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사철이라는 부동산가의 성수기가 실종됐다. 제철을 넘기면서도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의 동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집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거나, 부동산이 가장 많은 이익을 내줬던 실물자산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머뭇거리고 있으며 팔려는 사람도 이제나 저제나 하고 가격추이에눈길을 고정시키고 있다.얼마나 떨어졌나,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 언제 오를 것인가, 언제 사거나 언제 팔아야 이익을 가장 크게 내거나 손해를 덜 볼 수있을까 등 일반인들의 의문은 커져만 간다. 특히 최근에 부동산시장의 가격폭락설마저 나돌면서 「혹시」하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있다. 이와 관련된 문의들이 각 부동산중개업소나 컨설팅업체에 연일 몰리고 있을 정도다.◆ 부동산가격 얼마만큼 떨어졌나▲주택=지난해 신도시를 시작으로 잠시 반짝했다가 이내 하강곡선을 그린 아파트가격의 하락세는 올해에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에서 조사한 아파트평당가격추이를 보면 서울의 경우매매가격이 지난해 5월의 6백42만8천∼7백10만2천원에서 지난 3월에는 6백31만∼6백96만1천원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임대가격도 마찬가지다. 같은기간에 3백15만2천∼3백42만3천원에서 2백91만∼3백19만6천원으로 값이 내렸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계상10% 이상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는게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박필연구과장의 말이다. 지난 88년이후 10년간 전국아파트값의 변동추이를 조사한 부동산뱅크의 자료에서는 지난 2월 전국아파트의 평균평당매매가는 5백6만원으로 지난 90년말~91년초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선 중개업소에서 느낀 하락세는 보다 구체적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로얄부동산의 김형수 사장은 『아파트매매가는 5∼20% 정도, 전세가는 10∼25% 정도 떨어졌지만매기가 전혀 없다』며 『이런 추세로 간다면 중개업소들의 70∼80% 정도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상가=『상업지구내 상가는 워낙 가격이 떨어진데다 거래마저 끊겨 가격을 낼수 없다』는게 상가전문컨설팅업체인 창조건업 강일구팀장의 말이다. 실제로 신촌 압구정동 신천동 홍대앞 등 이른바 잘나가던 지역의 상가들도 권리금을 깎은채 내놓는 물건들이 쌓이고있다. 그러나 『실거래가 없어 실제로는 40% 정도 떨어진 셈이며이면도로를 낀 상가의 경우 아예 권리금이 없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는게 신촌 H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주상복합아파트의상가나 전문상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창고처럼 방치된 점포도많이 있다』는게 강일구팀장의 말이다.그나마 최근 실직자들이 자영업이라도 해볼 생각으로 상가수요를근근히 이어가지만 대개 슈퍼 등 제가격을 유지하는 기본업종에 편중돼 있어 거래자체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사무실=장기간의 부동산경기침체에다 IMF로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오피스빌딩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가격하락도 만만찮다. 『하락정도를 구체적 숫자로 밝히기 어렵지만 수요가 없어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며 공실률도 증가해 서울시내 전체적으로 10∼15% 정도에 이른다』는게 신영건업 정춘보 사장의 말이다. 특히 공실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 90년초와 비교했을 때 당시는 강남과 강북의 지역편차가 있는데다 4대문 안은 거의 영향이 없었는데반해 지금은 4대문 안을 포함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비슷한 양상을보일 정도로 심각하다는게 정사장의 설명이다. 전망도 어둡다. 『전에는 매도자 위주였으나 이제는 매수자 위주의 시장으로 바뀌어 앞으로도 가격이 더 떨어져야 그나마 거래가 이뤄질 것 같다』는게정사장의 말이다.▲토지=토지시장은 아파트시장의 가격추세에 부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토지시장도 가격이 떨어진 매물만 가끔 거래가 이뤄질 뿐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토지·전원주택 전문중개업체인 돌공인중개사무소의 오인철부장은 『몇년전에 평당 10만원에 샀던 땅이 평당 8만원 정도의 급매물 정도로 나와야 거래가 이뤄질 정도며, 임야의 경우 평당 3만원에 샀던게 평당 1만원에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꿈쩍도 하지않던 농지가 귀농자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증가로 거래가 될 뿐이다. 『평당 3만원정도 하던 농지가 5만원 정도로 올랐으며 거래도 잦아졌다』는게 오부장의 말이다.◆ 집 언제 팔고, 언제 사야 하나?부동산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도대체 끝이 어디냐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업소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가 실제로부동산을 팔거나 살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부동산을 사고 파는데 적합한 시점은 누구나 알 듯이 가격의 최저점 또는 최고점. 그렇다면 지금의 하락세에서 반전해 언제 오르기 시작하느냐는것이 관건이 된다.올초만 해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매도는 빨리, 매입은 하반기이후를 보고 신중히 결정하라는게 중론이었다.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다만 예상 밖으로 하락세의 폭이 크고 길어지면서 매도시점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부동산컨설팅 정광영 사장은『지금은 급매물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으로 구입은 지금부터 6개월 이내에 서두르는 것이 좋고, 매도자의 경우 급하지 않으면 내년상반기이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올해말까지 싼값의 급매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라는 것이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박필 연구과장은 『매도-매수타이밍은 최고가나 최저가를기다리다 보면 낭패를 볼수 있다』며 『조금 더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시점에서 매도-매수하는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부동산가격의 「하방경직성」 즉 큰 영향이 없으면 부동산은 가격하락에 인색한 경향이 작용하고 있다는게 박과장의 설명이다. 그런점에서 『올 하반기가 매도-매수의 적절한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박과장의 말이다.◆ 언제까지, 얼마나 떨어질까?부동산가격 하락세가 얼마까지 지속될 것이며 얼마나 떨어질까 하는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하락세가 일시에 반등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판단에 기초해 그 기간과 낙폭에 대한 궁금증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다. 특히 급매물만이 일부 거래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평당 얼마, 또는 OO평형은 얼마 등과 같이 이제껏 가져온 보편적인 가격대 의미가 무색해졌다는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시각이다.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박필 연구과장은 『중간중간 상승 하락 등소폭의 변화는 있겠지만 2001년까지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전망했다. 그러나 부동산의 하방경직성으로 20% 이상은 떨어지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삼성경제연구소 김갑성 수석연구원은 『지금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급매물의 거래가 늘어나면 하락세가 진정되며, 97년의 수준으로 가려면 멕시코의 경우를 보듯 2000년초나 가능하다』며 『올 하반기까지 실제 거래가 없는 상태에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7월까지는 급하강하고 그 이후에는 약간의 반등이 있겠지만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게 김연구원의 예상이다.국토개발연구원 손경환 연구위원은 『올 경제성장률 0.9%를 감안해 주택은행의 주택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올 연말까지 낙관적으로 봐서 7∼8%, 비관적으로 봤을 때는 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주택가격지수는 실거래시세에 비해 둔감한 점을 감안하면 『실거래에서는 그보다 2∼3배 정도의 하락세를 보일것』이라고. 따라서 『지금보다 10%정도 더 떨어지면 바닥』이라는게 손연구위원의 말이다.이처럼 하락세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색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빅뱅」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센추리21 권오진 사장은 『이미 부동산이 떠받쳐온 국내금융기관의빅뱅이 시작돼 조만간 부동산빅뱅이 생길 소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물가가 일정수준에서 안정되고 정부의 특별한 부동산부양책이없어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지 않는다면 부동산가격폭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년후 집값이 오를까?올해의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년후의 부동산가격을 주목했다. 올해처럼 부동산 2년마다 갱신되는 임대차계약이 몰리는 짝수해인데다 올해 IMF로 기업들이 공사물량을 대폭축소했기 때문이다. 통상 아파트건설에 2년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년후에는 고정수요가 존재하는데 반해 공급량이 달리면서 가격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올해 알려진 공급물량을 보면 대형건설업체 22만3천3백30가구, 소형건설업체들이 35만3천6백9가구, 주택공사가 5만3백75가구 등 모두 62만7천3백14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34.7%, 8.7%, 19.2%씩 감소한 물량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은 『IMF가 진정되고 경기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면 IMF로 집장만을 미뤘던 사람들의 수요가 나타나면서 수요-공급의 균형이 깨져 집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센추리21 권오진 사장도 『반등요인이 곳곳에 있으며 지역 규모 등에 따라 각각 가격추세가 달리 가겠지만 2년 뒤에 오를 가능성은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도 LG주간경제에 쓴 글에서 『신규주택공급부족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2~3년이후 집값이 의외로 불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본격적인 IMF시대에 접어든지금 2년후의 상황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컨설팅정광영 사장은 『주택보급률의 증가, 가계소득감소에 따른 「한지붕 두가족」형태의 홈풀(Home-Pull)증가와 실질구매력의 감소 등으로 2년후의 상승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최근 소형주택선호도가높아지듯 대형주택선호라는 주택과소비가 차츰 빠지는 것도 한 예라는 것이 정사장의 덧붙인 설명이다. ERA코리아의 강정임실장도『3년이상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