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8일 55개 부실기업의 퇴출 발표가 있었다. 55개중 상장사는 10개사로 대부분 비상장사였다. 이들 퇴출기업들의 면면을 보면이미 거의 정리되어 퇴출이 필요 없거나 이미 부도상태인 기업들이대부분이었다. 퇴출된 상장사들의 주가도 대부분 5백원 미만이었다. 외국인들은 국민경제와 소속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큰 짐이 되는 큰 부실기업은 제쳐두고 「피라미」 기업 혹은 이미 퇴출가치조차 없는 기업들만 골라 발표했다는 반응이다.그러나 이번 부실기업 퇴출을 외국인들이 보는 것처럼 반드시 비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번의 부실기업퇴출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부실기업들과 부실금융기관 퇴출의 시작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6월27일 부실은행 퇴출, 6월말 9개 리스사 퇴출에 이어8월중에는 5대그룹의 계열사중 계열사간의 내부거래(예: 자금지원,지급보증, 물품구매, 인력, 설비지원 등)에 의해 연명하고 있는 많은 계열사들이 퇴출될 예정이다. 8월까지는 소위 5대그룹간의 빅딜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재벌계열사간의 내부거래조사는 5대그룹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지 않아 30대 그룹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실계열사의 추가퇴출은 30대그룹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30대재벌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65대 재벌그룹 계열사 및 기타 중견 부실기업들이 2, 3, 4차로 계속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여 증권시장에서는 올 내내 기업의 퇴출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으로보인다.그러면 증권시장에는 부실기업퇴출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먼저 부실기업의 퇴출은 증권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한다. 한국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외국인으로부터 신뢰감을 회복할수 있고 금리하락, 수출금융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출되지 않은 기업 주가 회복또 퇴출되지 않은 기업은 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퇴출우려로 폭락했던 기업들의 주가도 회복할 수 있다. 지난 18일자의 퇴출기업발표는 전반적으로 기대수준 이하여서 앞의 세가지 효과는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퇴출우려로 폭락했던 주식들의 주가가 퇴출발표 이후 1~2일간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앞으로 2, 3차 퇴출이 일어나면 앞의 3가지 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날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외국인들이 한국주식을 파는 것은 우리의 구조조정이 부진한탓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의 경기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하고 경기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찾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경기가 계속 악화될 경우 구조조정을 해도 별로효과가 없고 계속 부실기업이 발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따라서 국내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금리하락과 경기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즉 구조조정은 주가상승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볼수있다.이는 태국의 예에서 잘 알수 있다. 태국은 한국보다 5개월 먼저IMF관리를 받았다. 태국은 구조조정을 위해 50여개 파이낸스사의폐쇄, 외국인에 대한 은행 매각, 시장을 통한 금융기관 부실여신의매각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구조조정에 앞선 것으로 모든 외국인으로부터 평가되고 있다.그러나 태국의 주가는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회복을 기약하기 어려워지면서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현재 태국의 주가는 우리보다 낮은 2백70포인트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태국의 주가지수는 한국지수와 거의 유사한 수준에서 동반현상을 보여왔다.그러나 3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작년 동월대비 마이너스 22%에 달하면서 태국지수는 더욱 싸늘하게 돌아섰다.(우리나라는 4월에 산업생산증가율이 마이너스 11%였다)이제 부실기업의 퇴출이 개별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살펴보자. 먼저 퇴출기업의 주가는 퇴출후 처리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우량 계열사와 합병한다면 합병비율이나 감자여부에 따라달라지겠지만 주가는 상승 가능성이 높다. 현대리바트가 대표적인케이스이다. 퇴출우려로 2백30원까지 급락했던 현대리바트 주가는퇴출발표 후 현대건설과의 합병 가능성으로 인해 3백30원까지 급등했다.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퇴출기업들은 매각 혹은 청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며 이 경우 퇴출기업의 주식은 휴지조각이되고 만다. 따라서 우리경제가 IMF관리 아래 어려움이 지속되는한향후 퇴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주식들에 투자자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랄 수 있다. 비록 당장은 퇴출을 면했다 할지라도 언제 퇴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량계열사와 합병 … 지급보증 손실 없어부실기업 퇴출은 또 이들 기업에 지급보증을 섰거나 이들 기업이발행한 회사채 혹은 CB나 CP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에도 큰 악재로 작용한다. 지급보증은 은행 증권 보증보험 등 금융기관들과 우량계열사들이 주로 섰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이 청산될 경우 지급보증을 선 기관이나 기업들은 지급보증채무를 대신 변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부실기업퇴출에서 보면 통일중공업이1천4백53억원, LG화학이 1천2백63억원, 한국티타늄이 1천46억원,거평제철화학이 1천9억원, 거평이 1천2백98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금융기관들의 지급보증을 살펴보면 회사채에 대해서만 한일은행이1천1백억원, 산업은행이 5백50억원, 농협이 5백38억원, 경남은행과대동은행도 각각 3백억원, 충청은행이 2백80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금융기관들의 전체지급보증 규모는 회사채 이외에도 대출, CP등에 대한 것도 있을 것이므로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물론 지급보증을 서면서 담보를 잡아놓은 경우 손실은 줄겠지만 최근 부동산의 담보가치가 크게 줄어들어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다만 퇴출기업이 우량계열사와 합병할 경우 지급보증에 따른 손실은 없다.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기업들이 퇴출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에 퇴출된 기업들을 선정하는데주로 이용된 기준은 3년 연속 적자기업, 자본 잠식기업, 차입금이매출액을 상회하는 기업,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 경영권 분쟁이 있는 기업들이었다. 투자자들로서는 주식투자 핸드북이나 그 회사의재무제표를 잘 살펴보고 퇴출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금융비용부담률이 10%를 상회하는 기업, 부채비율이4백%를 넘는 기업, 부채와 지급보증 합계가 매출액을 초과하는 기업,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가급적 안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