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요즘처럼사업하기 힘든 때도 없는 것 같다. 중국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개혁조치 때문이다.법인소득에 부여되고 있는 특혜세율이 곧 사라질 판인데다 중국에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무관세혜택은 이미 없어졌다. 내년 1월에는 중국원자재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에 적용되고 있는관세환급 마저 대폭 축소된다. 지금은 관세환급률이 최고 17%에 이르지만 앞으로는 9%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내년초의 관세환급률 축소는 올초에 이어 1년만에 두번째이다. 물론 이 관세환급률 감축은 중국기업들에도 해당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수출붐이 자신들의 투자덕이라고 여기는 외국기업들은 관세환급률 축소조치가 자신들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리지못하고 있다.◆ 외국업체, 중국국영금고 채우는 ‘봉’인가특히 지난 10월말 정부의 관세환급 자금이 바닥나 외국기업들에 반환해야 할 60억달러의 관세를 돌려줄수 없게 됐다는 중국재무부의발표도 있었던 터라 외국기업들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더더욱 지워버리지 못하고 있다.중국정부는 여기에다 한술 더 떠 내년초부터는 외국기업들이 수입해오는 공장설비기계에 주고 있는 관세면제혜택을 완전히 폐지할계획이다. 외국기업들로서는 이 조치가 관세환급률 축소 못지 않은충격이다.미·중민간기업협의회의 추산대로라면 이 관세면제폐지로 외국기업들의 중국내 사업비는 28%나 늘어나게 된다. 중국현지에 자동차부품공장을 갖고있는 얼라이드시그널 등 일부 외국업체들은 대중투자계획을 전면 재고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중국세제개혁방침에 매우 당황해하고 있다.중국정부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는 것은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맞추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으며 단지 「공정한 경쟁무대」를 만들기 위해 세제개혁에 나섰다는 것이다.그렇지만 외국기업들의 시각은 다르다. 중국정부가 무언가 꿍꿍이 속셈을 갖고 있다고 여긴다.적자투성이인 중국국영기업들의 금고는 텅텅 비어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들이 중국에서는 거의 유일한 현금창고이다. 이때문에 중국정부는 외국업체들을 「세금의 봉」으로 생각, 세금수입을 늘릴 목적으로 각종 세제혜택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반발한다. 이에대해 중국관리들은 새로운 세제가 실시되더라도 외국업체들에는 융통성있게 운용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을 달래고 있다.중앙정부의 세제변경을 단순히 「외국업체 두드려패기」 라기보다는 재정정책상의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도 있다. 하지만중국지방정부들의 행태를 보면 생각이 또 달라진다.지난해 상해시 관리들은 총 1백억 달러 상당의 외국인투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투자승인 금액이 굉장한 규모였던 것 만큼 관리들의 자세도 위압적이고 독단적이었다. 특히 상해포동지역 관리들의횡포는 말할수 없을 정도였다.포동지역의 토지및 건물임대료는 일본 도쿄도 무색할 지경으로 비싸다. 포동지역관리들은 포동의 임대료가 비싸지 않게 보이려고 상해시정부에 임대료가 싼 인근지역의 임대료를 내년 1월에 30~50%인상하도록 요구했다.외국기업들을 포동지역에 유치하기위해 별도의 혜택을 주지는 않고인근지역의 임대료를 인상, 인근지역에 진출해있는 기업들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편법을 쓴 것이다.지방관리들의 이런 행태로 인해 외국기업들은 중앙정부의 세제변경이 자신들을 두드려 패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중국정부, 지원약속 일방적 폐기 예사갑작스런 세제변경외에도 중국에는 외국업체들에 불리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인 은행업과 국내통신사업에 대한 진입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외국기업들로서 힘든 것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지원약속을 수시로 어기고 일방적으로 폐기해 버리는 일이다.외국업체들은 중국당국의 빈번한 약속번복에 몸서리를 친다. 「중국정부는 여전히 국수주의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 4, 5년전에 버린줄 알았는데….」 중국에서 오랜동안 일해온 한 서방변호사의 푸념이다. 그의 푸념은 이어진다. 「중국당국은 기업들을 압박할 때 기업이 비명을 지르지 않고 있으면 더 세게 죄어온다.」그렇지만 중국은 놓쳐 버릴수 없는 시장이다. 정부방침이 수시로바뀌고 일부 지방관리들은 탐욕에 차있고 합작파트너인 현지기업들은 변덕스럽기 그지없지만 포기할수 없는 시장이 중국이다.「How and why to survive Chinese tax torture」 Dec.2,1995,ⓒThe Economist, London이정훈 국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