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의 이사회에는 경영집행위원회(경영위원회), 보수위원회, 이사지명위원회, 감사위원회, 재무위원회, 공공정책위원회 등 6개의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이런 위원회들은 회사에 따라 명칭은 다르지만 미국 기업의 이사회에 속해 있는 전형적인 조직들이다. 이사회에 속해 있는 이런 위원회는 각각 다른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권한을 분산시켜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으로기능하고 있다.미국에서도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주주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는 문제, 특히 주주 이익과 상반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는 독립적인 조직에 판단을 맡기는 것이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은 전체 이사들이모두 모인 이사회에서 이뤄지며 원활한 의견 교환을 위해 전체 이사의 수는 15명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영회의의 역할을 제한하라일본 기업은 미국기업처럼 여러 위원회를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단지 미국 기업의 경영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상무회와 경영회의가 존재하고 있다. 물론 상무회와 경영회의라는 기관은 회사가 임의로 설치한 것으로 법적으로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상무회나 경영회의에서 이뤄진 의사 결정 전체가 법률에 의해 실행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사회가 아닌 상무회나 경영회의에서 「사실상의 업무 집행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어 이사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상무회의 경우 상무이사 이상으로 구성돼 있어평이사는 물론 비상근 이사도 구성원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상무회와 경영회의가 생긴 이유는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이사의수가 많은데다 사업 규모가 광범위하고 지방이나 해외에 상주하는이사도 있기 때문에 이사들이 모두 모이는 이사회에서 의사 결정을내리는 것은 경영 환경 대응에 너무 늦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상무회나 경영회의가 이사회를 대체할 수 있다고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예를들어 서구 기업들은 일본 기업보다 더 광범위하게 글로벌 단위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면서도 본국과 현지가 밀접하게 협력,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이런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의 대부분은 이사회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사가 본사와멀리 떨어진 지역에 상주한다고 하더라도 정보기술을 이용하면 커뮤니케이션의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 회장은 이사들과 빈번하게 전자 메일로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교환하고 있다.상무회와 경영회의는 폐쇄적인 이사회 중에 더욱 폐쇄적인 또 하나의 조직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폐쇄조직(Closed System)은 관습과특정한 규정에 구속되는 경향이 강하고 외부로부터의 정보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또한최종 의사결정까지 내리는 상무회와 경영회의가 존재한다는 것은이사회에 2개의 계층을 만드는 결과가 되므로 경영위원회가 행사할수 있는 권한은 이사 전원이 비공식적으로 합의한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에 한정하는 것이 좋다. 긴급 사항과 같은 것도 통신망을 이용하면 이사에게 급하게 연락,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므로 경영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경영위원회를 강화한다면 이사회는 유명무실해진다.◆ 감사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라경영위원회의 역할은 제한해야 하는 반면 감사위원회의 활동 범위와 위상은 확대, 강화해야 한다. 미국 기업의 감사위원회란 일본기업의 감사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활동 내용이나 기능 면에서는많은 차이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 3자가 이사와 회계장부에 대한 감사를 맡아야 하지만 일본 기업의 경우 전직경리부장이나 재무부장, 또는 퇴임 이사 등이 감사를 맡는 것이 보통이고 이사가 되지 못한 임원이 감사로 임명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감사를 「한직」이라고 천시하는 경향까지 있다.감사에 대해 논의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독일이다. 독일에서는 감사가 이사회 상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사에 대한 임면권까지가지고 있다. 이런 막강한 권력을 가진 감사에 대한 선임권은 주주총회가 가지고 있다. 법적으로 보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감사가이사회의 일원이지만 독일은 감사회와 이사회가 분리돼 있는 이원시스템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이런 이원 시스템에도 문제는 있다.사람수가 많다는 것이다. 또 상한 인원수는 20명이지만 대부분이다른 회사의 감사도 겸임하고 있으며 은행으로부터 파견된 사람들도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되기도 한다.일본 기업의 경우는 이사 뿐만이 아니라 감사까지도 사장이 임명하고 있어 어떤 일에서건 「황송하지만…」이라는 태도가 이사와 감사의 몸에 배어 있다. 자연히 객관적인 감사 기능을 다하기가 어렵다.감사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사가 회사에 공헌할 수 있는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그 사명을 다하게 해야 한다. 후지제록스에서는 사외이사의 발안에 의해 감사가 사장과 함께 이사의 권한에관한 각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감사를 기업 통치를 이루는 기반 구축에 직접 참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감사위원회는 또한 단순히 감사 업무를 관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위기 관리(Risk Management)를 위해 정기적으로 위험 요소들을 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회계감사법인의 후원자로 부정과 위반을 미연에 방지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로써 감사위원회는 회사의 업적에 공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사의 보수를 결정할 위원회가 필요하다서구 기업의 이사회에서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일본기업에는 없는 조직이 바로 보수위원회다. 보수위원회는 다른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Bench Marking:다른 기업의 장점을 보고 배우는경영기법)과 외부 컨설팅을 통해 임원에 대한 보수 규모와 배분 방법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사회에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불어넣고 이사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이사의 보수를 일치시키기 위해서라도 보수위원회를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보수위원회의 목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이사의 이기적인 행동을방지하고 이사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보수위원회는 이런 관점에 따라 이사가 단기 업적보다는 장기 업적을 중시하도록보수체계를 작성한다.보수위원회가 하나의 완벽한 조직은 아니다. 미국 기업의 경우 보수위원회는 대부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돼 있으나 그 사외이사의보수를 결정하는 사람은 CEO(최고경영자)인 경우가 많아 서로의 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공모하는 관계가 되기 쉽다는 문제점을 안고있다. 이런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록히드 마틴(96년에 록히드와마틴마리에크가 합병한 회사)에서는 사외이사의 임기를 재조정했고트라베라스라는 회사는 사외이사의 보수를 전액 주식으로 지불하는방법을 도입하기도 했다.이사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소속의 위원회를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조치들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의 월터 J. 셔먼 교수는 1993년에 이사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8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이 이사회 활성화 방안은 주주존중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재 경제 위기를겪고 있는 모든 아시아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