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군 정남면 귀래리에 소재한 무선통신부품업체 액티패스의 설립일은 광복절과 같은 8월15일이다. 액티패스의 「속마음」을읽지 못하는 사람은 『별것 갖고 장난을 친다』고 할지 모르지만사실은 그렇지 않다.액티패스가 굳이 다른 날도 많은데 광복절을 회사설립일로 택일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선진국 업체가 독차지하고 있는 국내무선통신부품시장에서 「기술자립」을 일궈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회사설립일에 담겨 있다. 광복절이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된 기쁜날이듯 선진업체에 강점당한 국내무선통신부품사업을 자신들이나서 「해방」시키겠다는 야심이 회사설립일에 농축돼 있다.액티패스는 설립이후 6년동안 이 약속을 흔들림없이 실천에 옮기고 있다. 모든 벤처기업이 그렇듯 기술력 하나만을 밑천삼아 거의황무지나 다름없는 무선통신부품사업에 진출한 뒤 선진업체들과 당당히 맞서 상당한 「전과」를 올리며 초고속성장을 하고 있다.위성통신용 로터리조인트와 이동통신분야 관련부품 등을 국산화해상당한 수입대체효과를 올린데 이어 올해에는 무선통신부품분야 원천기술지나 다름없는 유럽시장에 진출, 선진업체와의 한판승부도준비중이다.올해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40억원이 늘어난 1백20억원. 유럽지역등 해외에 50만달러 정도를 수출하고 나머지는 국내 주요 통신업체에 판매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IMF로 경제가 말이 아니지만유럽지역에 수출전망이 밝고 국내에서의 이동통신 설비투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 매출목표달성은 무난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 인기다품종소량생산으로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큰 무선통신부품업계에액티패스가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은 지난 92년. 이 회사 사장은무선엔지니어출신인 박헌중씨. 광운대 전자통신과를 졸업한 뒤 대영전자와 금성사(현 LG전자) 중앙연구소에서 10여년동안 근무했던박씨는 외제에 의존하고 있던 무선통신부품을 국산화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이해 광복절에 회사를 설립했다.처음 3년간은 연구개발에만 몰두했다. 벤처기업의 성공여부는 기술력을 축적한 뒤 고품질의 제품을 내놓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첫 사업아이템은 위성탑재용 이중모드 캐비티필터로 선정했다.이 부품은 에어필터나 정수기필터가 이물질을 걸러내 양질의 공기나 물을 걸러내는 것처럼 원하는 주파수대의 전파만을 골라내는 장치로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핵심무선통신부품이다. 개당 가격이 2천5백달러에 달하고 위성체 1기당 20~30개 가량이 탑재된다.박사장은 마침 국내 기술진에 의해 무궁화위성제작사업이 본격화돼이 부품을 국산화할 경우 수입대체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통상산업부에 개발계획서를 제출, 공업기반기술과제로 선정받았다.정부로부터 자금도 지원받고 집도 팔아 약 4억5천여만원의 개발비를 마련해 95년 위성탑재용 이중모드 캐비티필터를 개발했다. 천신만고 끝에 이 제품을 선보였으나 돌아온 것은 한숨 뿐이었다. 무궁화위성 탑재를 목표로 개발했지만 무궁화위성 제작진은 이 제품이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제를 수입해 탑재해버렸던것이다.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액티패스는 비록 위성탑재용 캐비티필터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이과정에서 오늘의 액티패스가 있게한 중요한 응용기술을 얻는 성과를 올렸다. 초고주파 신호를 전송하는 선로로 폭넓게 사용되는 도파관(導波管) 응용기술을 습득한것이다.도파관은 대역통과필터에 의해 차단된 주파수대 이상의 신호만을전달하는 선로로 고주파전송시 다른 잡음이 끼여들 수 있는 여지를원천봉쇄하는 전파중계장치용 핵심부품이다. 당시 도파관 응용제품의 국내 시장규모는 약 2백억원대로 이 시장은 대부분 외국업체가선점하고 있었다.◆ 관통형 콘덴서, 품질 가격경쟁력 우수액티패스는 미련없이 도파관 응용제품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천기술을 이미 확보한 탓에 곧바로 제품생산에 들어가 95년 한해동안 무선전송장비 및 시스템생산업체에 판매한데 이어 96년에는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초창기에는 국내무선장비업체들이 신뢰를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1개의 샘플제작을 의뢰해도 마다하지 않고 해주는등 정성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제품에 대해 차츰 신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이런 과정을 통해 기반을 다진 박사장은 PCS(개인휴대통신)업체들이 잇따라 기지국을 설립하면서 이동통신관련부품수요가 늘자 이들제품도 양산, 시장공략에 뛰어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기지국장비시험용부품과 필터, 앰프 등을 시의적절하게 통신업체들에 공급,지난해 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무려 5배가량 증가한 것이다.액티패스는 올해초 또하나의 고부가 무선통신부품을 국내 최초로개발,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제품은 다름아닌 무선통신장비의핵심부품인 관통형 콘덴서. 이콘덴서는 통신장비의 전원 및 제어라인에 연결돼 무선신호의 혼입을 막아 순수 신호 및 전원만을 흐르게 하는 제품으로 저잡음증폭기(LNA), 파워앰프(LPA), 발진기 등이동통신시스템장비 전반에 수천개씩이 들어간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제품은 국내에서 개발한 업체가 없어 연간 3백만개 정도의 국내 소요물량이 일본 무라타사등 외국업체로부터 1개당 3달러의 고가로 수입,사용됐다.액티패스는 이에따라 이 제품을 전략상품으로 특화해 본격영업에나서고 있다. 박사장은 『품질면에서 일본 무라타등 외국제품에 손색이 없고 가격도 외국제품의 60%정도에 불과해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며 이 제품 하나만으로도 50억원정도의 매출이 기대된다고말했다.이처럼 액티패스가 무선통신부품사업분야에서 고속성장을 하게 된데는 탄탄한 연구인력이 밑바탕이 됐다. 무선엔지니어출신인 박사장은 벤처기업이 살길은 기술력밖에 없다고 판단, 연구개발에 대한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전체 직원 46명가운데 연구인력이 16명이나 되며 매출액의 10%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특히 이 회사의 잇따른 첨단고부가 무선통신부품개발에는 러시아출신 연구원이 큰 역할을 했다. 박사장은 국내 모대기업에 근무하던이 연구원이 조건이 맞지않아 귀국하려고 하자 다소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고 스카웃, 신제품개발에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