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세」와 「놀부계산」. 상속·증여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상속·증여세는 바보처럼 가만히 있는 사람만 내는 세금이며 내야할세금도 놀부(세무서) 마음대로 많게 또는 적게 계산할 수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상속세 납부실적을 보면 이말이 과장이 아님을 금세 알수 있다. 지난 94년중 상속세를 낸 사람은 2천5백49명, 세액은 7천8백37억원이었다. 같은해 사망자(24만2천명)를감안할 때 1%만이 상속세를 낸 셈이다. 재산이 적어 면세점에 해당되는 사람이 90%가량 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0%정도가 세금망을빠져나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세무전문가들은 최근에 2세경영체제가 완성된 상당수 재벌그룹의경우도 사전상속이나 교묘한 증여등으로 상속·증여세를 최소화한것으로 보고 있다. 보광 희성 새한 세원 그룹등 최근 모그룹에서분리, 새로운 신흥재벌로 떠오르는 기업군들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도 수천억원대 기업의 「경영권」을 이양받으면서 낸 세금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상속·증여세는 「굵은고기」는 다빠져 나가는 「엉성한 그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것은 잘 알려진 비밀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상속·증여세로 인해 창업 2∼3세로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소유집중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순진」한 전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그만큼 계열분리나 상속등 경영권 이전에 대한 과세제도는 취약하기 그지 없다는게 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상호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계열분리의 경우 사안에 따라 약간의 증여세나 양도소득세 또는 증권거래세를 내면 세법상으로 「면죄부」를받을 수 있다. 상장회사를 분리하는 경우엔 주식을 파는 쪽이 증권거래세(매각대금의 0.45%)만 내면 된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선 아직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이 상장돼 있어 객관적인 주가가있기 때문에 평가의 과다 또는 과소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 편이다. 다만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주식을 팔 경우엔 양도차익을 법인소득으로 합산해 법인세를 내야한다.◆ 경영권 이전관련 과세제도 취약비상장회사의 분리는 문제가 좀 복잡하다. 주가의 객관적 평가를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을 객관적 가치보다낮게 평가해 양도했을 경우엔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1만원짜리주식을 5천원에 매각했다면 차액(5천원)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와별도로 양도차익의 20%(중소기업은1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할 경우엔 양도세만 내면 된다.경영권이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는 상속·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그러나 이같은 규정은 납세자들이 성실하게 신고했을 경우에만 제대로 작동한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사전에 재산을 이전한 다음 계열분리나 상속때에는 정상적으로 신고한 것처럼 위장할 경우 이를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지금까지 이용돼 오고 있는 변칙상속과 증여, 주식위장분산 방법은수없이 많다. 우선 고전적이고도 쉽게 쓰이는 방법은 세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것.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국세청퇴직자들의 「협조」를 얻어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자녀들에게 정상가격보다낮게 파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된다. 공개직전 주식을 저가로 양도한 뒤 큰 시세차익을 이용해 부를 증여하는 방법도 있다. 실권주를재배정하거나 기업주가 자산재평가후 무상증자로 실질적인 증여를하는 경우도 있다. 불공정 기업합병으로 부를 이전시키는 것도 한때 유행했다. 자녀가 대주주인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을 합병시키면서 1대1로 주권을 교부하면 자녀가 보유한 주식가치가 급등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상속세가 면제되는 문화재단 복지재단 장학회등 공익법인에 재산을출자하고 자녀등 특수관계인이 이 법인을 지배하게 하는 수법도 있다. 이는 부의 사회환원이라는 명분과 부의 세습이라는 실리를 함께 갖춘 수법으로 자주 이용된다. 가격이전도 종종 이용된다. 자녀명의의 회사를 설립해 물건을 비싸게 사주거나 부품을 값싸게 공급하며 장시간에 걸쳐 부를 이전하는 방법이다. 계열사중 자녀지분이많은 회사와 이같은 내부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를 이전하면 웬만한 세무조사나 내부거래 조사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녀에게상속하지 않고 손자에게 직접 상속하는 경우도 있다. 두번 내야 할상속세를 한번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같은 세대생략 상속의경우 세액의 20%를 가산하고 있기는 하나 세부담을 크게 줄일수 있는 방법이다.◆ 재벌·국세청간의 끊임없는 숨바꼭질재벌들이 「조직적」이고 「합법적」으로 세법망을 피하려고 쓰는머리를 세정당국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속·증여세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이 90년부터이며 국세청이 「주식이동조사업무관리규정」을 만든 것이 90년4월(92년11월에 개정)인 것은 이런 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80년대까지 변칙 상속·증여 및 주식위장분산이 「방치」상태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90년대 중반 들어서도 이런 조세환경은 별로 달라진게 없다. 국세청이 지난해 5월말 『증여수단으로 활용이 예상되는 주식이동에 대한 조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게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재무부(현재정경제원)도 해마다 세제개편을 하면서 공평과세원칙의 일환으로 상속·증여세 강화를 제시하고 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이를 의식해서인지 재경원은 올해 세제개편과 관련,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원천봉쇄한다」는 으름장을 내놓은 바 있다. 앞으로대기업과 국세청간에 상속·증여 문제를 놓고 어떤 숨바꼭질을 할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