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실은행의 인수합병으로 부실은행의 이름이 없어지고 그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는 은행권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IMF 이전만 해도 누가 우리나라 은행이 망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은행 뒤에는 정부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어 은행보증이면 국가보증과 동일시했다. 설사 대출받은 기업이 망해도정부가 부실을 탕감해주든지 한국은행을 통해 저리융자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있을 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은행불사의 믿음은 IMF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은행의 총여신대비 부실여신비율이 선진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16~17%에나 달하고 은행의 건전여부를 판가름하는BIS비율이 형편없이 낮다는 발표가 잇달았다. 26개 은행중에서 절반 가까운 12개은행이 BIS비율이 4% 이하이고 마이너스도 8개은행이나 된다는 것이다.그러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작년초만 해도 소위 정부주도하에 금융개혁위원회의 금융개혁 마스터플랜이 나오고 은행,증권 등 금융기관들이 종합금융화를 외치고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세확장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지 않은가. 한마디로 실물경제의 성장만을 믿고 양적 팽창에 관심이 있었을 뿐 금융기관의 진정한 선진화와 시간이 걸리고 꼼꼼히 따져야 하는 생산성과 효율성제고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겸업화 크게 진전될듯최근 정부나 은행이나 은행 구조조정이라는 간판을 걸고 인수합병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물론 작금의 최대 현안은 은행의 자본건전성 확보이고 부실채권의 조속한 정리이기 때문에 강제인수합병을 하고 정부출자를 동원해서라도 은행의 재무상태를 정상화시켜야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우이겠지만 이것만으로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구조조정의 진짜성패는 자본금 확충이 아니라 은행의 효율성과 생산성에서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가 고비용 저효율체제의개선에 있음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눈앞의 문제인 자본건전성을 회복한후 적극 효율화 제고에 나서야 한다. 그 첫째는 누가뭐래도 은행의책임경영체제 확립이다. 경영자가 주주, 직원, 예금주에 책임지는자세가 아니고는 부실채권이 다 없어지고 자본금이 확충된다해도아무 소용없다. 누구를 위해 대출심사를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가.그런 점에서 이번 은행장인사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은일단 진일보한 모습이다. 관치금융과 은행책임경영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도 아무리 소액주주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관심을 가져야 하며 감사하는 자세를 보여 경영진을 독려해야 한다. 초기단계에선 현재와 같이 분산된 주주의 지배구조를 바꿔 대주주를 형성함으로써 주인의식을 함양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또한 개방화시대에 IMF의 위기돌파와 국제경쟁력을 동시에 잡으려면 외국 금융기관과 제휴한다든지 외국인을 경영진에 참여시키는방안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둘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예컨대 우리나라 은행은 금융전산망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복잡다기하여 1인당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에 반해 지난10년간 은행의 1인당 인건비 상승은 연평균 약 15%에 달해 은행의생산성이나 수익성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효율적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80년대말 미국에서 그러했듯이 보다 과감한 은행 인력의 리엔지니어링 (reengineering),다운사이징(downsizing)을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셋째, 우리나라 은행의 1인당 자본금은 30만달러 이상으로 미국의20만달러, 대만의 27만달러보다도 많다. 그러나 수익성은 훨씬 떨어져 적자가 아니었던 90~96년 기준으로도 자본수익률(ROE)이 5~6%수준으로 미국, 영국 등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국내 외국은행지점의 10%대에도 크게 미달한다. 결국 자본운용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에 걸맞는 인력양성및 전문화에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앞으로 금융자율화와 개방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그과정에서 금융기관간의 겸업화가 크게 진전될 것이다. 겸업화시대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신상품 및 금융기법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국내 다른 금융권역의 기관은 물론 외국 금융기관과의 적극적인 개발제휴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