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생계에 큰 지장이 없다면 재취업에 조급해 하지 않고 자기계발이나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길비 앤 매더 코리아(Ogilvy&Mather Korea)의 이재열부장이 6개월간의 실직경험으로 들려준 말이다.지난 90년 대학(연세대 경영학과)을 졸업하고 오리콤에 입사한 이후 줄곧 광고대행사에 몸을 담아온 이부장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매체전문가. 『원래 금융기관으로의 입사를 생각했지만 광고대행사 입사시험이 어렵다는 말에 도전해 합격을 하고 바로 취업을 했다』는 이부장은 첫 직장인 오리콤에서 기획부로 입사했지만 순환근무로 업무를 익히게 한다는 회사방침상 매체부로 근무처가 정해졌다. 매체분석과 광고매체를 잡는 게 업무였다.지금이야 광고대행사에서 매체팀의 위상이 막강하지만 당시에는 기획직에 비하면 한직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불평없이 1년반 정도 매체부에서 신문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지난 92년 1월 두산그룹과 합작사였던 멕켄에릭슨사가 따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몇몇 동료들과 자리를 옮겼다. 대학재학중 외국연수를 1년간 다녀와 영어에 자신이 있던데다 그동안의 경력으로 신설회사 매체부가 자리매김을 하는데 주력했다. 여기서 약 3년간 근무한 후 다시 외국계 광고대행사인 레오버넷 선연으로 자리를 옮겼다. 95년의 일이다. 『한 직장에 3년 이상 있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고 뭔가 자극이 필요했던 때 마침 스카웃제의가 들어왔다』는 게 이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98년 1월 이부장은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IMF가 터지면서 기업들이 광고물량을 대폭 삭감하면서 회사에서 구조조정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하자고 데려온 직원들을 생각해 먼저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퇴직후 이부장은 운동과 여행으로 재충전을 위해 노력했다. 약 6개월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이부장은 다시 직장을 알아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광고대행사가 광고물량의 감소로 인해 「학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대적인 인원감축에 나서던 때였다. 그런 와중에 오길비 앤 매더 코리아측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다른 광고대행사에서 이부장을 채용하려 한다는 말을 들은 경영진이 이런 어려운 시기에 채용을 하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니 한번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면접후 입사가 결정됐다. 지난해 7월의 일이다. 『평소 직장생활에서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교제를 유달리 중요시한 것이 재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는 게 이부장의 말이다. 하지만 매체담당 업무에 관한 한 전문가로 통하는데다 『성실함이나 어학 등 모든 면에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인재』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고려하면 겸양이라는 생각이다.오길비 앤 매더 코리아는 세계 광고업체의 「Top 5」 안에 드는 오길비 앤 매더사의 한국지사로 코래드의 합작사였다가 지난해 7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워낙 지명도가 높은 유명업체라 광고주도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한국 광고시장에서 오길비 앤 매더사의 명성에 걸맞는 위치를 하루라도 빨리 찾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신설광고대행사의 매체담당 팀장으로 조직의 셋업을 끝내고 『이제 도약만이 남았다』는 이부장이 밝힌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