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 에쓰오일계열분리되자 주가 가파른 상승세에쓰오일(옛 쌍용정유)은 99년 쌍용그룹에서 분리됐다. 당시 에쓰오일의 대주주 쌍용시멘트는 각종 자금난으로 코너에 몰린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에쓰오일의 지분 28.4%를 사우디 아람코에 팔았다. 아람코는 이로써 35% 지분을 보유, 경영권을 완전히 획득하게 됐고, 회사는 쌍용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되고 지배구조는 새롭게 뒤바뀌었다. 쌍용시멘트가 위기를 맞기 전에도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이긴 했지만, 이사회에서 쌍용시멘트와 동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에쓰오일이 쌍용그룹으로부터 분리되기 전 아람코는 계열에 지원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다만 아람코는 계열 관련 투자나 채무보증에 대해 최대한도를 설정해두는 방식으로 통제를 가할 수 있었다.계열분리되고 난 후, 에쓰오일은 현금배당을 주당 1,875원에서 98년 1,998원으로 올렸다. 이 시기에 쌍용그룹에 대한 모든 재무 지원은 중단됐다.수치를 비교해 보자. 에쓰오일의 EV/EBITDA는 계열분리된 이후인 2002년에 고점을 기록, 15배에 달했다. 계열분리 전인 97~98년에는 1.5~5.5배에 머물러 있었다. PE 역시 2002년 고점 당시 14배. 외환위기 전에는 5~9배였다. 2002년 이후 영업환경이 정유회사에 우호적인 편이 못됐기 때문에, 그리고 경쟁기업인 인천정유가 KOSPI에 못미치는 주가를 기록했는데 에쓰오일은 KOSPI를 초과했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의 원인이 지배구조에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사례-2 : 한국전기초자주주 바뀌고 KOPSI 800% 초과수익전기초자의 경우는 에쓰오일보다 더욱 극적이다. 한국전기초자는 74년부터 PC 모니터 및 컬러TV 브라운관용 유리를 전문 생산해 온 기업. 대우그룹 계열이었으나 2000년에 공식적으로 그룹과 떨어졌다. 최대주주였던 대우는 99년 51%의 지분을 일본 아사히글라스에 팔았다. 최대주주가 된 아사히글라스는 경영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서두칠 사장(현 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의 신화가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시장은 일제히 전기초자의 변신에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우그룹이 최악의 상황이었던 99년 0.5배까지 내려갔던 EV/EVITDA는 분리 후인 2001년 3.5배로 올라섰다. PE 역시 마찬가지다. 99년 1배로 바닥을 찍었다가 2001년 6배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99년과 비교해 2001년 6월 정점에 한국전기초자 주가는 무려 8배나 올랐고 KOSPI와 비교하면 무려 800%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전기초자의 주가와 가치지표들이 2001년 말, 2002년을 기준점으로 다시 하향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V/EVITDA는 대우로부터 분리되기 전인 1배, PE는 2배 수준으로 다시 주저앉았다.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으나, 도이치증권 이재민 연구원은 아사히글라스 지분을 LG그룹이 취득한 게 분기점이 됐다고 말한다. 이연구원은 “재벌 지배구조에 대해 시장이 페널티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LG투자증권 박강호 애널리스트는 “CRT 부문의 산업사이클, 성장성 측면 때문에 이런 추이가 나타난 것이지 LG가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다시 말해 한국전기초자의 핵심영역인 CRT의 성장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LCD사업으로의 진출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지 ‘재벌’ LG의 지분참여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보증권 민천홍 애널리스트 역시 “LCD 글라스 사업 진출 여부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한편 한국전기초자 주가는 지난 7월부터 다시 한 번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가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사히글라스의 지분이 높아짐으로써 계속 지연돼 오던 LCD부문으로의 진출이 곧 가시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또한 지난 7월 아사히글라스가 지분을 42.8%로 높인 사건도 있었다.두 회사의 사례는 “재벌 지배구조가 저평가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되는 논리로 볼 수도 있지만, 국내 주식에 투자한 후 외국자본의 행보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참고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에쓰오일과 한국전기초자는 주주가 바뀐 이후 회사 수익과 각종 가치지표들이 좋아지고 주식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가운데 큰 폭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는 점이 회사 경영권자가 바뀌고 난 뒤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전기초자는 주주가 바뀌고 난 2002년 현금배당 2,000원을 결의했다.한국시장이 외국인투자가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시세가 오르면 차익을 챙긴 뒤 처분하고 국내 자본시장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디 아람코와 아사히글라스를 비롯한 두 회사의 주주들은 시세에 따라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도 1~2년 만에 두둑한 현금을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