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주경기장, 서울 상암경기장 신축으로 결정→상암주경기장신축 백지화→인천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으로 내정→문학경기장 재검토→잠실경기장 개보수 및 상암경기장 신축 재검토」.월드컵주경기장 선정을 둘러싼 정부의 계속된 「헛발질」이다. 월드컵유치가 결정된게 지난 96년 5월 31일. 그후 1년 5개월을 질질끌다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주경기장을 신축하는 것으로 결정된게 지난 97년 10월. 보통 4년으로 잡는 공사기간과 시험가동 일정등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늦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YS정부가 주경기장 선정에 미적거리다가 임기말에 겨우 결정했다면, 새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주경기장 선정문제로 갈팡질팡하는 상황을 계속 보이고있다.지난해 결정됐던 상암동 주경기장 건설안이 이처럼 흔들린 것은 『경제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문화관광부 체육교류과 송인범과장의 설명이다. 당시 거론되었던 4천5백억원에 이르는 신축비용만큼의 투자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월드컵 주경기장에 관한한 정부의 어떤 말이라도 쉽게납득할만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 남광우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월드컵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며 원인을 설명했다. 『YS정권 때에도 주경기장이 유치결정후 1년반이나지나 결정됐을 정도로 월드컵의 의미를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이걸렸는데,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처음부터 해야한다』고 푸념했다. 정부의 체육정책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체육학과 정철수교수는 『지금이라도 「비용」으로 계산하는 근시안적인정책판단을 하지 말고 국가위상·국민통합을 고려한 대승적인 정책을 펴야한다』며 『그런 점에서 현정부의 체육정책에 대해 불만이많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국가위상이 제고됐지만, 지금 그런 정책적 판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일부에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이 지연된다는 말마저돌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오는 6월4일로 예정된 지자체선거결과를 의식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DJ가 YS정부 때 이뤄졌던 결정에 대해 전면적인 부정을 하는 것 아니냐』며 『선거를 앞둔 정당의 당리당략때문에 지연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비단 정부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나 조직위원회의 갈지자 행보도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주경기장 신축 철회촉구를 결의했던 게 지난 2월. 그러나 2개월만에 다시 서울개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 문학경기장으로 주경기장이 확정되었다는 보도가 나간후다. 「내가 먹자니 성에 덜 차고(돈이 많이 들어), 남 주기에는아깝다는 심보」라는 비난이 없을 수 없다. 월드컵조직위도 화살을피할 수는 없다. 일관되게 축구 전용구장으로서의 주경기장 신축에서 한발 비껴 지방도시에서의 개막식을 검토하거나 잠실경기장의개보수 사용을 받아들이는 입장을 표하는가 하면 다시 상암경기장을 주장하는 등 갈팡질팡 했다는게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의 지적이다. 「윗분」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