중심이 금융사업군 중심으로 쏠리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만 하더라도 금융은 10조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사업군(화약, 화학 및 유통레저)은 9조4,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미지 면에서도 63빌딩으로 상징되는 대한생명이 그룹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의 특성상 고객과의 밀착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자연 이제는 한화그룹을 화약, 화학회사를 넘어 금융이 강한 회사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건설·레저 크게 선전한화에서 요즘 잘나가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건설과 레저다. 건설의 경우 한때 고전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건설업계 순위도 10단계 이상 오르며 20위권으로 급상승했다. 마케팅도 크게 강화하는 분위기다.한화의 레저 관련 계열사로는 한화국토개발, 한화개발, 63시티 등이 있다. 한화콘도를 운영하는 한화국토개발은 이미 업계 정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지 면에서 업계 최고를 달리는데다 콘도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도에 새로 지은 제주콘도도 이미 분양을 시작했고, 10월 중순 오픈을 앞두고 있다. 레저 관련 사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한화개발은 서울시청 앞에 위치한 프라자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4년 연속 1위를 수상하는 등 경쟁이 치열한 호텔업계에서 나름의 위치를 확실하게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측은 향후 유통레저 관련 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군 가운데 하나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시나리오 경영’한화는 경영의 핵심을 시나리오 경영에 두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기업에 큰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불확실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미리 강구한다면 오히려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미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합리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법이 시나리오 경영이다.한화는 이를 통해 기업경영 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승연 회장도 평소 “기업이 직면하는 위기유형이 갈수록 대형화, 복잡화, 하이테크화되는 추세이므로 사전에 다양한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위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시나리오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김승연 회장의 ‘필사즉생, 필생즉사’한화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사훈을 ‘필사즉생, 필생즉사’로 바꿨다. 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고비마다 그대로 경영에 반영됐고, 말 그대로 어려웠던 회사는 다시 우뚝 섰다.이를 실천하기 위해 김회장은 협조융자를 요청할 때 자신의 개인 주택과 주식을 담보로 내놓기도 했다. 배수진을 쳤던 셈이다. 지난해 청와대가 주최한 구조조정 모범기업 만찬에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김회장이 초청받은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요즘 김회장은 유독 내실을 강조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 대외명분도 버렸다.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중심으로 한 외형성장에서 순익을 극대화하는 내실경영을 정착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돋보기그룹 모태 화약사업 현주소고도화와 신규사업에 승부수한화의 모태는 화약이다. 한화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그룹명도 한국화약그룹이었다. 60년대 초에는 국내 유일의 화약 제조업체로 아시아 굴지의 화약제품 생산, 판매업체로 눈부신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지금도 (주)한화의 화약부문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시피 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도 화약사업에서 나왔다.화약부문의 요즘 관심사는 사업구조의 고도화와 신규사업 진출이다. 시험가동중에 다연장 로켓탄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영업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와 함께 산업용 화약부문은 생산에서 발파까지 토털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며, 방위산업 부문에서는 종합방산업체의 기반을 조성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젊은 사원들 중심으로 태크스포스를 구성해 성장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활발한 기술교류와 마케팅 강화를 통해 중국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하지만 화약부문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그룹 총매출은 9조원대를 기록했는데, 이중 화약부문에서 올린 매출은 4,500억원 정도였다. 그룹 전체매출의 약 5%를 차지했고, 올해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생명 등 금융부문 매출이 추가될 경우 그룹 전체매출의 2~3% 수준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