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들은 일본보다 한국에 관심 많다”

제7차 세계화상대회가 지난 7월28일부터 3일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렸다. 전세계에 3,500명에 달하는 화상들이 모여 비즈니스 교류를 나눈 자리였다. 차기 대회 개최국인 우리나라도 김칠두 산업자원부 차관(51)을 포함한 61명의 대표단이 이 대회에 참가, 투자유치와 서울대회 홍보를 벌였다. 대표단을 이끈 김차관을 만나 대회참가 성과와 서울대회 성공전략에 대해 들어봤다.지난번 참석한 세계화상대회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요.이번 대회 참가는 차기 대회 개최국으로서 우리 정부의 대회 지원 의지와 홍보를 위해 추진됐습니다. 산자부를 비롯해 개최도시인 서울시, 대한상의를 위시한 경제단체, 한국화교경제인협회 대표 등 총 61명의 대표단이 파견됐습니다.대표단은 화교대회 선정위원회인 싱가포르, 태국, 홍콩 중화총상회장을 면담하고 축하공연, 투자환경 및 관광자원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 물류, 연구개발 허브 구상을 소개하는 등 화교자본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국화교경제인협회를 8차 세계화상대회의 공식 주최기관으로 선포한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세계화상대회는 어떤 대회입니까.세계화상대회는 전세계 화교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경제적 이익증진을 위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제안한 대회입니다. 91년 싱가포르 대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개최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화교들의 친교가 중심이었으나 대회가 거듭되면서 비즈니스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이를 주최하는 나라는 자국의 투자환경을 홍보하여 거대한 화교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800명이던 1차 대회 참가자가 2차에는 1,000명, 3차에는 1,500명이었고 6차 중국 남경 대회에는 4,800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번 7차 대회에는 3,500여명이 참가했고 서울에서 열리는 8차 대회에는 5,0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지난 1월 제8차 세계화상대회 유치가 치열했다고 들었는데요.유치경쟁은 막바지까지 치열했습니다. 2002년 6월 유치를 신청할 당시만 해도 대세는 일본에 있었습니다. 유치 결정권을 가진 싱가포르, 태국, 홍콩 가운데 태국과 홍콩이 일본을 지지하던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산자부, 한국화교경제인협회, 현지공관의 설득과 홍보가 이어졌고 2002년 12월 김석수 당시 국무총리의 친서를 태국, 홍콩, 싱가포르의 중화총상회장에게 전달하면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올해 1월15일 홍콩이 한국 지지로 선회했고 결정 전날인 1월28일에는 태국도 한국을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9회말 역전이 이뤄진 셈이지요. 경쟁국에 비해 한국시장이 역동적으로 인식된 것도 이번 유치성공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한국에 대한 화상들의 시각은 어땠습니까.사실 지금까지 화교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한국이 화교들에게 배타적인 나라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차이나타운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한 탓이지요. 또한 화교네트워크와 같은 화상들의 소통채널이나 루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현재 국내에 들어온 화교자본의 투자실적에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화교권 투자유치액은 6억달러로 총유치액의 7%에 불과합니다. 51%를 차지하는 중국과 크게 대비되는 수치지요. 그러나 이런 시각은 변하고 있습니다.이번 8차 대회 유치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많은 화상들이 일본보다 한국에 비즈니스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시장은 크긴 해도 정체돼 있어 사업기회가 적은 반면, 한국시장은 작아도 역동적이기 때문에 사업기회가 풍부하다는 시각이지요. 특히 물류와 관광 등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한해 수백만명의 중국인이 한국관광을 오고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기회만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화교에 대한 과거 정부의 다소 배타적인 정책도 많이 이해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앞으로의 일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종종 들었습니다.화교자본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입니까.현재 화교자본의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자본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통해 그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99년의 경우 화교들의 유동자산은 1조2,000억~2조달러로 추정됩니다. 이는 아시아 10개 주요 증권시장의 42%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또 아시아 1,000대 기업 중 화교가 경영하는 기업은 517개에 이릅니다. 특히 동남아지역에서 화교자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비율은 6%에 불과하지만 자산의 86%를 소유하고 있으며 실제 경제 장악력은 70% 이상이라고 추정될 정도니까요. 이에 따라 화교권 국가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화교자본을 유치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지방자치단체들도 화교자본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이는데요.지역사업에 화교자본을 유치하려는 지자체가 여럿 있습니다. 이번 대표단에도 서울, 경기, 인천, 전남 대표가 참가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습니다. 이들 대표는 세계화상대회 선정위원회 및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와 면담을 통해 각 지자체의 투자환경과 추진 중인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디지털 미디어시티 구축사업, 청계천 복원사업에, 인천시는 송도 정보화신도시사업, 영종ㆍ용유ㆍ무의관광단지, 청라국제금융단지 등에 투자유치를 요청했습니다. 또 인천시 중구가 주거단지인 북성동 일대를 차이나타운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중간 비즈니스와 문화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지요. 지자체와 국내 화교네트워크가 긴밀하게 협조하면 지자체들의 노력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2005년 세계화상대회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서울 대회는 우리나라에 화교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치되는 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실질적인 투자유치가 이뤄지는 비즈니스 중심의 대회가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우선 500대 화상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내 경제계와 해외 화교기업 및 단체 간의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운용해 국내 기업과 화상기업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마련할 방침입니다. 또 중국에 투자되는 화교자본과의 연계와 협력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화상의 자본과 국내 기업의 기술, 인력, 원부자재가 결합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동북아 금융, 물류, 연구개발 허브 구축이라는 한국의 경제발전 비전과 새로운 투자환경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입니다.약력: 1952년 부산 출생. 72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73년 제 14회 행정고시 합격. 75년 상공부 기획관리실 근무. 95년 통상산업부 기획예산 담당관. 2001년 산자부 무역투자실장. 2002년 산자부 차관보. 2003년 산자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