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관들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지난 90년대 초와 지금의 금융환경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시는지요.90년대 초와 비교해 많이 변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의 요인은 금리자유화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91년말부터 시작된 금리자유화가지난해 11월 제3단계 5차 자유화조치로 인해 사실상 대부분의 여수신금리가 자유화됐습니다. 이에 따라 각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예대금리를 결정하며 그 리스크도 각 은행들이 책임을 부담하게 됐습니다. 둘째로 직접금융시장의 확대와 대기업의 탈금융권현상을들 수 있어요. 주식 및 채권시장의 활성화로 직접금융시장을 통한자금조달이 손쉬워졌고 일부대기업들은 금융기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해외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가능해졌습니다. 셋째로 금융시장의 개방,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 조정, 금융기관 경영자율권의확대 등 각종 금융규제의 완화를 들 수 있습니다.마지막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금융서비스의 질이 개선되면서금융기관간 본격적인 서비스경쟁이 시작됐습니다.▶ 한승수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은행합병의 필요성을 거론했습니다만.금융시장개방으로 외국은행이 몰려오면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국내 금융계가 온실속에서 자라던 시기는 지났어요. 규모면에서 경쟁력이나 생산성있는 내부체질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방향은 합병이 이뤄지는 쪽으로 갈 것입니다. 금융계도그런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요. 다만 어느 은행이 언제 어떻게 될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정부에서도 세제등 제도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여유인력에 대한 처리문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일본의 경우 합병후 불용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합병효과를제대로 거두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은행합병에 대해 다른 은행들도 여러 채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다양하게 작업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한은행도 머리속으로는 은행합병에 대한 밑그림을그려보고 있습니다.▶ OECD가입을 앞두고 금융개방이 금융계를 포함한 경제계에 초미의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금융시장이 개방된다해도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영업거점은 역시국내시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선 국내영업기반을 확충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파생금융상품이나 선물시장, 커스터디업무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하루속히 익혀야 할 것입니다.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의 비중은 금융기관간 경쟁의 심화로 점차 줄어들고수수료 수입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수세적인 대응을 벗어나 대외진출과 투자가 적극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물론관련 전문인력의 확보가 뒷받침돼야겠죠. 저희 은행은 지난해 9월미국의 현지은행인 마린내셔널은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공격적인 해외영업을 위한 거점마련이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마린내셔널은행 인수는 글로벌경영의 일환인 것같은데 앞으로BEMS(Big Emerging Markets) 진출계획을 소개해 주시지요.지금은 해외진출이 많이 자율화됐지만 은행설립초기에는 어려움이많아 후발은행으로 해외점포망을 통한 영업이 취약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활발히 국제금융을 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현지은행을 인수하려는 노력을 8년전부터 했습니다. 2년전부터마린내셔널은행측과 접촉해 지난해에 실사에 들어갔으며 8월말 미국 FRB의 허가를 얻었습니다. 비록 지방의 소규모 은행이지만 해외은행인수를 계기로 NAFTA경제권으로 속속 진출하는 한국기업들을뒷받침하고 현지주민들과 밀착한 영업을 펼쳐나갈 전략입니다. 이머징마켓의 경우 원래 신한은행은 아시아지역에 비중을 두고 진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현재 싱가포르에 허가를 얻었으며이달중에 천진지점을 개설하고 일본에도 도쿄와 오사카를 제외한곳에 추가로 지점을 낼 계획입니다.▶ 외국금융기관과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영실적이나 체질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시는지요외국 금융기관 특히 세계 유수의 은행들과는 외형이나 경영효율면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 예를 들면 지에 의해 95년말 자기자본기준 세계 30위로 평가된 JP 모건은행의 자기자본은 96억3천6백만달러로 국내최대이자 세계1백28위 은행으로 평가된 한일은행의 3.4배이며 총자산은1천8백48억7천9백만달러로 4.9배입니다. 세전이익은 무려 13배나차이가 나며 ROA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큰 격차로 뒤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내실에 바탕을 둔 지속적인 외형성장이 필요합니다. 일본은행의 경우 외형성장에만 힘을 쏟다가 거액의 채권부실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최근 국내은행들은 금융국제화의 전제조건인 BIS기준 자기자본비율등을 견실히 유지하기 위해 ALM을 비롯한 다양한 경영관리기법을도입·개발해 나가고 있는 점은 경쟁력강화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뛰어난 경영실적으로 인해 신한은행을 흔히 관찰대상이라고들 합니다. 특별한 비결이나 마케팅전략이라도 있습니까.초기에 고객중시의 영업정책을 편 것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을 넘어서 고객의 욕구를 사전에 개발해 특화상품으로 만족시키는 마케팅전략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은행은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산업이므로 친절한 영업으로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고객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인간미 넘치는 은행」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값진 최고의 상품이니까요. 아울러 좋은 상품개발, 직원들의 파이팅스피릿주인의식 등 신한은행만의 독특한 기업문화, 시기적인 이점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을 했다고 봅니다.▶ 인재개발을 위한 연수제도가 아주 독특하다고 들어왔는데요.기업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며 기업문화는 연수를 통해 확산·형성된다고 믿습니다. 신한은행은 85년 자체소유의본점건물이 없었던 당시에도 연수원건물을 먼저 짓기 시작했을 정도로 직원연수에 투자를 기울였습니다.지난해에는 부하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신세대배우기이벤트를 가져 신세대들의 노래를 불러보고 컴퓨터게임도 해보며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배워보려고 했습니다. 올해 초 연수에는로마흥망사를 재조명해 그 성공요인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아울러미국 마린내셔널은행 인수를 계기로 앞으로 직원들의 미국연수를더욱 활발히 하는 방안을 고려중입니다.▶ 취업시즌입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구직이 어렵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을 지원하려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사항이 있습니까.특별히 어떤 능력이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없습니다. 어떤 응시자라도 기본적으로 교양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출신교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은행원으로서 갖춰야 할 품성을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종합금융그룹을 형성한 것으로알고 있습니다. 금융그룹을 만든 특별한 목적이 있습니까.금융트렌드가 글로벌화되면서 동시에 유니버설뱅킹화되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뱅킹은 말 그대로 각각의 금융업무영역이 허물어져 종합금융 서비스체제를 갖춘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도 멀지않아 규제가 완화되고 업무영역이 없어지면서 그룹이 하나의 금융기관으로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그 첫번째 단계로 한곳에서 모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복합금융플라자가 생길 것입니다. 그룹화전략은 그때를 위해 사전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현재의 금융체제아래서 가족사간 서로 협력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연구소가 싱크탱크가 되고 단자와 증권보험 및 투자신탁사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해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앞선 은행」을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신한은행의 21세기 비전은 무엇입니까지난 94년에 제정했던 「신한은행 21세기비전」을 보다 구체화해지난 7월에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먼저 인력개발이 관건이라 보고 사내경영대학을 비롯한 다각적인 인력개발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은행에 접목시키고 선진금융기법도 과감히 도입할 것입니다. 이를바탕으로 고객에게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를대표하는 서비스모델기업이 될 것입니다.이런 모든 노력과 투자가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는다면 신한은행은오는 2005년까지 총자산기준으로 현재 8위에서 국내 1위로, 2010년까지는 자기자본비율기준으로 현재 세계 1백53위에서 세계 50대은행으로 진입할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선두은행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우량은행으로 만들기까지 신한은행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은행장님의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저는 직장생활의 전부를 금융계에서 일했습니다만 조직을 관리한다는 생각은 가져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성원인 사람을 관리하는데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직원들의 일할 의욕을 높이는데 경영정책의 초점을 맞추다보면 경영성과는 저절로 얻어지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승진등 인사관리나 평가에 공정성을 기하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그리고 직원각 계층간 학연이나 지연 등에 따른 알력이나 파벌이 생기지 않도록 애써 왔습니다. 신한은행에서 출신학교·은행별 모임을 억제하는 이유도 이런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