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잭슨 마돈나 등 80년대초부터 서구에선 댄스가수로 상업적 성공을거둔 춤꾼들이 많았다. 이들이 노래만 잘 불렀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멀티미디어 시대를 사는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한가지 감각만 충족시키기 보다는 눈과 귀, 심지어 온몸을 전율케 하는 비디오적 요소가 탁월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 어느 산업이든 성공하기 위해선 시각적인 만족과 감각을 자극하는 그 무엇이 뒷받침돼야함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춤꾼들은누구일까.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대대로 전해져 오는 민족 고유의 춤은 태평무살풀이 승무 탈춤 등이다.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와 97호 「살풀이춤」은 인간문화재 우봉 이매방씨(69)가 대표적인 기능보유자다.우봉은 전수조교 2명(살풀이춤 김정녀, 승무 임이조), 이수자 50여명, 전수자 30여명 등 90여명의 제자를 두고 전통춤 보존과 대중화에 앞장서고있다. 특히 오는 12월에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고희기념공연」을 가질예정인데 국내에 손꼽히는 중견무용가 40여명의 제자가 총출동, 대형무대를 선보인다. 지난 4월에는 문하생 2명을 독일에 보내 살풀이춤 승무삼고무 소고춤 등의 공연과 연수회를 가지도록 해 우리춤의 세계화에도일익을 담당했다.◆ 대중가요 인기 뒤엔 숨은 춤꾼 있다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내게 하는 병신춤의 1인자 공옥진씨(62·무형문화재). 전남 영광에 「영광예술연구소」를 차린 그는 올해초 창무극「심청전」과 「흥보전」 무대도 펼쳐 소리에도 능한 이 시대 명인임을확인시켰다. 특히 그는 지난 연말부터 방영된 한국통신 시외전화광고에출연, CF출연료 7천만원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것을 비롯해 소년소녀가장돕기, 소록도 장애인을 위한 자선공연 등으로 한평생을 부와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학계의 권위자 무용학 박사들의 활동은 나라 안팎으로 뜨겁다. 콜롬비아대학 무용학 박사로 전위무용가인 홍신자씨(56). 그는 뉴욕에서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한 전위무용으로 한국인 최초로 뉴욕댄스시어터에서 공연을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지난 93년 「웃는돌 무용단」을 창단, 국내외무용수들과 활발한 공연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그는 명상가인 오쇼라즈니쉬의 제자로서 수행생활을 하기도 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그의「웃는돌 무용단」은 지난해 중국정부 초청으로 세계여성대회에 참가해베이징 천진 상하이에서 공연,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에서 최초로공연한 현대무용단이 됐다. 또 세계여성대회 기념사업의 하나로 출간되는 「세계여성전집」(전 12권)에는 그의 저서 <자유를 위한 변명 designtimesp=29249>(93년출간)이 포함돼 그의 춤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스포츠를 통해서 뿐만이 아니라 무용을 통해서도 국위선양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세계 5대 발레단의 하나로 꼽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주역무용수로 활동중인 발레리나 강수진씨(29)를 들 수있다. 그는 금강제화와 1억3천만원의 1년 전속계약을 맺고 요즘 TV에그 모습을 드러내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선화예고 재학시절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로 유학, 85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고「동양의 진주」로 불려 왔다. 지난 6월 <지젤 designtimesp=29250>공연을 위해 내한, 선화예고 동기동창인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문훈숙씨와 공동주역을 맡아 우정의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유럽발레계의 또다른 프리마돈나 허용순씨(32). 명문 스위스 바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던 그는 공연 뿐아니라 72명이나 되는 무용수들의 관리까지 신경을 써 달라는 단장의 부탁과 함께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유럽에서 13년간 활동하면서 <지젤 designtimesp=29253> 등의 고전에서 주역을 두루 맡았지만 연극적 요소가 강한 실험창작발레로 더 인기를 끌었다. 관중들의 호응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경영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모던발레나 네오클래식의 공연으로 3~4년 더현역으로 뛰고 그후 지도자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허씨도 선화예고 2학년 때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나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취리히발레단 등을 거치며 <카르멘 designtimesp=29254> 등의 주역으로 명성을 얻었다.미국에서도 2명의 무용수가 한국인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지난 94년 애틀랜타발레단으로 이적한 김혜영씨(27)와 국내남성무용수로는 처음 해외로 진출, 김씨와 같은 발레단에 이적한 최광석씨(29)가 그들이다. 이들은 <신데렐라 designtimesp=29255> 등의 고전발레작품에서 각각 남녀주역으로 나란히 무대에 서 호평을 받기도 한 수석 무용수들이다. 발레 외에 해외에서 동양적인 춤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재미한국인 무용가 이선옥씨(46·뉴욕대 교수)와 뛰어난 기교를 구사하는 신인 안무가안성수씨(34)도 빼놓을 수 없는 춤꾼이다. 이들은 동양의 선 철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무용 「선무」를 창안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호평받고 있다. 지난 9월1일부터 6주 과정의 워크숍을 시작, 국내 현역무용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무를 전수했다. 이 워크숍은 미국 록펠러재단 산하 아시아문화재단의 재정지원을 받아 이뤄졌다.전략적으로 해외공연을 나서는 무용인도 있다. 외무부로부터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문화사절단으로 선정돼 지난 4월 모리셔스 튀니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을 순회하며 공연을 펼친 중견 한국무용가 지희영씨(47)가 그 주인공. 솔로작품 <재수굿 designtimesp=29258> 등 전통춤을 바탕으로한 창작무용으로 국가차원의 홍보임무를 완수했다.또 인종과 국경을 하나로 묶는 다국적 규모의 강강술래를 추진, 한국전통의 공동체적 화합과 나눔의 정을 알린 재미 무용가 손인영씨(34). 그는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문화체육부의 지원을 받아 2000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강강술래처럼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탈춤 소고춤 등을 준비하고 있다. 콜롬비아대학원 국제무용 클래스에 한국무용강좌를 개설하고,현재 뉴욕 퀸즈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3년 연속 미국 록펠러재단의 장학금 수혜자로 결정돼 간간이 화제를 뿌렸다.최근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격파괴」나 「문화끼워팔기」 등이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지난 7월 「예술의 전당」 관객 4백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작품의완성도」가 공연 선택의 우선조건으로 꼽혀 자질을 갖춘 이들 국내 무용인들의 활약은 무용계 발전과 상업적 이익에 커다란 주춧돌이 될 것으로전망된다.대중음악을 하는 가수 가운데도 춤으로 출세한 이들이 있다. 우선 꼽을수 있는 것은 이 시대 최고의 레퍼 겸 댄서로 인정받고 있는 구준엽(27)과 강원래(27)가 결성한 「클론」이다. 경기고 동창으로 「현진영과 와와」의 백댄서로 활동했던 이들은 다운타운가의 댄스경연대회에 나가「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 양현석과 1, 2위를 다퉜다. 「육군 선봉예술단」에서도 함께 복무한 이들은 김건모 박미경의 래퍼 겸 백댄서로,또 댄스듀오 「탁이준이」로 각자 따로 활동하다 「댄스음악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창환씨에 의해 <꿍따리 샤바라 designtimesp=29261>를 외치며 한팀으로 묶였다. 경남대 시각디자인과를 나와 앨범재킷 디자이너로도 유명했던 구준엽과 강릉대 공예과를 나온 강원래는 댄스가수로는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백80cm의 훤칠한 키와 남성미 넘치는 건강한 몸으로 최신의 댄스흐름에 복고풍의 50년대 라틴 플라멩코적 요소를 결합한 춤으로 대중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춤은 영원한 인간 사회의 테마우리 대중가요에 최초로 랩음악이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서태지와아이들」의 이주노 양현석도 춤의 대가다. 그룹결성 전에 「박남정과 친구들」에서 백댄싱을 했던 이들은 클론의 두 멤버와 앞을 다투는 실력으로 노래 보다는 격렬함과 파워 있는 댄스로 대중에게 어필된 인물들.「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이후 혼성5인조 댄스그룹 「영턱스」를 탄생시킨 이주노는 역시 백댄서 출신의 최승민과 지준구를 영입, 랩과 춤을맡겼다. 트로트리듬이 가미돼 중년층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정 designtimesp=29266>이란 노래로 각 방송사 가요순위프로 정상을 석권하고 있는 「영턱스」는이주노의 강력한 댄스 스타일을 그대로 선보이고 있어 청소년층의 열화같은 성원을 받고 있다.춤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몸짓이기도 하다. 50년대 「맘보」에서 60년대「트위스트」, 70년대 「고고」, 80년대 「디스코」를 거쳐 90년대 「람바다」 「레이브댄싱」 「마카레나」까지 대중들은 특유의 몸동작에 휘말리며 각 시대의 한파를 잊곤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스타가 되기도 하고 퇴물로 취급되기도 하면서 많은 무용인들은 현재까지 고유의 영역을지켜오며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가무가 없는 민족이 지구상에 존재않듯이 춤은 영원한 인간 사회의 테마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되기도 하고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 연명하기도하지만 일단 입지 구축에 성공하면 명성과 물질적 풍요가 보장되기도 하는 춤. 이 영원한 신체적 언어는 앞으로도 대중들의 선택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