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4천6백47억원 대 1백65조원」「14.41%대 19.5%」.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과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이 지난해 운용한 자산과 여기서 올린 수익률이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4배나 많은 자산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운용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단기금리가 5.50%이고 국내금리가 14.38%인 것을 감안하면 양자간의 실력차이는 더욱 현격히 벌어진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시장금리를 4배 가까이초과했지만 국민연금은 시장금리를 겨우 넘었다. 물론 10년가까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과 IMF체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한국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연금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크다.사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체계적인 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조한 수익률을 해명할수 있는 방패막이가 있었다. 자산배분결정권이 국민연금 상위기관에 있었다는 점이다. 93년 제정된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의해 운용자산의 70%이상을 공공부문에 예탁해야만했다. 예탁이자율이 시중금리에 비해 저렴해서 낮은 수익률은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실제로 97년말까지 8천7백1억원의 기회손실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한 금융자산 운용수익률이 탁월한 것도 아니었다. 88년이후 대부분 시중금리보다낮았다. 특히 지난 97년에는 5.56%라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2가지 측면에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구조적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적립기금고갈이 불가피한 현행 국민연금의 재정상태를 더욱취약하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연구센터의 한성윤 박사는『자산운용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면 보험료 인상이나 연금지급연령의 연장, 연금급여액의 감소 등 구조적 한계를 줄일 수 있으나현재의 운용수익률로는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국민연금의 천문학적 자산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면 금융시장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같이 국공채에과도하게 집중된 자산배분으로는 금융시장을 왜곡시킬 뿐이라고우려한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유상증자가 활발해질 올해, 주식신규투자를 동결한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전략은 국민경제흐름과 역행하는 처사라고 혹평하기도 한다.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자산운용능력을 한단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공공성과 안정성 위주에서 수익성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IBRD(세계은행)도 이미 「현재의 자산운용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낮아 보험료율 인상을 부추긴다』며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뮤추얼펀드나 기존 투신사들에게도 운용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뮤추얼펀드운용회사의한 펀드매니저는 주장했다. 또 채권위주에서 벗어나 주식투자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전문가들은 운용의 투명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민연금의 확대 적용에 대한 반발은 과거 운용형태에 대한 불신이근저에 깔린 것이라고 신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적했다.샐러리맨들은 매달 급여의 9%를 보험료로 내면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실정이다.심지어 기금운용 실적을 평가하는 국민연금 내부직원들에게조차정확한 자산운용현황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실의 장춘영 차장은 『조만간 인터넷을 통해 운용정보를 알릴 계획이다』라고만 밝혔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자산배분현황과 과거운용수익률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