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경제발전과 실업문제 해소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 온 중화학 공업 및 대기업중심의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으론 지속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저효율·고비용구조를 고부가가치제품의 생산으로 극복하고 중소기업중심의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산업구조를바꾸려 하고 있다. 특히 지식과 정보가 가치창출의 원천으로 부상하면서 벤처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다.그래서 새 정부가 내놓은게 벤처기업 2만개 육성계획이다. 향후 5년간 벤처기업 2만개를 육성해 4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2천개를 신규창업하도록 지원하고 기존 중소기업 1천개를 벤처기업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정부의 이런 정책은 시행도 되기 전에 비판에 직면해 있다.문제를 제대로 인식했지만 접근방법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조정과 고용안정이라는 두마리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식의시도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벤처기업 육성으로 실업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년에 2천개를 새로 창업한다는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설사 올해 벤처기업을 2천개 창업하는데 성공해도 문제다. 「위험성이 크다」는 벤처기업의 특성 때문이다. 2천개를 새로 창업한다 해도 살아남는 기업은 2백개밖에 안된다. 그나마 살아남은 2백개 기업이 모두 순조롭게 성장해 실업자를 해소할 수 있을것이란 생각은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이다.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실패한 1천8백개의 기업이란 바꿔말하면 부도기업가 1천8백명이다. 충분한 준비없이 창업대열에 들었다 부도기업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마는 것이다.◆ 민원 원스톱서비스돼야 창업 활성화연구소 창투사 일선기업 등 각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정부의 오류가 있다. 직접적인 개입이다. 특히 정부의 직접적인 정부지원 자금이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배정할 때면 거의 모든 벤처기업들이 자기사업은 제쳐두고 참여한다.정부가 직접 자금을 제공하는데서 오는 폐해는 심각하다. 자칫 건전한 기업가의 정신을 흐리게 할수 있다. 사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 보다 정책자금을 배정받고 정부융자에 의존하게 된다. 상품을팔아 돈을 버는 것에 비해 정책자금은 상대적으로 확보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창업자금 3억원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나가자 벌써부터 부작용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당장 기준만 맞춰 지원자금만 타내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일단 「3억원을 타내고 보자」는 식으로접근하고 있다. 「정부지원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현실 때문이다.그동안 정부는 직접적 수단을 좋아했다. 효과도 금방 나타나고 집행자가 힘을 갖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규칙을 망치는 길이다. 정부가 자금을 직접 지원할 경우 심사위원인 공무원이결정권을 갖게 된다. 그런데 공무원은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투자심사를 아무리 잘해도 오류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곧 자원이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자원을 배분하는 가장 효과적 시스템은 시장이다. 정부가 구성한심의위원회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자금은 직접적인 수단이아닌 시장을 통해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공급돼야 한다. 금융기관을 통해 시장의 판단에 의해 자금이 배분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은행융자와 같은 간접금융방식보다는 벤처캐피탈을 통한 직접금융방식이 바람직히다. 은행을 통해 융자받을 경우 실패하면 바로 부도라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된다.은행을 통한 융자를 담보와 보증이란 문제도 지니고 있다. 담보를요구하는 대출관행이 어떻게 벤처기업에 해를 끼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A벤처(가칭)가 정부에서 책정한 지원자금으로 4억원을 받게 됐다. 그 돈은 은행을 통해 받게 돼있다.그런데 은행 융자를 받으려면 담보가 필요하다. A벤처는 하는 수없이 기술신용보증에 가서 기술 보증서를 받아 담보로 은행에 제출한다. 물론 기술 보증서는 무료서비스가 아니다. 매달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기술 보증서를 담보로 4억원을 받은 A벤처는 공장설비를 구입한다. 이제 기술 보증서 대신 4억원을 주고 구입한 기계를 담보로 설정하려 한다. 그런데 은행에 담보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감정원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문제는 다음부터다. 감정원은 대개 설비시가의 80%만 담보가액으로 평가한다. 은행은 여기서 다시 70%만 인정한다. 80%의 70%니당초 구입가의 56%만 담보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4억원짜리기계의 담보가치가 2억2천4백만원밖에 안되는 것이다. A벤처는 결국 기술보증서를 뺄수 없고 불필요한 수수료를 매달 지급해야 한다.규칙을 만들고 기업활동의 장을 만드는게 정부의 일이다. 정부가내세운「민원 원스톱서비스」는 일종의 기업활동의 장이다.그러나 공장을 세워본 기업가들은 『원스톱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장등록증을 받기 위해서는 6~7개월간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야 한다.소방서 위생과 토목과 건축과 면장(토지심사) 경찰서 군부대 등 공장을 짓기 위해 거쳐야 할 곳이 3백곳은 족히 된다. 이 일은 누군가 대행해야 하고 각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가능하다.『원스톱서비스는 바라지도 마라. 공장짓고 연구소짓는 과정은 앞으로 기업경영하기 위한 훈련과정』이라고 자조하는 기업가도 있다.문제는 더 있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대단히 듣기 싫어한다는 점이다. 기자에게 정부정책의 문제점을 말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토를 단다. 『저는 아무 말도 안한 겁니다』라고. 각종 권한을쥐고 있는 관료가 두려워서다. 새 정부의 벤처기업 정책을 비판한전문가는 정부관료로부터 『왜 잘하려는데 찬물끼얹느냐』는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잘하기 위해선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말이다.정부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정부구성원부터 관행 정책 등 모든게「자율과 경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변해야 한다. 기업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던 해묵은 과제가 한가지라도 제대로 해결될 때 성공적인 벤처육성정책이 나오게 된다. 인위적인 육성정책보다 차분한 분위기 조성이야말로 장기적인 고용창출정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