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든다는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94년 12월23일 구 경제기획원과 구 재무부를 통합해 발족한 재정경제원은 역대경제부처중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지는 부처로 탄생했다. 재경원은 출범당시 두 부처의 물리적인 결합이 화학적인 통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많았지만 발족이후 현실적이고 철저한재무부 문화와 창의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의 기획원 스타일이 조화를 이뤄 나름대로 발전된 조직문화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출범이후 3년여가 지난 지금 재경원 개편을 앞두고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가슴 아픔 또한 숨길 수 없다. 왜 우리가 좀 더잘하지 못하고 IMF 자금지원까지 신청하게 되었는가? 물론 오늘의현실이 있기까지 정부 특히 재경원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부처로서 당연히 가장 많은 부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멀리는 국민 언론 가까이는친지들의 비판에 할 말이 없다. 이런 아쉬움을 접어두고 지난 3년간 재경원의 명암을 돌이켜 본다.재경원은 사실 일반의 비판과 달리 출범후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 무엇보다 경제정책이 능률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즉 조직개편에 따라 예산 금융 세제 등 주요 정책 수단이 한 부처에 집중돼 거시정책의 원활한 통합조정이 가능했다. 산업정책 등 미시정책에서도 재정금융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보유한 덕분에 관련부처와의 정책조정 등이 신속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가슴아픈 얘기지만 IMF 자금 신청후 필요한 예산 세제 금융정책을 단기간에 결정해 대외신인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도 재경원 체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또 중소기업지원 고용안정대책 금융구조개혁 등의 경우 종전엔 금융·세제 지원과 재정지원이 별도로 검토돼 가끔 중복 지원되거나절름발이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재경원 체제에선각종 지원책이 종합적으로 검토돼 정책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강력한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부처간 팀웍이 형성된 것도 재경원 체제의 장점중 하나다. 일단 전반적인 경제정책 방향이 경제장관회의등을 통해 확정되면 노동 건설 복지 공정거래정책 등도 그 방향에따라 조화롭게 추진될 수 있었다.◆ 가장 심한 비판자는 다른 경제부처물론 재경원의 부정적인 측면도 인정은 한다. 종전에 비해 집중된정책결정 권한으로 인해 경제정책 운영의 관리자(Controller)가 아닌 후원자(Supporter)로 바뀌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못한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이익단체는 물론 경제부처내에서도 재경원의 독주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일반국민이들으면 우스운 얘기지만, 재경원에 대한 비판을 가장 심하게 하는곳은 다름아닌 다른 경제부처였다. 즉 전에는 타부처가 재무부와의견대립이 있을 때 기획원이 중간에 조정을 해줘 100% 목적달성은못해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은 적었는데 이제는 재경원이 결정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돼 더욱 그랬다.또 정책수단과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재경원의 정책방향이 잘못돼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정책실패를 미연에 방지할 수없었다는 점도 부작용중 하나였다. 지난해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게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새정부 출범이후 재경원에 집중된 정책기능들은 분산되거나 축소될예정이다. 재경원 관료의 한사람으로서 종전에 비해 기능이 분산된각 경제부처는 앞으로 상호 견제와 조정을 통해 균형된 정책을 만들어내고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해 하루속히 IMF 체제를 극복할 수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