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1999년/310쪽/9천원

한때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집단으로 소수의 파워 엘리트가 꼽힌 적이 있다. 대기업, 부호, 정치가 및 파워 관료들이 여기에 속한다. 지난 50년대 저명한 사회학자인 C.W.밀스 역시 파워 엘리트가 사회를 지배한다고 말했다.지금은 어떤가. 물론 파워 엘리트가 여전히 존재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엄청나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견인차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당분간 역할이 축소되거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요즘 정보화 물결이 일면서 이들 파워 엘리트의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하고 있다. 전문 지식과 창조적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활동하는 파워 프로(Power Professional)가 그들이다. 이들은 연줄이나 혈통 등 전근대적 요소가 아니라 철저히 자기 실력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세계가 곧 자신들의 일터다.이 책은 한 길로 승부하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심층 보고서다. 「프로를 길러야 경제가 산다」는 전제 아래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프로 집단의 세계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한경 파워 프로 취재팀의 기자들이 총출동해 현장을 누비며 프로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깊이를 더한다.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파워 프로들의 삶의 기록이다. 일에 미친 장인들, 전문가들, 편집광들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여기에다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파워 프로들의 진면목을 간접적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한다.이 책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지 파워 프로들의 세계만을 조명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파워 프로가 되는 방법론적인 부분들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받아야 할 교정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또 해당 직종의 현황과 전망, 심지어 급여 수준까지도 공개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그렇다고 연봉을 몇억씩 받을 수 있다거나 뛰어들기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사회변화의 급격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각광받는 분야를 소개하고, 거기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거나 발군의 실력을 갖출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부수적으로는 이런 노력 뒤에 배어있는 땀과 미담을 전한다.이 책에 등장하는 파워 프로들의 분야는 아주 다양하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사이버 파워 프로」로 정보통신 분야의 고수들이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는 IP비즈니스맨, 게임개발사, 통신작가, 사운드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정보검색사, 웹 마스터, IT컨설턴트, 멀티미디어 PD, 컴퓨터 보안전문가 등이 등장한다.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빛을 발한 「머니게임의 전사들」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외환딜러,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선물딜러, 신용평가분석사, M&A 전문가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창업컨설턴트, 텔레마케팅 슈퍼바이저, 감정평가사, 부동산컨설턴트 들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사람들」 코너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다. 요즘 한창 각광받는 창업컨설턴트들의 활약상을 알아보고, 감정평가사의 중요성도 언급한다.마지막으로 「눈이 보배인 감각의 고수들」은 말 그대로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프로들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여기에는 보석감정사, 조경사, 문화재 감정전문가, 아트딜러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