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열린 G7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의이후 달러당 1백10엔대를 유지해오던 엔화환율이1백20엔대로 하락했다. G7이 엔약세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엔화가약2개월만에 1백22엔대로까지 떨어졌다.문제는 선진국들의 엔약세 용인의 수준이 어느 선일까 하는 점이다. 엔화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결론부터 말하면 「노(No)」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당1백20엔대를 마지노선으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측 전망도 마찬가지다. 사카이야 경제기획청 장관은 1백20엔대 전후의 엔화환율을 타당한 선이라고지적했다.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사카키바라 대장성 재무관(국제담당 차관급)은 『중장기로 볼 때 엔고트렌드』라고 주장한다.이처럼 엔화환율이 계속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금리가 더이상 떨어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이번 엔환율문제는 일본 장기금리가 급등하면서 일어났다. 대형경기대책으로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저기록을 갱신해오던 일본의 장기금리가 2.2%선으로까지 치솟았다.이로인해 미국과의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시작했다.그 이유는 이렇다. 장기금리가 2% 이상 오를 경우 일본투자자들의 미국국채구입의욕이 급속도로 줄어든다. 일본국채 가격의 하락으로 은행들의 평가손이 급증한다. 일본 은행들이 이익을 내기위해 미국국채를 내다팔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장기금리도 덩달아오르게 된다.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게 된다. 미국주식시장도 연쇄타격을 받게 된다. 이로인해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던 것이다.미국이 장기금리인하를 위해 일은의 국채매입및 매입조작확대를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은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단기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유도키로 했다. 이로인해 콜금리가 사상 최저인 0.1%선으로까지 떨어졌다. 장기금리도 1%대로 진입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엔화도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엔저 우려 시기상조 주장도일본의 금리인하가 미국만을 위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장기금리상승으로 기업들은 설비투자 등에 큰 타격을 받게된다. 금리상승은 엔고를 유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키게 된다.금리상승이 미국과 일본에 큰 부담이 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미일 두 나라는 나름대로의 계산에 의해 엔약세를 도출해냈다고 할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초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일은이 더이상 금리에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이지만 경기대책을 위해 국채를 대량발행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채의 수급 악화로 장기금리가또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엔화가 강세로 되돌아설 가능성이오히려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일간 무역적자의 확대 문제도 엔화약세의 걸림돌의 하나로 꼽힌다.일본의 입장에서는 엔약세가 구세주역할을 할 수도 있다. 수출채산성을 높이고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디플레이션도 막을 수 있다. 일본은행이 최근 조사한 주요기업 및 제조업의 적정 환율은1백23.2엔으로 나타났다. 외환전문가들도 대부분 1백20엔대 중반을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환율로는 기업들이 별다른 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달러당1백30∼1백40엔대의 엔약세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무역흑자 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부진을 커버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인 수출쪽에 문제를 일으킬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엔저를 고집할 수 있는 명분도약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엔저는 아시아를 비롯, 세계경제를 또다시 혼란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엔저를 우려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게 일본과 한국 현지법인 관계자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