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6개월 정도만 지나가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IMF는 지난해 8월 태국에 1백60억달러를 지원하면서 이렇게 밝혔다.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전망은 「부도수표」가 되고 말았다.방콕에서 형성된 「장마전선」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거쳐필리핀 홍콩 한국에까지 「집중호우」를 퍼부으며 아시아 전체가「물난리」를 겪고 있다. 「환란」으로 불리는 이번 물난리는 어느때보다 가혹했다. 살림살이가 떠내려 간 것(소득감소)은 물론 거센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실업및 자살)사람도 적지 않았다.원망스럽던 빗줄기는 다소 줄었지만 물난리의 흔적은 처참하기만하다. 물이 빠지면서 곳곳에서 붕괴사고(기업부도)가 잇따랐다.웬만한 태풍과 지진에 끄덕 없다던 고층건물(은행등 금융기관)붕괴도 속출하고 있다.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들(IMF)은 어떻게하면 성한 물건을 하나라도 더 챙길까(부도기업·은행 헐값인수)에만 혈안이 되고 있을 뿐이다.아시아의 물난리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각종 지표를 보면 금세 알수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등 IMF의 신탁통치를 받고 있는 3개국과 말레이시아 홍콩 등은 올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뒷걸음질쳤다. 「IMF우등생」인 태국은 실업자가 이미 2백만명을넘었으며 도산도 2천5백건이나 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7%나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도 실업자가 연말목표선인 1백50만명을 이미초과달성(?)했다. 인도네시아는 더욱 참혹하다. 5월중 폭동으로1천1백여명이 비명횡사한데 이어 실업자는 1천5백만명에 이르렀다.물가는 이미 60%나 뛰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고, 뛸지 암담하기만 하다.◆ 아시아위기는 21세기형 위기아시아 위기가 언제 회복되리라는 기약도 없이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치·투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기존의 처방으로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21세기형」복잡계 위기다. 우선 경제적 원인을 보자. 가장 큰문제는 경제가 엔화가치의 변동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라는 점이다.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취하면서 부품·소재등 이른바 자본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조립·가공한 뒤 소비재를 미국시장에 팔다 보니 「일본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95년 중반이후 그동안 가려졌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수출이 부진하고경상수지적자가 악화됐으며 성장률은 떨어졌다.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던 95년초까지 연평균 8%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경상수지적자를 해외자금을 유치해 메우려 한 것이 위기를 키웠다.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내면 자국통화가치가 떨어져야 하는데도 외화자금 유치를 위해 오히려 통화가치를 높게 유지했다. 더욱이 유입된 외화자금은 설비투자등 생산능력을 키우는데 보다는 주식이나부동산 등에 몰려 거품을 발생시켰다. 「빚으로 차린 위험한 축제」는 외국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거품이 꺼지고 걷잡을 수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해 10~11월중 원/달러 환율이40%나 급등(원화가치하락)하고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은 위험한축제의 비참한 막내림에 다름 아니었었다.그러나 이런 경제적 이유만이 위기를 불러왔다는 설명은 너무 「미국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무역적자가 5백70억달러에 달하고 올해는 1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이런 경상적자를 일본 독일등 무역흑자국에서 들어오는 자금으로 떼워오고 있다. 세계최대채무국이 된지 오래고 순채무잔액이 올해말에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일본과 독일은 달러가치하락으로 달러자산이 크게 줄어들었는데도 미국에 자금을 계속 쏟아부어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워주는 것은 불가사의』(피터 드러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제적 요인으로 보자면 미국도 아시아처럼 통화위기를 겪을 「충분한 여건」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통화위기가 일어날 것이란 분석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상적자가 누적돼 「달러」가 부족하게 될 경우 달러를 못구해 위기에 빠진다. 반면 미국은 필요한만큼 달러를 「인쇄」하면 된다.이같은 사실은 위기의 또다른 요인인 국제투기자금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미국 달러를 상대로는 「게임」을 벌이지않는 반면 약소국 통화에 대해선 약점만 보이면 언제든지 「사냥」에 나선다. 현재 활동중인 헤지펀드는 5천개, 4천억달러에 이르는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통상 원금의 10배 가량의 차입금을 동원해 투기에 나서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4조달러에 달하게 된다. 이는 일본의 GDP(국내총생산)에 육박하는규모로 아시아 전체 GDP보다는 두배가량 많은 규모다. 태국 바트,말레이시아 링깃, 홍콩 달러, 한국 원 등은 국제투기자금의 거친사냥 앞에서 불쌍한 제물이 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이라는 얘기다.이는 조지 소로스에게 「헤지펀드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준92~93년의 「유럽통화위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당시 소로스씨를 포함한 투기자금은 하루에 1천억달러 이상을 동원할 수 있었다. 유럽의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선 규모는 고작 하루에 10억달러 수준이었다. 결국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이 굴복, 파운드화를 평가절하하고 말았다. 소로스는 1주일새에 10억달러를 버는 「전설」을 만들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도 가세아시아 위기에는 S&P나 무디스같은 미국계 신용평가기관의 「지원사격」이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통화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에신용평가등급을 크게 낮춤으로써 위기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이 대표적인 희생양이 됐다.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한국의 신용등급은 AA였다. 한보에 이어 진로 삼미등 중견그룹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7월에는 기아그룹마저 사실상 부도를 냈지만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홍콩주가가 투기에 휩싸여 폭락한이후 두달만에 B등급으로 네단계나 급락했다. 「신용등급하향조정→외국인 주식·원 매도→신용등급추가하락→주식·원폭락」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강의 기적」은 이렇게 신용평가기관과 투기세력의 협공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는 유럽의 신용평가 회사인IBCA가 올1월까지도 통화위기 이전등급을 유지했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이런 과정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통화위기의직격탄을 맞은 나라에서 공통되게 나타났다.미국계 신용평가회사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하는 또다른 요인은아시아 위기 이후 미국계 기업과 금융기관의 아시아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혼란은 찬스다. 이것을 기회로 아시아에의 진출을 확대하고 싶다』(웰치 GE회장)는 희망이 그대로실현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주가를 떨어뜨리거나 부도를 내게 한뒤 헐값으로 싹쓸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서울·제일은행이 매물로 나와 있고기아 한보도 오는 9월께 국제경매에 붙여질 예정이다. 청산절차를밟고 있는 동서증권의 경우는 일본의 야마이치증권처럼 정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릴린치는 야마이치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애드벌룬을 띄운 채 결국은 인수하지 않아 문을 닫게만들었다(?). 그뒤 알짜배기 지점 30여개와 직원 2천명을 싼값에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지불한 금액은 18억엔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야마이치를 인수했을 경우(최소한 5백억엔)의 3%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7월1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메릴린치저팬 영업점에 근무하는 사람은 모두 야마이치증권 출신이다.◆ IMF프로그램이 위기 악화아시아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는 IMF의 정책권고(사실상 강요)가 잘못됐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IMF는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에 자금지원을 하면서 재정긴축과 금융긴축을 요구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고금리로 외화유입을 유도하고 재정긴축으로불요불급한 수입을 억제, 경상수지를 흑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금융·재정긴축은 통화·금융위기에 처한 국가에 대해IMF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온 처방전이다. 지난 94년 멕시코 위기때도 사용됐다.그러나 이번 아시아 위기는 멕시코 위기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위기의 원인이 정부채무가 아닌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과다채무였으며,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재정이 균형을 이룰 정도로 건전했다. 그럼에도 IMF는 이런 사정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가혹한 긴축정책을 밀어붙였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금융경색으로 기업이 부도도미노에 빠졌으며 실업이 급증하는 속에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IMF와의 약속을 어기고확장예산을 짰던 인도네시아는 지난1월 IMF의 자금지원이 끊겨 2차위기를 겪었다. 5월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IMF요구를 받아들여 기름값을 올린 것이 기폭제로 돼 폭동이 일어나고 결국 정권이 바뀌고 말았다. 위기의 원인이 유동성의 일시적 부족에 있었던만큼 IMF는 단기외화자금을 지원하고 사후정책은 해당국가에 맡겼어야 한다는 지적(펠트슈타인 하버드대학 경제학과교수)은 이래서 나온다. IMF처방전을 「사실상」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서머즈 미국 재무부부장관의 둘도없는 친구인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는 『IMF처방이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슐츠 전미국국무장관도『IMF처방은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가세하고 있다. 이는 『IMF로부터 경제운영과 국내개혁에 대해 가혹한 조건을 강요받는 것은 경제식민지』(마하티르 총리)라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서도 입증되고있다.◆ 일본의 무능력-오산아시아가 위기에서 벗어날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는 일본의 무능력과 오산도 가세하고 있다. 일본이 무능력한 것은 IMF지원자금의 절반(4백20억달러)를 부담하면서도 주도권(이니셔티브)을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 위기때 미국은 손발을 벗고 나서 자금을 지원하고 멕시코의 수출시장이 돼줬다. 이에따라 멕시코는 「V자형」회복을 나타내며 단시일내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은 세계최대의 채권국이며 1천2백조엔에 달하는 개인의 금융자산을 자랑하면서도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를 위해 수입을 늘릴 힘이 없다』(미야자와 전총리)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일본의 오산은 아시아의 위기가 지속돼도 일본은 나쁠게 없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이는 엔화약세를 통한 수출증가를 경제난타개 수단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엔화약세→일본수출증가→경기회복→주가상승」의 선순환이 기대된다는 분석에서다. 일본은 미국의 「양해」속에 올들어 엔화약세를 용인해오고 있다. 연초까지만해도 달러당 1백20엔대를 오르내리던 엔/달러환율은 지난4월1백30엔대로 상승한 뒤 6월중순에는 1백46엔까지 치솟았다.(엔화가치폭락) 엔화약세는 일본의 수출에 유리하고, 미국으로서도 해외투자자금이 미국에 유입돼 고주가를 떠받치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국경제가 죽어도 일본은 괜찮다」(週刊文春)는 분석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그러나 이런 일본의 계산이 틀렸음은 외환·주식시장에서 금세 나타났다. 엔이 폭락하면서 일본에 대한 불신이 심화돼 엔과 일본주식 매도가 늘어나 엔이 더 떨어졌다. 아시아 국가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반하락, 아시아 위기는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도 낳았다. 결국 『엔화폭락은 위안화 절하를 하지 않겠다는 중국정부를 어렵게하고 있다』는 중국의 점잖은 「항의」를 낳았고 미국과 일본은 서둘러 엔화약세를 방지하기 위한 협조에 나섰다.일본은 지난 95년4월19일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79엔대까지 떨어지는 「엔고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시아진출을 확대했다. 아시아국가(특히 ASEAN)의 경제구조가 일본의존으로 된 것은 이때의 적극적인 일본자금 유입에 따른 측면이 많다. 그런데 95년하반기부터미국과 일본은 갑자기 「엔고·달러저」정책을 「엔저·달러고」로바꾸었다. 엔이 약세로 돌아서며 아시아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됐다. 이번 아시아위기의 원인(遠因)은 일본에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본은 『내코가 석자』라며 아시아를 외면, 회복이 지연되는 「L자형」성장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위기극복에 세개의 걸림돌아시아 각국은 위기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국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등지에서는 새로 들어선 정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나쁜 것이 훨씬 많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개혁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실업이 급증, 사회불안우려가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세가지 「외생변수」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최대의 초점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능성이다. 중국정부는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다짐하고 있다. 장쩌민 중국주석은 6월말 열린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절하불가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겠다는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홍콩을 외국의 자본유치창구로 이용하겠다는 경제적 이유다.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 중국은 물론 홍콩의 대외신뢰도가 떨어져 외국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외국돈이 절실한 중국으로서는 어려운선택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요인이다. 「위안화유지」로 미국과 협조하며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일본이 아시아위기를 외면하고 엔화약세를 지속, 국제적인 비판을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그러나 중국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룽지 총리의3대(국유기업·금융·행정)개혁정책으로 실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공식실업자는 5백만명(실업률 3%)이지만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반실업자(1천5백만명)를 합칠 경우 심각한 상황이다.게다가 아시아의 통화절하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부진하고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다. 1/4분기 수출증가율은 13.2%로전년도(20.9%)를 크게 밑돌았다. 성장률도 7.2%로 목표(8%)에못미쳤다. 『중국은 매년 늘어나는 노동인력 1천만명을 흡수하기위해선 최소한 8%를 성장해야 한다. 수출부진으로 성장률이 이에못미칠 경우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을수 없다.올해는 절하하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절하할 가능성이 높다』는게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통화는 또한차례 홍역을 치룰 것이다.아시아국가들간의 절하전쟁이 일어나고 세계동시대불황을 초래하는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둘째 유로(EURO)의 출현과 미국의 달러와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다. 현재 미국달러와 주가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제자금(특히 일본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내년1월1일부터 유럽의 단일통화인 EURO가 등장할 경우 상황은달라진다. 달러의존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보유하고있는 달러를 팔고 EURO로 전환할 공산이 커지고 있어서다. 세계달러자산중 20%정도인 1조달러가 EURO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력이 약해지며 달러화가치가 떨어지고 자금유입이 줄어들며 버블양상을 띠고 있는 미국주가도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시아위기, 유럽정체속에 독야청청으로 성장을 구가하던 미국경제도 뒷걸음질치며 세계동시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얘기다.셋째, 러시아 위기다. 위안화절하나 미국주가하락보다 파괴력이 작으나 또 한차례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올들어 러시아는주가·환율·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약세」에 시달리고있다. 주가는 절반으로 주저앉았고 환율도 6%가량 올랐다(루블화하락). 외환준비고는 2백90억달러에서 1백40억달러로 급감했다.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재할인율을 50%에서 1백50%로 인상한 것이오히려 불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IMF와 1백억∼1백50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협상하고 있다.◆ 연말까지 극복하지 못하면 2차위기아시아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것도 언제까지 지속되고, 언제부터 재생의 길로 들어갈지가 불투명한 확산형이다. 세가지 외생변수가 가시화되기전인 오는 연말까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 2차위기에 빠질 공산도 크다. 한때「동아시아의기적(IBRD·93년)」「아시아성장모델」로 추앙받던아시아. 세계동시불황의 진원지란 오명을 벗고 옛날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남겨진 시간은 6개월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정된 시간동안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명예회복과 영원한 나락의 희비쌍곡선이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