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평가에서 B받아 작년보다 20% 올라정보통신 전문기업으로 외국계인 H사의 김과장(36). 올해로 직장생활 10년차인 김과장은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며 지난해 3천4백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다른 동료들의 연봉은 확실히 알길이 없지만 입사동기들과 비교해 평균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연봉제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만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선호해왔다.김과장은 지난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 전반적으로 불황이었지만 당초 자신이 생각했던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했다. 특히 거래처를 부지런히 개척하는 등 새로운 고객도 많이 확보했다. 상사들로부터 일을 열심히 한다는 칭찬도 여러 차례 들을 정도였다. 드디어 97년 12월 하순. 김과장은 회사측 관계자와 마주 앉았다. 98년 연봉을 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물론 96년에도 똑같은 절차를 밟았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그 느낌이 달랐다. 96년보다 실적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어서인지 작은 기대감마저 부풀어올랐다. 인사담당자는 서류에 정리한 그의 실적을 들고나와 일일이 설명해주었다.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김과장 입장에서 특별히 문제삼을 만한대목은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성적이 꽤 괜찮았다.대략적인 설명을 마친 회사측에서 98년 연봉으로 4천80만원을 제시했다. 불황을 감안할 때 김과장으로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액수였다. 지체없이 임금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한해 몸값이 결정되는순간이었다. 그렇다면 김과장이 4천80만원의 연봉을 받는 근거는무엇일까. 여기서 이를 구체적으로 따져본다.H사는 연봉을 결정할 때 크게 두가지를 감안한다. 먼저 하나는 임금인상율이다. 이는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그런데 올해는경기불황을 감안해 동결시키기로 했다. 경영진에서 한때 경기부황을 감안해 깎을까도 생각했지만 지난해 실적이 괜찮았던 까닭에 동결로 결론을 냈다.나머지 하나는 각 개인별 성과급이다. 개별적으로 성과를 따져 연봉에 최대한 반영한다. H사 직원들 사이에 연봉 차이가 나는 것도이 때문이다. 개별적 성과는 A, B, C, D, E 등 크게 다섯 단계로나눠 각각 1.5, 1.2, 1.0, 0.8, 0.6의 가중치를 준다.예를 들어 성과가 상위 5% 안에 들면 A를, 6~20% 사이는 B를 받는다. 또 20~70%는 C를 받고, 70~85%에 드는 사람에게는 D가 주어진다. 마지막으로 여기에도 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나쁜성적인 E를 준다. 앞서 설명한 김과장은 이 가운데 비교적 상위권이라 할수 있는 B를 받았다.이제 김과장의 몸값을 계산할 수 있다. 김과장의 전년도 연봉은 3천4백만원. 그러나 임금인상율이 제로라 그대로 3천4백만원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런데 김과장은 성과를 바탕으로 매긴 등급에서 B를 받아 1.2의 가중치를 부여받았다. 결국 3천4백만원에 1.2를 곱하면 4천80만원이 되고 이것이 바로 최종적인 연봉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