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제품·무재고 유통으로 2배 신장...외자유치 성공, 부채율 낮아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있다. 한불화장품 임병철사장(40)은 후자에 꼭 들어맞는 기업인으로 꼽힌다.한국화장품 창업주인 임광정명예회장의 셋째아들인 그는89년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독립했다. 5명 직원으로 10평짜리 임대사무실에서. 그로부터 불과 9년. 한불화장품은외형과 순익면에서 한국화장품을 뛰어넘었다. 화장품시장은 1백여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다. 기라성같은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는이곳에서 5대메이커에 진입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지나가는 것보다 어렵다는게업계의 정설이다. 그럼에도이를 해냈다.한불화장품은 외자유치에서도두각을 나타냈다. 프랑스 피토리에락사로부터 출자를 받으면서 액면가의 10배에 이르는 고액으로 자금을 끌어들인것이다. 상장사들의 주가조차액면가의 2~3배에 불과한 사례가 수두룩한데 비상장사가5천원짜리 주를 5만원에 팔았으니 동종업계가 입을 다물지못할만하다. 더구나 외자유치과정에서 임사장은 프랑스업체에 주식을 주당 얼마에 인수해달라고 가격을 제시한 적이 없다.단지 지분 10%를 매각하고싶다는 의사만 표시했을 뿐이다. 프랑스업체는 한국의 증권회사가 평가한 내용을 토대로 10배를 쳐주겠다고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밀고 당기는 치열한 외자유치협상이전혀 없었다. 한불화장품이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이 회사가 작년초 트윈케익제품인 「트윈팩트」를 내놓았을 때 많은 여성들은 신선한충격을 받았다. 트윈케익은보통 직사각형으로 생겼고 두껍게 발라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한불 제품은 정사각형으로 디자인됐고 얇게발라도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이름도 달랐다. 트윈케익이란 이름대신 이 회사만 유독 트윈팩트로 출시했다. 트윈케익과 콤팩트의 합성어.이름만으로도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제품은 얇은화장을 유행시키면서 폭발적으로 팔려 출시후 매달 20만개가 판매됐다. 이는 튀는 아이디어로 제작된 튀는 제품이라고 할수 있다.디자인과 기능, 이름까지도.튀는 경영은 이 회사를 살아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기업정신이다. 바르는 스타킹도 같은 부류다. 화장품을 다리에 발라 스타킹을 신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이 제품은 출시되자 마자 시중에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바르는 스타킹’ 출시되자마자 화제「두앤비 롱래쉬 마스카라」도 비슷하다. 대체로 한국여성들은 속눈썹이 짧고 숱이적은데 긴 속눈썹을 원한다는점에 착안, 새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길∼어져요」라는 광고카피를 유행시키면서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다. 개인의 피부를 진단,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제공하는맞춤화장품의 유행을 몰고 온ICS(Individual CareSystem)도 마찬가지. 내놓는 제품마다 안타를 쳤다.한불화장품이 튀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임사장의 튀는 아이디어 때문. 한양대 영문과 졸업후 부친 밑에서 경영수업을 쌓은 그는 창업하면서 단 한가지 목표를정했다. 「튀는 제품을 만들자.」성공하자, 일류가 되자, 최대업체가 되자는 많은 기업인들과는 목표가 달랐다. 이런 목표를 삼은 것은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비슷한 제품구색,비슷한 마케팅으로 과당경쟁만을 일삼고 있다고 봤기 때문.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젊은이로 구성해야 한다고 판단, 기존 업계 사람보다는 신입사원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했다. 현재 전직원의 평균 나이는 27세. 싱싱한 머리에서산뜻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판단했고 이는 적중했다. 그러면서도 철저한 시장조사와과학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했다. 예컨대 로션 하나라도연령별로 시장을 세분화, 제품을 다르게 출시했다. 연령별 특성에 지성 중성 건성 등피부특성을 감안한 제품을 출시했다. 시장을 최대한 잘게쪼개 소비자 특성에 맞는 제품을 내놓았다.제품만 튀는게 아니다. ICS사업에서 실현하는 무재고유통은 업계의 기존 유통관행을송두리째 바꾸는 것. 그동안화장품업계는 밀어내기판매,과다재고, 이로인한 덤핑판매가 관행이 돼 왔다. 하지만팔리는만큼만 공급하는 무재고 유통은 이런 폐단을 일거에 없애고 있다.◆ 아이디어 찾기 직원과 끊임없이 대화그는 경영자의 머리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으려면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년내내 사장실문을 열어둔다. 아무나 어느때나 사장실을 드나들 수 있으며 어떤얘기도 거리낌없이 할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다.이런 경영은 경이적인 신장세를 가져왔다. 매출이 해마다거의 두배로 뛰었다. 지난해매출 1천3백66억원에 당기순익은 47억원. 매출기준으로업계랭킹 4위, 순익기준으로3위를 차지했다. 자기자본 순이익률은 25%로 업계평균7.26%의 세배가 넘는다. 작년말기준으로 부채비율이 3백25%로 업계평균 3백5%보다다소 높은게 흠. 이를 낮추기위해 지난 4월말 피토리에락에 지분 10%를 매각, 4백50만달러를 들여왔다. 올연말까지는 부채비율을 2백%선으로낮추고 내년까지는 1백%로내릴 계획이다.피토리에락은 브랜드 도입 등으로 창업이후부터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던 업체. 임사장은 이 회사와 거래하면서계약조건을 한치의 오차없이이행, 돈독한 신용을 쌓았고이런 신뢰가 고가 매입에 의한 지분참여를 이끌어 냈다.임사장은 내년까지 피토리에락과 50대50으로 출자, 국내에 별도의 합작법인을 만들계획이다. 합작사는 세계시장진출을 목표로 설립되며 우선중국과 동남아를 주시장으로삼을 계획이다. 기술제휴와인적교류도 확대할 예정이다.피토리에락은 유럽지역 약국에서 주로 판매되는 기능성화장품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앞으로화장품은 기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는 IMF이후 소비자들이 중저가제품을 선호하자 기존의두앤비 브랜드 제품을 새로만들어 과거보다 50% 싼 가격에 선보였다. 방식은 포장간소화. 케이스와 용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내용물의 품질은 그대로 유지했다. 소비자 요구에 부응한 경영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화장품은 이미지 싸움입니다. 샤넬 랑콤은 동일 브랜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롱런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있지요.한불도 좋은 브랜드를 심어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 생각입니다.』그는 멀지않아 한국의 화장품도 세계무대에서 샤넬 랑콤과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02)3450-0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