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롯데 자이언츠 4월 3일 KBO 개막전서 맞대결…‘용진이형’·추신수 효과에 설레는 팬들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인천 문학구장. /신세계 제공
(사진) 인천 문학구장. /신세계 제공
프로야구 개막이 다가오면서 팬들의 가슴도 설레고 있다. 2021 KBO 리그는 3월 20일 시범 경기를 시작으로 4월 3일 정식 개막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무관중 개막이 유력하다. 하지만 TV 생중계를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프로야구 팬이 적지 않다.

올해는 즐거움이 배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롯데와 신세계의 ‘유통 라이벌전’이 펼쳐지는 데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 선수가 한국에서 뛰는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SK 와이번스의 새 구단명을 ‘SSG 랜더스(LANDERS)’로 3월 5일 확정했다. ‘LANDERS’는 인천을 상징하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처럼 인천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상징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팀명이다.

스포츠와 쇼핑 결합한 ‘신세계’ 탄생 여부 주목

신세계는 1월 26일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SK 와이번스 지분 100%(보통 주식 100만 주)를 1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훈련장 등 자산 인수 금액을 포함해 총 1352억8000만원을 주고받는 빅딜이었다.

SK 와이번스는 2000년 창단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4회를 포함해 21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총 8회 진출한 팀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 선수를 비롯해 김원형·박경완·최정 선수 등 한국의 정상급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한 명문 구단이다.
프로야구에서도 불꽃 경쟁 예고한 유통업 맞수 롯데·신세계
유통업과 호텔·리조트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신세계의 프로야구단 인수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 작업은 수년 전부터 추진돼 왔다. 야구단 인수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유통과 놀이의 결합’을 강조해 왔다. 야구단 인수도 같은 성격이다.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 야구단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목적이었다는 게 신세계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인천 문학구장을 찾은 팬들이 야구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이 선보여 온 서비스들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스포츠와 쇼핑을 결합한 ‘신세계’를 구현하면 온라인 영역에서도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세계는 2월 23일 둘째 ‘깜짝 발표’를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자유 계약 선수 신분인 추신수 선수와 연봉 27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었다. 신세계와 추 선수는 연봉 중 10억원을 사회 공헌 활동에 사용하기로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 입단 계약서에 사인하는 추신수. /신세계 제공
(사진) 입단 계약서에 사인하는 추신수. /신세계 제공
추 선수는 부산고 졸업 후 2001년 미국에 진출했다. 시애틀 매리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16년간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1652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 3할-20홈런-20도루(2009년),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 사이클링 히트(2015년)를 기록했고 호타준족의 잣대로 평가 받는 20홈런-20도루는 통산 3차례나 달성했다. 2018년 생애 첫 올스타에 뽑혔고 현재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 홈런(218개)과 최다 타점(782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추 선수는 SSG 랜더스에서 등번호 17번을 달고 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에서도 줄곧 17번을 달았다. 한편 정 부회장이 2월 초 미국 출장길에서 추 선수 영입에 직접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신세계 측은 “추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부회장의 로스앤젤레스 출장 목적은 올해 현지에서 출점할 예정인 그로서란트(식료품+레스토랑) 매장 ‘PK마켓’ 등을 최종 점검하기 위한 것일 뿐 추 선수 영입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신세계의 설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1월 야구단 인수를 결정한 직후 추 선수 측에 꼭 같이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에 걸쳐 전달했고 2월 중순부터 야구단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해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추 선수는 2월 25일 귀국해 2주간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격리가 해제되는 3월 11일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추 선수는 “한국행이 야구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되는 결정이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 와중에 신세계그룹의 방향성과 정성이 결정에 큰 힘이 됐고 가게 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천에 돔 구장 건립 검토”
(사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세계 제공
(사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세계 제공
정 부회장은 최근 음성 기반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돔 구장 건립 등 SSG 랜더스 운영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계획대로라면 서울 구로구의 고척스카이돔에 이어 한국의 둘째 돔 구장이 인천에 들어서게 된다.

정 부회장은 2월 27일 클럽하우스에서 “인천 청라지구에 지을 것을 검토했던 테마파크 대신 돔 구장 건립을 검토 중”이라며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버거를 인천 문학구장에 입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돔 구장 건립에 앞서 인천 문학구장을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센터로 진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 관람은 물론 쇼핑과 전국구 맛집 체험이 가능한 독특한 야구장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승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은 진심이고 우승하려고 야구단을 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SSG 랜더스의 첫 홈 구장 시구를 할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예상과 달리 “시구 계획은 없다”며 “10연승 시 시구하겠다”고 약속했다.

SSG 랜더스 엠블럼 등의 색상으로는 이마트의 상징인 노란색 대신 기존 SK 와이번스의 빨간색을 사용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빨간색이 신세계를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NC다이노스를 벤치마킹하겠다고도 했다. 야구팬 등이 NC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형’이라고 부르는 것에 빗대 “용진이형으로 불러도 좋다”고도 말했다.

클럽하우스는 기존 이용자에게 초대받은 이에 한해 통신사 인증을 거쳐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오디오 기반의 소셜 미디어다. 세계적으로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최근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초대받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소통하던 정 부회장도 가입했다.

SSG 랜더스의 출범으로 유통업 맞수가 프로야구에서도 대결을 펼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두는 팬들도 있다. 공교롭게도 SSG 랜더스는 4월 3일 KBO 개막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안방으로 불러 맞대결을 벌인다. 개막 2연전부터 화끈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번 개막전은 추 선수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맞대결이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추 선수와 이 선수는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1982년생 동갑내기다. 추 선수가 부산 수영초 3학년 때 이 선수를 야구부 감독에게 추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래의 메이저리거가 한국 대표 강타자로 성장할 만한 친구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본 셈이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