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 역시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한국내 선두그룹 증권사들중에서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은 이미 부도난 상태다. 장은증권을 비롯한 4개 증권회사들도 영업정지 상태에 있다. 살아남은 증권회사들도 장기적인 수익성이 불확실하다. 한국내에서 기업과 기관 부문사업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 증권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증권업 관련 사업영역에관한 규제완화로 인해 은행이나 종금사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하지만 사업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한국 기업들이 기존의 은행차입금을 자본금 확충이나 채권 발행 등의 직접금융으로 전환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5대 재벌에 대해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을 2000년 3월까지 2백% 수준으로 낮추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4백73%에 달하는 5대 재벌만 약 1백27조8천억원의 자금을 신주 발행이나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끌어들여야 한다. 이들 5대 재벌이 상호지급보증을 없애기 위해서도 추가적인 재원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서 약11조1천억원의 직접금융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채권발행에 의한 재원조달 방식이 은행 대출 보다 더 중요한 몫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 외국의 경우 큰 기업들은은행을 통해서 보다는 채권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해 직접 재원을조달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은행에 비해 자본시장이 더 싸게재원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은행들이 BIS(Bank forInternational Settlement:국제결제은행)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은행대출이 더욱 엄격해지고 이 결과 직접금융화 추세는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자산관리 측면에서도 증권회사들의 사업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높은 저축률과 인구 노령화 현상으로 소매 및 기관 부문에서 자산관리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자산관리 부문에 는 생명보험회사와 투자신탁회사, 은행 및 세계 유수의 자산관리회사 등무수한 경쟁자가 도사리고 있다. 자문사업 영역에서는 기업간M&A(인수 합병)가 늘어나면서 M&A 관련 사업이 유망하다.이러한 기회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 증권회사들이 풀어야할문제도 적지 않다. 낮은 수익률 문제가 그 중 하나이다. 한국내 다른 금융사업영역과 마찬가지로 증권회사들도 지금까지 주로 외형확장에만 주력해왔다. 87년 증권시장 붐 이후에 외형 위주의 성장은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IMF 위기로 인해 시장규모가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증권회사들이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의 주식시장 붐으로 증권회사들은 일시적으로 수익성 향상을 꾀할 수 있을지모르지만 그것이 결코 항구적인 수지 개선책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사실 98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손실을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평균 ROE(Return OnEquity:자본 이익률) 마이너스 6.52%, ROA(Return On Asset: 자산이익률) 마이너스 2.06%를 각각 기록했다. 단지 몇몇 선두 증권사들만이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예를들어 LG증권과 대우증권은 각각 0.76%, 1.74%의 ROE를 기록했다.한국의 증권회사들은 이제 시장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내의 경쟁자들은 물론 메릴린치나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과 같은 세계 유수의 경쟁자들과 맞서야 한다.세계적인 증권회사들은 대체로 한국 증권회사들과 동일한 영역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업 고객을 위해 채권과 주식발행시 이를 인수한다. 또한 채권과 주식을 증권사 고객인 기관투자가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모건 스탠리가 딘 위터를 합병한 것은 일반 투자자 고객층에까지 채권 및 주식 판매 경로를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반해 골드만 삭스는 광범위한 일반 투자자 고객 네트워크가 없는 몇 안되는 선두 투자은행 중의 하나이다.하지만 골드만 삭스는 적극적으로 자산 관리 업무를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M&A와 부채조정 및 기업개선작업 등과 같은 자문서비스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증권업계는 점점 더 세계화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개별 증권사의 규모가 성공 여부에서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유통 경로를확보하고 위기를 극복할만한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규모가중요하다. 예를들어 독일 채권이 단지 독일 투자자에게만 팔리지는 않는다. 독일 채권도 세계 어디에서나 판매될 수 있으며 이러한고객들에 대한 접근 방법을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은 확보하고 있다.이와 마찬가지로 증권업에서 수익의 주된 원천이 되는 거래 부문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자본이 필요하다. 한국과 같이 자본 규모가 영세한 경우엔 항상 부도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미국의 경우에 로버트슨 스테픈스나 파이퍼 재프리와같은 소규모 증권사들은 특정 산업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이들은 증권업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뱅크 보스턴과 US 뱅트코프에각각 인수됐다.◆ 중소 증권사 합병 불가피개별 국가별로도 틈새시장은 상존한다. 스칸디나비아계 은행들은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내국통화 표시 시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정보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증권사들은 미래에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BCG는 다음의3가지 유망한 영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원화 채권의 리더가되라. 한국의 증권사들이 세계 각국 화폐를 다루면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범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거대한 증권사들과 경쟁하기는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증권사들은 원화 채권 발행 인수사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원화 채권시장에서는 세계적 경쟁사들에 비해 더 깊은 시장 이해력을 지니고 있고 기존의 고객관계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M&A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간합병이나 중소기업간 합병 등의 부문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있다.둘째, 소매 중개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하라. 한국 증권사들은 소매고객에 집중하고 이들에 대한 충성도를 확립하라. 또한 소매 고객의 채권 및 주식 중개업무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부가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셋째,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제휴하라. 한국의 몇몇 증권사들은 세계 유수의 증권사에 합병될 수도 있다. 한국내에서의 명성과 고객관계를 세계적인 전문성과 역량 및 광범한 지리적 접근성과 결합시킴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단순한 제휴나 업무를 함께하는 정도에서부터 출발할 수도 있고 또다른 경우에는 곧바로 합병에 이를 수도 있다.국내 선두그룹 증권사들은 자산관리와 투자금융 부문에서 더 많은노하우를 얻고 지속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 기업과의 자본 합작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선두 5개 증권사는 현재 한국 증권시장의 거의 절반 가량을 점하고 있다. 여타중소 규모의 증권사들의 경우 한국내에서만이라도 경쟁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규모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증권업의 성장 잠재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가만히앉아서 그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오산이다. 경쟁은 모든 부문에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몇 가지 핵심역량에집중하는 자만이 최종의 승자가 될 것이다. 한국의 금융시장이 자유화와 개방화를 지속함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세계 금융시장의일원으로 필요한 역량과 자본을 선진 외국으로부터 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