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공급과잉의 시대다」.기회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실제로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이것은 까마득히 잊고 종래의 방법대로 해결방안을 생각하게 된다.이제까지의 기업경영은 수요과잉시대의 산물이었다. 더 많은 상품을 생산,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 신규수요가 일어나고 매출액도 늘어난다는 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었다. 현재중국과 같이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이런 원리가 유효하다. 그러나 구미선진국은 사정이 다르다. 공급과잉상태에 있으며가격을 내려도 수요는 확대되지 않는다. 일본의 소비시장도70~80년대에 걸쳐 공급과잉으로 전환됐다. 한국시장도 현재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이같은 상황이 일어날 게 확실하다.따라서 기업이 꾸준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공급과잉시대에 맞는 경영형태를 취할 필요가 있다. 수요과잉시대에는 상품을유통과정에 밀어넣으면 상품은 팔리게 된다. 그러나 공급과잉시대에는 제조업체가 상품을 유통과정에 밀어넣어도 소비자가 구매하지않으면 유통과정에 재고로 쌓인다. 재고는 모델이 바뀌면서 반품되고 폐기처분되면서 상품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당연히 팔고 남지 않도록 소비자의 수요만큼만 공급하는풀(Pull)형 공급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한다. 즉 소비자의 수요만큼공급하고 생산하는 「수요에 따른 상품공급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오늘날 도요타자동차가 개발한 저스트 인 타임(JIM:Just InTime)방식과 같이 제조업에 있어서는 수요에 따른 생산시스템이 기본이 되고 있다. 나아가 유통과정을 포함, 제조업에서 소매업까지의 전과정을 통해 JIM을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서플라이체인매니지먼트(Supplychain Management)」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POS, 소비자 기호파악 신상품개발에 이용근래 유통혁명이라 불릴만한 큰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첫째는 슈퍼마켓의 약진이다. 슈퍼마켓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구도를 타고규모의 경제에 의한 상품의 저가격화를 실현시켰다. 그후 수요과잉시대에 맞는 편의점시스템이 태어났으니 이것이 제2의 유통혁명으로 서플라이체인 매니지먼트의 구상에 기초한 것이다.편의점의 출현을 떠받치는 기술은 POS(판매시점관리, Point ofSales), EDI(전자데이터교환, Electronic Data Interchange)시스템등이다. 특히 POS는 유통업 최대의 발명으로 소비자의 구매상황을지체없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조업에 있어서도POS시스템은 공급과잉시대에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선호하는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POS 데이터에 의해 팔린 상품을 바로 보충하고 나아가 소비자의 기호를파악, 신상품 개발의 귀중한 정보원이 되고 있다.하나의 정보는 시간경과와 함께 급속히 가치를 잃어간다. 중요한것은 지체되지 않은 정보이며 POS시스템과 EDI가 이같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한다. 정보기술이 새로운 유통혁명을 이끌고 있는 예로 일본의 세븐일레븐을 보자.세븐일레븐에서는 전국 7백개 점포의 상품별 고객연령별 매출액이매일 집계되고 있다. 현재 어느 점포에서 어떤 상품이 팔리고 어떤상품이 팔리지 않는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POS데이터에기초, 팔리는 상품만을 들여놓고 팔리지 않는 상품을 반품하면 점포에는 잘 팔리는 상품만이 진열돼 편의점같은 좁은 점포에서도 큰이익을 올릴 수 있다. 참고적으로 일본 소매업체에서 최고의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이 세븐 일레븐이다.나아가 판매정보는 상품을 제조하는 메이커들에게 신제품개발의 귀중한 힌트가 된다. 이에 기초해서 제조업과 협력, 신제품 개발을진행시키면 새로운 히트상품이 속출하고 그것이 다시 세븐 일레븐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정보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ECR(Efficient ConsumerResponse)가 미국에서 개발됐다. 종래의 생산 판매 등 부문단위의효율화에서 상품공급의 흐름에 따른 효율화, 정보기술을 최대한으로 살린 시스템으로 ECR이 구상되고 있다.ECR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기 위해 제조업과 소매업이 기존의 틀을 넘어 협력하는시스템」이다. 제조 판매간의 파트너십(Partnership)이 기본이다.즉 종래의 틀을 넘어 서플라이 체인상에 있는 기업들이 협력, 소비자들의 만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에서 ECR의 성과가 보고되고 있고 앞으로 서플라이 체인이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커다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일본에서도 이토요카도(체인) 가오(제조업) 자스코(슈퍼) 등 ECR적인 시스템의 많은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시스템은 앞으로 유통구조를 근본부터 변혁하는 것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도입을시도하고 있다. 작년초 개최된 일본 최대유통업대회인 스토어 오토메이션 쇼에서도 ECR는 중심테마가 되고 있다.ECR로 대표되는 현대시스템의 열쇠는 정보기술과 물류기술이다. 공장안은 자동화의 진전에 따른 최첨단 설비를 도입함으로써 몇개 기업에서는 무인화공장이 가능해질 정도로 성력화를 이루고 있다. 공장안의 합리화는 한정된 범위에서의 합리화이기 때문에 비교적 하기 쉬운 것이다.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대로 소비자까지의 유통과정은 한개 기업내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다. 즉 국가레벨에서 인프라스트럭처(사회간접자본)로 구축되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 성질을 갖고있다.◆ ECR 실현위해 정보네트워크 불가결ECR와 같은 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정시점에 상품을 배달할수 있는 물류시스템, 시장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POS시스템, 수·발주 등 기업간의 정보를 정확 신속하게 보낼 수 있는 정보네트워크가 불가결한 것이다.미국에서는 정보네트워크 POS시스템의 분석기술에 따라 기업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일본에 있어서도 정보기술의 우열이 기업의 경영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가고 있다. 나아가 사회전체에서도 정보기술의 선진도가 경제효율을 결정하는 단계로까지 진행돼있다.현재 한국은 온나라가 맹렬히 선진국진입을 꾀하고 있다. 삼성 현대 대우그룹 등 세계적인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전체의 경제기반을 보면 물류시스템 EDI 등 오늘날 경제환경상 필요시되는 산업인프라가 빈약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새로운 산업인프라가 불가결하다. 한국이현재까지 획득한 국제경쟁력을 유지해가는데는 사회적인 산업기반의 구축이 최대의 과제이며 이를 달성하느냐 못하느냐에 향후 경제발전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다음세대의 번영을 생각하는 산업정책으로서 정보기술의 보급 물류기반의 정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조속한 정비와 관련산업의 지원이 급선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