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서 1등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에치여서 이렇다할 지원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세계적 기업과 품질로 경쟁, 정상에 오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비록 여건은 최악이지만 한우물경영으로 세계정상에 등극하거나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는 중소기업은 우리 주변에 많다.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시즈도 그런 중소기업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스키장갑 단일품목으로 1천8백만달러의수출실적을 기록, 세계정상에 우뚝 섰다. 약 1천만켤레로 추정되는 세계스키장갑시장에서 점유율은 22%.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스키를 즐기는 나라의 대부분 스키어들이 시즈장갑을끼고 있다고 보면 된다.물량면에서만 세계정상에 등극한 것이 아니다. 품질면에서도시즈는 당당히 1등대접을 받고 있다. 경쟁사 제품이 중저가로팔리는데 반해 시즈 스키장갑은 세계시장에서 중고가로 팔리고 있다.중소기업인 시즈가 이처럼 세계 1등으로 우뚝 서게 된 비결은전문화. 대부분 중소기업이 조금 돈을 벌면 대기업 흉내를 내며 이 사업, 저 사업에 손을 댔으나 시즈 김주인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여년 동안 스키장갑 단일품목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창업 당시 시즈의 주력상품은 스키장갑이 아닌 가발이었다.70년대 초반 가발은 10대 수출제품중의 하나로 김회장은 나름대로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 처음 가발업에 손을 댔다. 그러나 여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저가 출혈수출」로 채산성이 악화되자 76년 시즈는 과감히 가발업을 포기하고스키장갑제작에 나섰다.그러나 첫 출발은 시련 그 자체였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 바이어로부터 3만켤레의 스키장갑오더를 받아 수출했으나 전량클레임을 당한 것이다. 당시 스키장갑제조기술이 백지상태였던 탓에 가죽을 늘리기 위해 물을 뿌리고 방석에 깔고 앉아세팅을 한 당연한 결과였다. 수출은 커녕 바이어에게 엄청난돈을 물어 주어야 했다.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클레임 원인을 분석한 뒤 유럽바이어를 찾아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시장에는 클레임사건이퍼져 발을 붙이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김회장은 77년 겨울 스포츠전시회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일 뮌헨 국제운동용품박람회에 참석, 각 부스를 돌아다니며수주활동을 펼쳤다. 이곳에서 오더받은 물량은 1천켤레. 미국에서 받은 3만켤레에 비해 물량은 보잘 것 없었으나 김회장은심혈을 기울였다. 또 한번 클레임을 당하면 망한다는 각오로재단에서 봉제까지는 물론 세팅과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수십번 점검해 물건을 실어보냈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독일 바이어가 『넘버 원』이라며 추가오더를 냈고 이 소문은 유럽바이어들에게 알려졌다. 드디어78년에는 세계적인 스키장갑 수입상인 로이쉬(REUSCH)가 수출주문을 보내왔고 이를 계기로 시즈는 급성장해 나갔다.오늘의 시즈가 있게된 비결은 외국바이어의 니즈(Needs)를1백20% 충족시켜주는 만족경영이다. 스키장갑은 대표적인 소량다품종 제품인데 시즈는 외국바이어들이 스케치상태로 제품주문을 내면 여기에 2~3가지의 아이디어를 보태 샘플을 제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즈가 확보한 샘플수는 5천여가지에 이른다.집중적인 투자도 성공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최첨단 장비인 CAD/CAM 시스템을 도입, 다양한 디자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한편 입체구조의 방수라이닝기술도 미국에 특허출원,기술개발에도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시즈는 95년 자체브랜드 「LUDIS」를 개발,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