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2월을 기점으로 서울·수도권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상승세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팽배하다. 실제 분당 일산 등 신도시지역과 서울 강남·목동지역 등을 보면 지난 12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전달대비 5∼10%정도의 가격상승을 보였다. 아파트시장의 분위기가 회복되는 조짐은 기존아파트시장뿐만 아니라 수도권 인기지역 신규분양아파트시장과 미분양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청약률이 높아지고, 미분양아파트 소진율이 빨라지는 등 뚜렷한 움직임을 보였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분양권에 프리미엄이 오르는가 하면,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매물회수현상까지 나타났다. 매매뿐만 아니다. 이사철이 시작되는 12월의 이사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값도 급상승세를 탔으며 그런 추세는 지금도 지역적으로 폭을 달리하면서 이어지고 있다.이같은 주택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큰 폭으로떨어진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바닥권 확인심리,정부의 각종 건설·부동산경기 부양책, 금리하락, 건설업체들의 다양한 분양노력 등이 그 동안 위축됐던 수요를 일깨워 나타난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역별 동향「매물 기근, 거래 공백」. 최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이구동성으로나오는 말이다. 전세나 매매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건이 달리거나 매수희망자와 매도희망자간의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생기는 일이다. 일부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지난 12월부터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물회수현상이 빚어졌으며 매물이 끊긴 상태에서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그나마 나오는 물건중 호가가 싸게 조정된 물건만 거래가 이뤄질뿐입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우진공인중개사무소 고재영사장의말이다. 개포동 주공 고층아파트의 경우 25평형이 매매가1억5천5백만원(전세 7천5백만원)정도하며 34평형의 경우 2억1천5백∼2억4천만원(전세 1억∼1억1천만원)정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바닥권에 근접했을 때의 가격보다 10∼15%(전세가 5%)정도 오른 가격이지만 그나마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서울지역 아파트가격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거론되는 목동지역도 마찬가지다. 『매매의 경우 지난 12월보다 1천∼2천만원, 전세는 1천∼2천만원 정도 올랐지만 물건이 없고, 그나마 있더라도 수요자들은 예전가격을 생각해 거래는 별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양천구목동 석사공인중개사무소 이제경사장의 설명이다.한창 수요가 몰렸던 재건축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강동구 암사동 부동산랜드 조문현사장은 『지난해 12월에 매매가격이 1천5백∼2천만원 정도 오르는, 상승세를 받았지만 지금은 보합세로 매물이 거의없다』고 말했다. 매물이 나와도 역시 매도자-매수자간의 가격이맞지않아 거래는 간간이 이어질 뿐이다. 13∼17평형으로 매도자가내놓는 가격에 비해 수요자가 생각하는 가격은 1천7백∼3천만원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 조사장의 설명이다.이러한 현상은 분당 일산 용인 등 가격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알려진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일산 월드공인중개사무소의 이종현사장은『전세가 강보합세, 매매가 약보합세를 보이지만 호가에 미치지 못하는 물건들만 거래가 이뤄지고 기존매물들도 가격을 내리는 수준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규모도 30평대에 몰려 『30평대의 경우 IMF이전가격에 접근했지만 40∼50평대의 경우 아직 회복되려면 멀었다』는 게 이사장의 덧붙인 말이다.분당 태평양공인중개사무소의 김영남사장은 『지난해 여름에 비해역세권 32평형을 기준으로 전세는 1천만원, 매매는 2천∼3천만원정도 올랐지만 수요자-공급자간의 가격이 맞지 않아 거래는 거의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기존 아파트시장이 주춤하면서 덩달아 분양권전매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경기도 용인 수지지구 한도공인중개사무소의 이좌형사장은 『1월말부터 분양권가격도 밀리고(떨어지고)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L사에서 분양한 49평형의 경우프리미엄이 4천만원선에서 3천만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이사장의설명이다. 이는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5백만원 정도 떨어진 것에 비하면 낙폭이 더 큰 것으로 분양권전매가격에 거품이 있다는일부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한편 매수희망자와 매도희망자간에 이처럼 실제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수요자층이 철저한 실수요자들로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불암부동산의 김도훈실장은 『가수요가 없이 실수요자들만(부동산시장에)들어와 거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전세를 끼고아파트를 사두려는 투자자들이 있어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그런 수요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직접 거주하려는 수요자들이 몰려 가격조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부동산시장 전망지난 겨울에 상승세를 탔던 부동산시장이 주춤거리면서 앞으로의전망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실업증가 경기회복 구조조정등으로 아직도 낙관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불투명한 전망을 무시하고무리하게 부동산시장으로 달려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난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간략한 앙케트를 작성해 향후 부동산시장의 전망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집단은 부동산컨설팅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모두 17명이 조사에 응했다.전문가들은 현재의 주택경기에 대해 매매의 경우 조정기라고 보는견해가 지배적(15명)이었다. 전세의 경우도 역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의견이 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회복기라고 보는 견해도 6명이나 됐다. 반면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과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도 각각 1명씩 나왔다. 이는 지난 12월부터 보였던 상승세가 1월말부터 한풀 꺾인데다 앞으로도 상승세를 타기 힘들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올해 주택경기(가격)전망에 대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물었다.상반기전망에 대해서는 매매의 경우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1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회복세를 유지한다는 의견도 6명이나 됐다. 전세의 경우 조정기를 거친다는 전망(6명)보다는 회복세를 유지한다는 예상이 더 많았으며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1명 있었다.회복 내지 상승시 가격진폭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매·전세 모두 5%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매매의 경우 5∼10%, 전세의 경우 10∼15% 정도 오를 것을 예상하는 사람이 각각 1명씩 있었다.하반기 전망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매매·전세 모두 회복기에접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매매의 경우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조정기를 거친다는 의견보다 많이 나와 눈길을 끌었으며 조정기와 상승기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가격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역시 5%미만이 가장 많았으며, 5∼10%라고 응답한 사람이 그뒤를 이었다. 올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그대로 이어져 앞으로의 APT 투자여건에 대해 13명은 「조금 나아진다」고응답해 지금보다는 아파트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그러나 이처럼 전체적으로 주택시장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낙관적임에도 불구하고 IMF 이전 가격만큼 아파트가격이 회복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가장 많은 5명이 「2002년이후」에 IMF이전 가격으로의 회복을 예상했으며 가장 빠른 올 하반기를점찍은 사람과 「거의 불가능하다」는 응답자도 각각 1명씩 나와눈길을 끌었다.아파트시장의 가격선도지역에 대해서 매매의 경우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목동 등 신시가지-강남-신도시의 순으로 답을 했으며, 전세의경우 목동 등 신시가지-신도시-강남의 순으로 대답해 목동지역이명실공히 서울지역의 아파트가격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꼽혔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권주안박사는 『가격선도지역이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곳으로, 시장의 변화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실수요자들이 매물로 나온 주택의 가격에 대해 비싸다고 생각해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빈번한 점을 생각해 중개업소에 나오는 아파트가격에 대해 물었다. 대부분의전문가들은 「적정하다」거나 「더 내려야 한다」고 답해 현재 호가수준에 대해서 다소 비싸거나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전세 모두 호가수준에 대해 7명씩 내려야 한다고 했으며, 적정하다는 의견은 각각 8명이었다. 반면 「약간 올라도 무방하다」는 의견은 각각 2명에 불과했다.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박사는 『아파트가격은 궁극적으로 시장에서결정된다』며 『적정하다는 의견은 기존 주택가격의 거품(버블)이사라졌다는 것으로, 더 내려야한다는 의견은 아직도 거품이 있다고생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올해 주택시장을 움직일 변수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복수응답으로물었다. 가장 많은 11명이 실물경기의 회복을 들었으며 집값상승기대심리-주택저당채권도입-저금리-주택관련 세금지원·주택관련 규제완화 등의 순으로 대답했다. 기타의견으로 전세값상승 가능성과언론의 보도 등을 거론한 사람도 각각 1명씩 있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국토연구원 손경환박사는 『실물경기가 회복되면 과거처럼 투자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잠재수요를 일깨워 시장에진입해 시장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주택시장이 회복되려면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전세로 거주하는 사람들처럼 잠재적인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들어와야 하는데 불안감 때문에 아직 시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결국 경기회복에 따른 소득수준회복이 뒤따라야 이들이 움직인다는것이다. 손박사는 또 『지금의 경기회복지표만 보면 문제가 있지만이런 경기회복상태가 지속되면 하반기쯤 체감경기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주택시장도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큰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타이밍에 대해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가 내집마련에 가장 적기라고 대답했다. 매매적기에대해서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2002년 이후 등으로 엇갈렸으나 매입시기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올 하반기를 지목했다.조사응답자=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방경식·김상렬·권주안·김우진, DELCO컨설팅 최민성, KCS컨설팅 김화균, 인터원컨설팅 원창희,건국컨설팅 유종률, 글로벌랜드ENT 최기홍, 신영 정춘보,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정광영,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코오롱SEED 50 이승우, 패시픽컨설팅 조무웅, 한국부동산신탁 오석건, 대한감정평가법인 박종진(직함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