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시 필요 인원만 충당 ... 면밀히 정보수집후 '업체 요구' 맞춰 지우너해야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으로 그룹 공채나 개별 단위로 대규모 인력을 뽑는 일괄채용이 거의 없어졌거나 대폭 줄어든 대신 상시(수시)채용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단 인재를 확보해두자는 채용 관념이 사라지고 필요한 인재를 필요시 채용하는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이죠.』 경총 이호성 복지고용팀장의 말이다.IMF이전만 해도 대부분 공채나 일괄채용 등으로 신규 인력을 충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IMF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를 고비로 수시채용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70∼80명 정도가 상시채용으로 서류를 접수했지만 올 들어서는 하루에 평균 20여건씩 서류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지난 97년부터 상시채용을 실시하고 있는 일진그룹 인력개발팀 안성구계장의 말이다. 그동안 그룹 공채와 상시채용의 병행, 인력충원시스템의 안정성, DB시스템 구축, 상시채용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최근 상시채용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상시채용이 새로운 채용관행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상시채용은 채용기간이나 인원 등을 정하지 않고 연중 수시로 우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지원서류를 받아 지원자들로 인력DB(또는 인력Pool)를 구축해두었다가 필요시 필요한 인원만큼만 채용하는 방식으로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채용이 대부분이다. 이미 외국에서 보편화된 인력충원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들과 연구소, 외국계 기업들이 상시채용을 공채와 병행하는 방식으로 시행해 왔다.◆ 인적 자원 DB화…적재적소 배치그러나 도입 역사가 짧은데다 공채 관행으로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공채에 비해 인적 자원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H그룹 인사관계자의 말이 기업들의 상시채용에 대한 시각을 설명해주고 있다. 몇십대 일에서 몇백대 일에 이르는 치열한 공개 경쟁을 뚫고 합격한 인재를 믿을 수는 있어도 경쟁이 덜하고 객관적인 비교·검증이 드러나지 않는 상시채용으로 입사한 인적 자원의 질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채기수로 구분되는 기존 기업 문화와의 이질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그래서 지난해 컴퓨터로 상시채용을 한 일부기업은 고용조정 등을 이유삼는 기존 인력의 반발을 고려해 채용 사실을 알리지 않기도 했다.현재 상시채용으로 인재를 뽑는 기업을 보면 현대건설 일진그룹 SK그룹 삼보컴퓨터 고려아연 교보생명 동부화재 마이크로소프트 보령제약 제일제당 프로랭스 선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오라클 한글과 컴퓨터 등이 있다. 이밖에도 많은 알짜 중소기업들도 소리소문 없이 상시채용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있으며 상시채용을 고려중인 그룹들도 꽤 많다. (주)효성 인사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인적 자원의 DB화를 이뤄 적시에 적재적소에 인력배치가 가능한데다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상시채용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편 기업들의 상시채용이 확산되면서 신규 취업이나 재취업을 노리는 구직자들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세대학교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상시채용은 이벤트채용이 아니라 특정한 시점 직종 인원 등에 초점을 둔 포인트채용으로 연중채용이 이뤄지는 셈』이라며 『많은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면밀히 분석해 채용업체가 필요로 하는 틀에 맞춰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취업담당관은 또 『연중채용인만큼 여러 업체에 서류를 보내 인력풀에 등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적성이나 취향 능력 등과 부합하는 업체에 적시에 등록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진그룹 안계장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력직은 학력 경력 등에 맞게 지원-채용이 이뤄지지만 객관적 데이터가 없는 신입직원의 경우 이를 대신해 자신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