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따라 최고 70% 할인, 연간 1조원 반품시장 선두주자로 떠올라

계륵(鷄肋)이라는 말이 있다. 버리자니 아깝고, 딱히 쓸 데 없는 물건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고사성어다. 소비자에게 한 번 팔렸다가 퇴짜를 맞은 물건, 이른바 반품의 이미지도 ‘닭 갈비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최근 사람들에게 외면받던 ‘반품’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이나 TV홈쇼핑 같은 새로운 유통시장의 등장과 어려운 경제상황에 힘입어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새로운 아지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게이트커뮤니케이션스가 지난 4월에 문을 연 반품닷컴(대표 이원용ㆍwww.vanpum.com)은 이러한 반품 쇼핑몰의 원조격인 곳이다. HP, 엡손, 삼성전자 등의 온라인 총판으로 수익을 내던 이 업체는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 등에 물건을 공급하며 누적되는 반품이나 악성 재고를 처리할 목적으로 반품시장에 뛰어들었다.그러나 ‘자구책’으로 시작한 사업은 뜻밖에도 황금알을 낳는 ‘복덩이’였다. 현재 반품닷컴의 하루 거래량은 1,000여건. 문을 연 지 3개월 만에 15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고 있다. 반품이 발생하는 종류와 수량이 제한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몇몇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국내 반품시장은 약 1조원 규모. 온라인쇼핑몰시장의 5분의 1 수준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이러한 ‘노다지’에 이제까지 깃발을 꽂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보다 반품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탓이 크다.사실 반품은 시장이 존재하는 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반품이라는 딱지가 붙는 순간, 멀쩡한 물건도 폐기되거나 ‘땡처리’ 업자에게 넘겨져 덤핑 가격에 팔리는 게 현실이다.이 때문에 반품닷컴은 오픈 초기부터 꼼꼼한 사전 조사를 통해 일정 등급 이상의 제품만 판매하는 정책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유통 형태와 외관 상태, AS 가능 여부 등이 포함된 자체 평가기준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반품은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등급을 부여받는다. 포장이 개봉되지 않은 신제품 수준인 뉴A급, 박스만 개봉된 경우인 A급, 박스 개봉 후 일정기간 사용했지만 신품이나 다름없는 B급 등이 그것. 제품 상태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뉴A급은 10%, B급은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최규열 이사는 “철저한 상품관리와 이미지 제고에 힘쓴 덕에 반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성공비결을 밝혔다.반품닷컴 같은 반품 전문 쇼핑몰의 등장으로 불합리한 시장풍토 역시 상당부분 개선되는 조짐이다. 요즘은 자체 폐기할지언정 반품유통을 꺼렸던 외국계 기업이나 반품시장 진입을 거절했던 국내 유수의 메이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반품닷컴은 앞으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반품시장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업계 선두주자로서 반품시장의 확대뿐만 아니라 관련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곧 오픈을 앞두고 있는 ‘반품 신문고’가 한 예다. 반품 사용자들의 커뮤니티로 꾸며질 이 공간은 반품을 찾는 모든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