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가 맞교환된다.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는 않았지만 두 회사간의 상담은 진정한 의미의 재계 첫 사업교환(빅딜)케이스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정작 삼성과 대우는 시치미를 떼고 있다. 그러나 두 그룹간의 사업교환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의 「삼성전자 빅딜설」을 흘린 직후 두 회사간 협상 사실을공개한데 이어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4일 서울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회의를 마친직후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간 빅딜이 두 그룹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 빅딜이 논의가 막 시작된단계이기 때문에 합의 시기가 불확실할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 회사의 빅딜이 어떤 형태로든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것이다.◆ 재계 첫 사업교환 큰 관심 불러두 회사가 자동차와 전자를 맞교환하는 협상에 나선 것은 서로의필요에 의한 것이라는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우선 삼성부터 보자. 삼성은 기아 인수를 포기한 후에도 줄곧 자동차사업의 「홀로서기」를 강조해왔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법이허용하는한 그룹의 총력을 기울여 지원한다』는 결의까지 했다. 외국기업과의 제휴협상도 벌였고 심지어 대우와는 대우자동차 군산공장을 인수하는 문제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려고 마음을 굳힌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라는게 삼성 주변의 이야기다. 기아 2차 입찰 때부터삼성은 응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9월초 5대 그룹이 7개 업종의 사업교환에 합의했을 때는 『기아 입찰에 실패했을 경우 제값만 받으면 삼성자동차를 빅딜 협상에 내놓겠다』는 의견을 내기까지 했다. 삼성이 마음을 굳힌 것은 더 이상 자동차사업을 고집하다보면 본체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급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자동차를 매각해 버리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대우전자와의 교환을 생각하게 됐다는 후문이다.대우는 왜 전자를 내놓는 것일까. 대우는 그동안 자금악화설에 매우 시달려왔다. 장병주 (주)대우 사장이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그렇다고 자금 사정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따라서 어떤형태로든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전자를 넘겨준다고자금이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대우는 전자외에도 그룹 계열사의상당부분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대우정밀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대우통신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매각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계열사의 이름도 들먹여지고 있다. 따라서 대우는 이번 기회에 그룹을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가 곧 자동차와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소문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자를 내놓은 것은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얘기다.두 회사의 맞교환이 가능한 이유가 또 있다. 두 회사의 자산규모가거의 같다는 것이다. 부채규모는 대우전자가 많은 것으로 나오지만국내 및 해외생산 설비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물론 두 회사가 큰 이익을 거두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코 손해만큼은 아니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삼성은 본업에 충실해 가전부문에 다시 한번 승부를 걸 수 있고 대우는 자동차사업을 굳건하게 지킬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기대에도 부응할 수있다.교환 방법은 실사를 거쳐 차액만 정산하는 형식이다. 두 회사의 맞교환은 서로 조건을 어떻게 유리하게 만드느냐는 것만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