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중 한국노총 노사대책부장은 최근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을 상담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하루 40여명에 달하는 퇴직자들의 사정을 듣고 퇴직금을 받는 방안에 대해 조언해주면서 착잡한 기분을 가눌 수 없다고 얘기한다. 『퇴직금의 존속여부에 대한논란이 있고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업급여를 신청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현실에서 퇴직금이야말로유일한 재기발판이다. 이를 연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최부장은 특히 일부 사용자가 회사재산을 고의로 은닉하거나 축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최부장의 지적처럼 최근 퇴직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퇴직자가급증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월말현재 4만3천여명의 근로자가 제때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체불금액만 8백60여억원에 달한다. 노동전문가들은 신고된 수치가 이 정도라며 실제로는10배가 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해고」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닌만큼 퇴직금을 정확히 산출하고 제때 받아내는 방법을 아는것도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라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평균임금 기준으로 퇴직금 산출퇴직금은 1년 이상 연속적으로 한 직장에 근무한 근로자만 신청할수 있다. 일반적으로 1년을 근무하면 한달치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평균임금에는 △기본급 △법정수당(야간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등) △연·월차휴가수당 △직책수당 △가족수당 △상여금 △통근비 등이 포함된다. 퇴사직전 3개월에 걸쳐 받은 이들항목을 합한후 나눈 금액이 바로 평균임금이다.가령 A전자회사에서 5년간 근무한 김을동씨의 98년 1월,2월분 급여가 각각 1백만원[(△기본급(80만원) △야간근로수당(10만원) △직책수당(5만원) △통근비(5만원)]이고 3월분은 여기다 60만원의 상여금을 더 받는다고 하자. 그러면 평균임금은 (1백만원+1백만원+1백60만원)/3개월=1백20만원이다. 김을동씨의 퇴직금은 1백20만원×5(년)〓6백만원이다. 김씨는 퇴직한후 14일 이내에 회사측에 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회사측과 합의아래 3개월까지 연장할수 있다.● 상여금 삭감하면 퇴직금 대폭 감소최근 기업들이 경영합리화 조치로 기본급이나 상여금을 삭감하는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임금동결이 오히려 부러울 정도다. 기본급이나 상여금의 삭감은 퇴직금 산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발적」 형식을 빌어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면 퇴직금 산출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게 노동전문가들의 지적이다.최부장은 『근로자가 임금이나 상여금의 자진반납 또는 자진삭감에동의한후 퇴직할 경우 퇴직금 계산할 때 불이익을 본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겠지만 퇴사할 계획이라면 자진삭감이나 반납에동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김을동씨가 3월에60만원의 상여금을 자진반납후 근무하다가 5월에 퇴직하면 평균임금 계산때 불리하다. (1백만원+1백만원+1백만원)/3개월=1백만원이 평균임금으로 계산된다.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이나 상여금의 자진반납을 강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방안은 없다고 노동전문가들은 인정한다. 특히 「정리해고」냐 「계속근무」냐를 강요받고 있는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삭감방침에 저항할 여력이 없는게 현실이다.물론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이 임금이나 상여금삭감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 즉 A전자의노동조합이 상여금 반납에 동의하지않은 상태에서 김을동씨가 3월에 상여금을 지급받지 않은후 6월에 퇴사하더라도 퇴직금 계산시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는게 노동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동부도단체협약 등을 통해 근로자측이 근로조건 변경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원래임금대로 퇴직금을 산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으로 노조가 단체협약에 동의하면 퇴직금 산정에서 불이익에 그대로 노출돼버린다.인천 소재의 이천전기가 대표적이다. 이준기 노조위원장은 지난달중순 전권으로 회사측과 상여금 1백% 삭감에 동의했다. 동시에 7백여명의 종업원중 2백여명의 사표를 제출받는 정리해고에 합의했다. 회사측은 상여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들의 퇴직금을 산출했다. 이같은 불이익을 받자 4백여명의 조합원중 2백50여명이 위원장을 불신임하고 나섰다.노조가 없는 경우는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면 불이익을 최대한 줄일수 있다. 노동정책연구소의 한 간부는 『종업원이 30명이상일 경우노사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으며 이들을 통해 근로조건 변경에 대한입장을 전달하면 된다』면서 『다만 노조와 달리 협의체이기 때문에 강제 구속력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퇴직금 확보대책회사를 그만두면 14일이내에 퇴직금을 지급받는다. 다만 회사측의자금사정 등을 고려해서 3개월간 연기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도나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알아서 주길 바라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퇴직자가 스스로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퇴직금을 기간내 지불받지 못하면 우선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해야 한다. 전화나 팩스보다는 직접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유리하다. 진정서가 접수되면 노동부는 사용자와 퇴직자를 불러 사실여부를 확인한다. 그런다음 사용자에게 퇴직금을 지불할 능력이있는지, 언제 지불할 것인지에 대해 답변을 듣는다. 노동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면 노동부나 퇴직자가 검찰에 고발, 고소하여 강제집행토록 한다.노동부를 통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도 있다. 직접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1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소액재판을 청구하면된다. 노동전문가들은 재판을 청구할 때 사용주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신청을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의로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유한책임을묻는 주식회사의 경우 재산 가압류 신청을 하지 않으면 퇴직자들이퇴직금을 확보하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필기구 판매업체인 양지문방(주)은 1백여명의 직원중 15명을 해고했다. 이 회사 오철환 대표이사는 『토지와 건물 등 전재산을 친척과 부인 명의로 등록했기 때문에 퇴직자들이 승소판결을 받아도 이를 집행할방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국노총 최부장은 들려준다.노동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89년 3월이후 입사자에 한정되긴 했지만 퇴직금 등 임금채권은 우선변제 대상이므로 회사가부도날 경우 부동산 재고자산 설비 등 모든 재산을 확보하는 것이필요하다』며 『노동부나 노동상담소를 통해 퇴직금 연체기간의 이자까지 신청할 수 있을 정도로 퇴직금 확보관련 정보를 파악하는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