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회복세에 '거품 있다' ... 경기회복 따라 가격 좌우될듯

하반기 이후의 주택시장에 대해 부동산관련 전문가들을 상대로 지난 4일부터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응해준 전문가집단은 부동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금융기관 등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부동산관련 전문가들이거나 학문적 성과를 거둔 사람들로 부동산업계 15명, 학계 및 연구기관 12명, 금융기관 3명 등 모두 30명이다.◆ 아파트전세가 '비싸다'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가격이 적정한가를 물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가격수준에 대해 도시근로자의 연평균소득의 10배, 실제소득의 6배라는 것이 지난 97년에 나온 말이었다. 이는 선진국의 3∼4배에 비교하면 그만큼 비싸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IMF로 소득은 더욱 줄어들었다.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매매가격의 경우 비록 항목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약간 올라도 무방하다」-「적정하다」-「더 내려야 한다」의 순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금융기관이나 부동산업계에서 「약간 올라도 무방하다」는 응답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반면 학계·연구기관쪽에서는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적정하다」나 「더 내려야한다」는 답을 했다. 아파트 매매가격의 적정여부에 대해 연세대 경제학과 서승환교수는 『단순히 가격 소득연비 등만 보고 적정수준을 판단하기 보다는 주택금융시스템 등과 연관해 주택가격을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거품이 남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전세가격의 경우 「더 내려야 한다」-「적정하다」-「약간 올라도 무방하다」의 순으로 답이 나와 현재의 전세가격에 대해 다소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센터 김정호실장은 『그동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데다 실질소득의 감소는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전세거주자의 이주빈도가 높아지고, 가계소득중 주거비(주로 전세금)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로 늘어나 상대적으로 전셋값의 하락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온 것 같다는 게 김실장의 덧붙인 말이다.◆ 현재 주택경기 '회복중'현재의 주택경기에 대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회복기」라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매매의 경우 「회복기」-「조정기」-「상승기」의 순으로 응답을 했으며, 전세의 경우 「회복기」-「상승기」-「조정기」라는 순으로 많은 응답이 나왔다. 특히 최근 일부지역의 전세가격 상승보도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전세가격의 경우 「상승기」라는 응답이 「조정기」라는 응답보다 많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국토연구원 김정호실장은 『예전에는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가 드물었지만 요즘은 주택가격이 확정된 상태에서 주택거래가 늘고, 가격도 평균 0.2∼0.8% 정도 올라 회복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던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이 점차 예전의 가격대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 회복, 상승 기대감이 '주원인'예상보다 빨리 주택가격이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복수로 응답을 요구한 결과 응답자들은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정부의 규제완화」-「경기회복」 등의 순서로 원인을 꼽았다. 기타 응답으로는 「금리하락」 「금융 증권에 이어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어 부동산으로 투자하려는 심리」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 등의 응답이 있었다.특히 「실질소득 상승」이라고 답한 사람이 한명도 없는 반면에 「부동산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와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경기회복」이나 분양권전매 세제지원 등 「정부의 규제완화」와 같은 요인들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꼽혀 현재의 주택가격회복이 다분히 비정상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국토연구원의 김정호실장은 『현재의 주택가격 회복에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는 말로 이를 풀이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갑성 연구원은 『실질적인 구매력과 상관없이 심리적인 요인으로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지만 그 동안의 낙폭이 지나치게 컸고 수요도 줄어들었던 것이 자연스레 회복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이는 「정부·언론」과 「거품성 수요」를 꼽은 응답이 각각 7.3%를 차지한 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경기회복을 위해 부동산 경기부양을 정책집행의 우선순위로 둔 정부와 이에 호응하듯 일부 지역·일부 부동산에 국한된 열기를 전반적인 흐름인 듯 지나치게 보도한 언론, 분양권전매 세제지원 등 규제완화를 틈타 고금리 금융상품에 이어 부동산으로 투자대상을 옮긴 가수요자 등이 현재의 주택가격 회복에 일정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부동산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학계 연구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전문가들보다 「정부·언론」을 거론한 응답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일선 중개업자들 가운데 『정부의 부추김과 언론의 과장된 보도 때문에 주택경기가 실제와는 달리 자꾸 과열되거나 급격히 좋아지는 분위기로 호도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동산업계에서 느끼는 주택경기 회복이 시장외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투자, 현재가 최적기부동산컨설팅업체에 몰리는 가장 많은 질문이 「주택투자의 최적기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이다. 언제 집을 장만해야 손해봤다는 생각이 안들거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똑같은 질문을 전문가들에게 던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라고 응답을 했으며 다음으로 「올 하반기」였다. 한미은행 재테크팀 이건홍팀장은 『여러 여건을 따져봤을 때 빠를수록 좋다』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우선 부동산경기는 실물경기에 후행하는데 올 들어 지금까지 경기가 회복되는 움직임이 뚜렷하고, 구매력 증가에 따른 수요증가가 예상돼 결국 주택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인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다. 또 현재 주택가격이 차츰 IMF이전의 가격을 찾아가는 추세이고 분양가도 오르는 중이라 세제지원 등이 이뤄지는 지금 아직도 가격이 낮은 곳을 노려서 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반면 LG경제연구원 김성식연구위원은 『주택이 투자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으며 다만 실수요자 입장에서 자기소득에 맞는 구매력이 충족됐을 때가 적기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살 때는 지나갔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하반기 집값, 5∼10% 오른다?하반기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에서는 매매의 경우 「회복기」-「상승기」-「조정기」-「침체기」라는 순으로 답이 나왔으며, 전세의 경우 「회복기」-「상승기」-「조정기」-「하락기」라는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예상되는 가격상승의 폭에 대해서는 매매에 비해 전세가격의 진폭이 더 크다는 것이 응답자들의 설문결과다. 매매가격의 경우 「5∼10%」의 폭으로 오른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5%미만」과 「10∼15%」가 뒤를 이었다. 전세가격의 경우 「5∼10%」에 가장 많은 응답이 나왔지만 매매가격과 달리 「10∼15%」라고 응답한 사람이 「5% 미만」보다 많이 나왔다. 「15% 이상」 오를 것이라는 응답도 나왔다.중장기적인 아파트가격 전망도 함께 물었다. 내년이후의 주택경기에 대해 매매의 경우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소폭상승」이라는 항목에 답을 했으며, 전세의 경우에도 「소폭상승」에 답을 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보합」-「대폭상승」-「약보합」의 순으로 답이 나왔다. 가격의 상승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매매가격의 경우 「5∼10%」정도 오른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며 「5%미만」과 「10∼15%」가 그 뒤를 이었다. 전세가격의 경우에도 「5∼10%」정도 오른다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으며 「5%미만」과 「10∼15%」 정도 오른다는 응답이 비슷한 응답을 보였다. 반면에 매매가격의 경우 한명도 응답이 없었던 「15% 이상」 오른다는 응답이 전세가격의 경우 8%나 차지했다.◆ 경기회복이 주택가격 '좌우'올 하반기이후 아파트가격을 좌우할 변수에 대해 복수로 응답을 요구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기회복」을 꼽았으며 「집값상승 기대심리」-「저금리」-「실질소득상승」-「MBS도입」-「주택관련 규제완화」-「내집마련수요·신규주택에 대한 수요」-「주택관련 세금지원」 등의 차례로 응답을 했다.이에 대해 연세대 서승환교수는 『거품이 기대심리에 의해 발생했던 과거 경험상 아직도 심리적인 요인이 주택시장을 이끈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고 설명했다.이 질문과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점은 MBS다. 집값의 20∼30%만 있으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MBS의 순위가 뒤로 처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나 연구기관쪽의 전문가들은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갑성연구원은 『지금 거론되는 방안처럼 MBS를 시행하면 자리잡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금리가 10%대면 일반 금융기관과 차이가 없는데다 MBS제도에 대한 금융기관의 이해도 낮다는 것이 김연구원의 설명이다.때문에 MBS가 도입되더라도 저금리로 장기대출을 받아 내집마련을 이루고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당초의 기대와 달리 주택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서승환교수도 MBS는 장기대출인데 캡(cap, 금리상한선)을 얼마나 줄지가 문제인데다, MBS는 명목금리를 따르는데 명목금리와 상관성이 큰 물가에 있어 우리나라는 대외의존요인이 커 물가관리를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택보급 1백%돼도 투자매력 '여전'정부의 방침이 오는 2002년이면 주택보급률 1백%를 이룬다는 것이다. 주택보급률 1백% 달성은 중요한 대목이다. 이론대로라면 모든 가구마다 한채의 집을 갖는다는 것으로 과거 주택의 절대부족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까지 야기했던 경험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주택보급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있었으며 주택가격의 변동을 설명하거나 분양현장의 열기를 설명할 때에도 항상 거론되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만큼 주택정책은 주택보급률에 민감했으며 양적팽창이 주택정책의 주류를 이뤄왔다. 그런 점에서 2002년 이후의 주택투자여건에 대해 전문가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주택보급률이 1백%를 이루면 신규수요외에는 주택수요가 적어지고 투자메리트도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D건설의 대표도 이와 관련해 『앞으로 주택투자의 메리트는 없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금 나아진다」라는 항목에 가장 많은 답을 했으며 「그저 그렇다(특별한 메리트가 없다)」-「다소 악화된다」-「많이 나아진다」-「거의 없다」의 순으로 답이 나왔다. 「조금 나아진다」는 이유로는 교체·대체·선별적 수요의 증가, 주택소유율(80%대)과의 괴리, 소득상승 등이 많이 거론됐다.반면 「그저 그렇다」는 응답의 이유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의 주택시장 재편, 가격안정과 기대이익의 감소, 초과수요의 해소 등을 꼽았다.특히 투자여건을 전망하는 근거로 전문가들이 설명한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이 거론된 임대주택의 경우 신규 수요를 유발해 주택투자 여건을 많이 좋아지게 만든다는 주장과 임대수요의 증가에 따른 신규주택수요의 감소로 투자매력이 악화된다는 주장까지 골고루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