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배구조 문제점 지적,"SKT 계열 분리되면 25% 이상 오른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상승주가에 날개를 달 수 있는 것일까. 영국계 프루덴셜 금융그룹(PCA)의 닉 스콧 아시아지역 투자 총괄자산 운용본부장(CIO)은 “그렇다”고 단언한다.그는 “삼성전자가 재벌구조에서 탈피해 지주회사나 독립회사로 바뀌면 주가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도체 휴대전화 LCD에 집중하는 삼성전자 고유의 성격이 재벌 특유의 구조에 의해 침해받지 않도록 보다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해 나가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그는 “재벌체제는 여전히 한국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면서 “삼성과 같은 재벌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 해당기업을 사는 것인지, 재벌 전체와 다른 계열사를 사는 것인지 불분명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량 기업이 적자가 나는 다른 많은 계열사를 먹여 살리는 소위 재벌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이것이 해소되야 지수 1000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지배구조, 투명성, 주주 중심 경영과 같은 외국인투자가들의 단골 요구사항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가정할 때 시장에서 어느 정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수치는 다양하게 거론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20% 가량 된다는 가정 아래 지수가 1000이 될 때까지 이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현재보다 30%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또한 단순비교해 경쟁상대인 인텔 노키아 마이크론 TSMC 등의 정보기술업체 주가에 비해서는 40~80% 가량 낮은 수준이다.삼성전자와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현대 및 LG그룹 계열 우량 기업들에 대해서는 다소 막연한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SK텔레콤의 지배구조와 주가에 대한 언급은 보다 직접적이다.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로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소버린펀드가 최대주주로 등장한 SK가 SKT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도이치증권, “SKT 분리되면 32만원 간다”이 같은 상황에서 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최회장이 SKT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고 SKT가 계열에서 분리되는 데 더 많은 가능성을 두고 있다. 즉 SKT가 계열에서 분리될 날이 요원하지 않다고 보는 분석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SKT가 2분기에 낸 좋은 실적과 계열분리에 대한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이 SKT의 목표주가를 설정한 것을 보면 ING증권은 28만9,000원, 리먼브러더스는 26만원, 도이치증권은 완전분리될 경우 32만원까지, 노무라증권은 26만5,000원 등이다. 모두 현재보다 25% 이상 상승한다는 전망인 것.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설정할 때는 현재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실현가능하다고 여기는 값을 제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이라는 요건이 충족된다고 가정할 때 제시된 목표가보다 훨씬 높은 주가상승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또 SKT 주가는 경쟁기업인 일본 NTT도코모에 비해 지난 18개월 동안 15~20% 가량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NTT도코모에 비해 SKT가 성장성 전망에서 더 우월하고, 수익성도 좋다.한편 특정 기업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지배구조가 개선될 때 시가총액이 오른다는 분석치도 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 고려대 장하성 교수, 스탠퍼드대 버나드 블랙 교수가 공동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이 지배구조 지수를 10만큼 개선시킬 때마다 시가총액이 평균적으로 자산의 2% 또는 순자산가치의 7%만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초과수익률은 4~6%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관리종목을 제외한 상장사 54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답변을 토대로 기업지배구조 지수(0~100)를 회사별로 산출해 얻은 결과다.또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지배구조가 좋은 우량기업에 집중투자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지배구조펀드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례도 발견된다. 국내에서도 도이치자산운용, 세계은행 산하 투자기관인 국제금융공사(IFC),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이 공동으로 이 같은 펀드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돋보기 지배구조 증시하는 해외 간접투자 사례기업 투명성 제고, 펀드수익률에 긍정적 영향김유경ㆍ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최근 SK의 최대주주로 등장한 소버린자산운용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표방하면서, 기업지배구조를 테마로 한 투자기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소버린이 올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 8,000원대에서 1만1,000원대에 걸쳐 매입한 SK 주식은 현재 1만7,000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런 주가 상승이 SK의 항구적인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최근 기업지배구조 이슈에 주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여러 기업의 사례를 볼 때 적어도 기업의 투명성 및 책임성 제고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우리 자본시장에서는 투자판단에 있어서 기업지배구조 이슈가 아직 중요하게 고려되지는 않지만 해외 선진국의 경우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이나 개선 가능성이 중요한 투자 판단자료로 활용되고 있고 S&P 등에서는 신용등급에 유사한 기업지배구조 등급까지 매기는 형편이다.기업지배구조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기금(CalPERS)을 들 수 있다. CalPERS는 매년 중점 관리할 회사 10여곳을 선정 (focus list)하고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CalPERS가 87년부터 99년까지 투자대상 회사로 삼았던 95개 기업의 주가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대상 기업의 수익이 CalPERS 개입 이후 평균 14%(연간 2.6%)의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을 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CalPERS의 경우 릴레이셔널 인베스터스(Relational Investors), 액티브 밸류(Active Value) 등이 조성한 ‘기업지배구조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활발한데 릴레이셔널 인베스터스의 경우 연평균 29.05%, 액티브 밸류는 연평균 2.72%에 해당하는 밴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 탁월한 수익률을 나타냈다.영국에서는 최대의 연기금운용기관인 헤르메스(Hermes)가 유명하다. 헤르메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헤르메스 포커스 에셋 매니지먼트(Hermes Focus Asset Management,HFAM)는 전형적인 기업지배구조펀드인 UK 포커스펀드 (UK Focus Fund)와 UK 스몰컴퍼니 포커스펀드 (UK small Companies Focus Fund)를 운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영국 내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수익률도 좋다. 98년 10월에 설정된 UK 포커스펀드의 경우 현재 영국 및 해외 기관투자가 20여곳이 참여하고 있는데 2001년 말 현재 투입된 기금은 모두 1조3,0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연평균 20%이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헤르메스측은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기업지배구조펀드 활동영역을 전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이 헤르메스는 국내에서도 한솔제지, 현대산업개발, SK 등에도 상당한 지분을 투자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SK의 일부 이사들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는 투자가들은 한국 시장을 기업지배구조펀드 유망지로 지목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다른 선진국시장뿐만 아니라 여타의 신흥시장에 비해서도 저평가돼 있고 이러한 저평가의 주요원인이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이 단기투자에 골몰할 때 ‘코리아펀드’를 필두로 한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 SK텔레콤, 삼성화재 등 우리나라 우량주식에 장기투자해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지배구조를 테마로 한 투자에 있어서도 국내 자본이 외국자본의 뒷북이나 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성향, 펀드수익자들의 단기적인 투자성향,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연기금의 소극적인 태도는 앞으로 전개될 기업지배구조펀드에서 국내 자본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다수의 우량기업들이 헐값에 해외자본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들이 책임을 다하는 투자가로서 시급히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