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영화 돌풍의 한가운데에 <장화, 홍련 designtimesp=24158>이 있다. 관객동원 320만명, 총수입 140억원이 이 영화의 흥행성적표다. 해외수출만도 330만달러에 이른다. 투자 대비 수익률은 무려 250%. 이 영화를 제작한 마술피리의 오기민 대표는 <여고괴담 시리즈 designtimesp=24159>를 제작하기도 한 한국 공포영화의 기린아. 그러나 처음부터 공포영화를 기획한 적은 없다고 오대표는 말한다.“현실 문제와 동떨어진 공포영화는 재미가 없어요. 현실과 아무 상관도 없는 할리우드의 공포영화는 불쾌감만 줄 뿐이지요. <장화, 홍련 designtimesp=24166>도 가족문제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이야기하려는 의도였지 공포감을 주기 위해 기획된 것은 아닙니다. <여고괴담 designtimesp=24167> 역시 학교문제를 다루기 위한 영화적 표현으로써 공포영화의 형식을 빌렸을 뿐입니다.”오대표의 제작기준은 너무도 간단하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 가급적 새로운 양식을 도입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오대표의 영화에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스타가 필요한 영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스타를 고집하다 보면 만들 수 있는 영화가 한정됩니다. 대부분의 스타가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그 연령층에 맞는 영화만 만들 수밖에 없어요. 스타보다는 새로운 영화에 적합한 배우를 발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흥행의 보증수표라는 스타를 기용하지 않는 그의 영화에 순순히 투자할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은 물어보나마나.“스타를 기용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외면해요. 위험하다는 거죠. 실제로 대박을 터뜨리는 영화는 새로운 소재를 다룬 영화지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가 아닌 데도 그래요. 스타를 캐스팅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너무 강한 탓이겠지요. 그래도 스타를 기용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스타에 관심이 없는 제작자가 액션이나 SF 같은 블록버스터에 눈길을 줄 리 없다. 큰 영화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더욱 애정이 간다는 것. 마술피리의 첫 영화인 <고양이를 부탁해 designtimesp=24178>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평단의 전폭적인 찬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참패했다. 손해액만 11억원에 이르렀을 정도다.“애초부터 흥행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서울에서만 관객동원 10만명은 예상했는데, 전국관객 3만5,000명이 고작이었지요. 낯설지만 좋은 영화에 대한 지지층이 그만큼 얇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나 이런 영화가 한국영화의 지반을 굳건히 한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전용관 등 좋은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어 전망이 어둡지는 않아요.”마술피리가 제작 중인 <고독이 몸부림칠 때 designtimesp=24183>는 영화에 대한 오대표의 신념이 집결된 작품이다. 우선 소재 자체가 독특하다. 50~60대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리겠다는 것. 당연히 스타배우도 출연하지 않는다. 김무생, 송재호, 주현 등 연기력 있는 중견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투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7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영화다.“어떤 제작자가 되겠다는 각오 같은 건 없어요. 다만 흥행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마술피리 식구가 재미있어 하는 영화를 만들 생각입니다.”김우택 쇼박스 대표메가박스 성공 이끈 ‘뉴 파워 피플’주요 영화관련 매체에서는 매년 영화계 ‘파워인물’을 선정하는 행사를 마련한다. 김우택 쇼박스 대표(39)는 올해 들어 유난히 주목받는 ‘파워인물’로 꼽힌다. 전에 없이 높은 순위에 오른 덕분이지만 본래 영화계에 태생적인 배경을 둔 케이스가 아니라는 점이 관심을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다.쇼박스는 최근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변신을 선언한 오리온그룹의 계열사로 한국영화 제작투자와 외화의 수입ㆍ배급을 담당하는 회사다. 김대표 역시 그룹 계열사인 메가박스 극장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한몫을 한 뒤 지난해 쇼박스 출범에 앞장선 인물이다.“전략적으로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 케이블TV와 극장을 통해 영화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뒀기 때문에 투자사업에 있어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거죠.”영화계에서 그의 행각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해 영화계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이 강하게 어필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쇼박스는 <중독 designtimesp=24206>, <색즉시공 designtimesp=24207> 등에 투자한 데 이어 내년 초 개봉예정인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를 휘날리며 designtimesp=24208>에 1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투자하는 데 지나치게 따진다’는 일부 영화계의 평가를 받는 그가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작품의 ‘상업적 코드’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대기업이 문화적 코드를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맞는 말이지만 상업과 문화가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문화적 코드를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단지 재미있고 주목받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던 영화사업이지만 막상 내부에서 보니 밖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한마디로 ‘사람과 돈’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업이죠. 하드웨어를 갖추는 일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무척 중요하거든요. 또 대체로 제작사보다는 투자사가 위험부담을 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여타의 비즈니스와는 다른 점입니다.”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영화는 산업으로서 매우 높은 가능성을 지닌 분야”라는 확고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근 영화의 수익구조가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2~3년 내에는 제도나 시스템이 안착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특히 인적 인프라와 같은 소프트웨어 부문은 “유행처럼 번지는 시나리오의 수출과 아이템의 다양화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성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하나의 모멘텀으로 작용한 <쉬리 designtimesp=24221>처럼 한국 영화산업을 바꿔놓을 영화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우리나라 관객들은 변화에 대한 적응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결국 영화도 항상 새로운 것을 계속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자금규모보다는 색다르고 신선한 기획으로 돋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