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드디어 케이블 모뎀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통신시대가 열렸다. 속도는 기존 모뎀이나 ISDN(종합정보통신망)과는 비교도 안되는 10Mbps. T1이나 E1급 전용선인 1.544Mbps, 혹은 2.048Mbps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그동안 느려터진 전화 모뎀으로 인해 속만 푹푹 썩이던 인터넷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실로 「신천지가 눈앞에 전개(展開)되는」 것과 같은 일대 변화가 아닐 수없다.초고속 인터넷 접속 시대를 펼친 주체는 부산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인 거사온유선방송(대표 김석곤)과 장비 공급 및 컨설팅 등 시스템솔루션을 제공한 한국케이블넷(대표 김경중). 거사온방송은 지난 3월1일부터 동래구와 연제구 일대의 중계유선방송 고객 및 신규 가입자들을 상대로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개시했다. 시험가동이 아닌상용서비스로는 국내 최초다.◆ 빠른 인터넷 연결 등 장점 많아케이블을 이용한 통신의 원리는 중간에 유선방송국만이 있을뿐 신호를 변조(MOdulate)하고 복조(DEModulate)한다는 점에서는 전화모뎀과 비슷하다. 우선 방송사측은 △인터넷과 접속하게 해주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즉 한국통신, 데이콤, 아이네트 등과 T1이나 E1급 전용선을 연결하고 △전용선과 가입자들을 연결해주는 방송국용 모뎀을 설치하면 되며, △각 가입자들은 PC에 케이블 모뎀과 LAN카드를 갖추면 된다. 케이블 모뎀은 방송사에서 임대해주며 LAN 카드는 개인이 구입하거나 방송사측에서 설치해주기도한다. 케이블 모뎀의 한쪽은 CATV선에 물리고 다른 한쪽은 PC에 연결한다.기존 전화 모뎀과 케이블 모뎀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개인 컴퓨터에 랜카드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케이블넷 사용자들은 모두 대규모의 랜상태로 놓이게 된다. 더 나아가면 랜투랜(LAN-to-LAN)솔루션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즉 하나의 랜이 다른 유선망을 통해 다른 지역의 랜과 연계가 되는 것이다.또 케이블넷은 항시 온라인 상태이기 때문에 대기시간 없이 언제든지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데이터 통신중에도 전화 사용이나 TV 시청이 가능하다. 특히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어 요금체계에서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사온방송은 개인의 경우 초기 설치시 2만원(랜카드 포함시 10만원)에 월 사용료 5만원 및 모뎀 대여비 월 1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즉 매달 6만원만 부담하면된다는 얘기다. 이는 전화모뎀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경우 통상 접속료 1∼2만원과 전화요금 2∼5만원(사용시간에 따라 다름)이드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고 볼수 있다.그러나 케이블 모뎀이 갖고 있는 무엇보다 큰 장점은 속도다. 이론상 케이블 모뎀이 낼 수 있는 최대속도는 무려 36Mbps에 달한다.하지만 이렇게 고속으로 연결 가능한 컴퓨터는 거의 없으므로 사용자가 실제 감지하는 속도는 3∼10Mbps 정도라고 할수 있다. 대부분의 모뎀 제조업체는 200Kbps에서 2Mbps를 최적 속도로 선택하고 있다.이달초 KOEX에서 열린 케이블 TV전시회에서는 28.8Kbps 모뎀으로다운받는데 8분 가량, ISDN으로는 2분 정도 소요되는 파일이 케이블 모뎀으로는 단지 8초만에 끝났다. 한국케이블넷의 김사장은 미국 케이블랩 연구소의 실측치를 인용, 방송사용 모뎀에서는 최소한1Mbps 이상의 속도를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동시 사용자가적으면 적을수록 속도는 더 높아지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ISDN 2분 다운받는 파일 8초만에 끝거사온 방송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수는 사업 개시 일주일 가량이지난 3월초 현재 50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 전개에따라서는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거사온 외에도 같은 부산의 사하통합유선방송, 여명유선방송, 김해유선방송과 수도권의강서, 관악, 과천유선방송 등이 시범서비스를 끝내고 빠르면 오는5월 이전에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 전주 여수 등 10개이상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이미 미국에서는 지난 96년말부터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케이블을통한 인터넷 접속사업이 시작됐으며 일본만 하더라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 96년10월부터 도쿄도 무사시노시 일대에서 사업이 시작돼4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 준비중이거나 실험을 하고 있다.현재 국내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는 모두 8백52개소로서 읍면리 단위까지 뻗쳐 있으며 가입자수는 8백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송망은 41만5천여Km. 이들은 자가 유선을 보유하고 있어 장비만 갖추면지금 당장이라도 인터넷 접속사업을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방송가입자의 약 30% 가량을 케이블넷의 잠재고객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국내에서는 약 2백50만명 정도가 초고속가입자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중계유선방송협회에서는 1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회원사에 대해서는 인터넷 서비스를 하도록 협회 차원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케이블 TV를 운영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들도 중계유선방송사와 마찬가지로 동축케이블이나 광동축 혼합망을 사용하고 있기때문에 인터넷 고속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가 선로가 아니라 한전망이나 한국통신의 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망 소유자들과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져야만 서비스를 개시할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포방송이나 중앙케이블 비전, 드림시티방송등은 이미 지난 96년부터 지난 연말사이에 걸쳐 시범 서비스를 끝냈으나 선로 사용요금 및 새 선로 투자 비율문제 등이 걸려있어 아직 상용화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기 고양과 파주 지역을담당하고 있는 경기방송은 한전망 사용 계약시 방송사측이 부가서비스를 담당하겠다고 못박았기 때문에 독자적인 인터넷 접속사업을추진할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