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모르는게 좋아" 익명성 보장된 상업화 도시서 매춘업 성행

에페스에서 매춘이 성행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에페스가 상업도시인 한에 있어서 그리고 국제도시라는 성격으로 보자면 매춘의 번성은 불가피하다. 상업도시 내지는 국제도시는 대략 두가지 점에서 매춘이 번성하기에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하나는 익명성이다. 누구든 이 도시에서는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익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상업활동은 번창할 수 없다. 신분이 확실하고 상대가 어느집 자제인지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는 곳이라면 장사술은 성공하기 어렵다. 장사는 어느 면에서는 약간의 과장이 필요하다. 상인치고 『장사 잘 된다 이익이 남는다』며 물건을 파는 사람은 없다. 금융실명제가 그토록 논란을 부른 끝에 기어이 무력화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장사는 물건을 중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유동적이다. 유동적이기 때문에 한곳에 뿌리를 박고 사는 농사꾼과는 다르다.매춘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익명성이다. 이는 현대세계에서조차 마찬가지다. 화류계 여자들은 언제나 가명을 쓸 뿐 본명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는 고객도 마찬가지다. 신분이 드러난다면 홍등가를 찾을 이유는 없다. 대도시는 이런 점에서 유리하다. 촌락공동체적 세계에서는 매춘이 불가능하다. 촌락공동체에서는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알게 되는 터다. 예수가 반역의 죄목으로 사형된 후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굳이 에페스로 몸을 숨긴 것도 바로 이 거대도시의 익명성 때문이었을 것이다.매춘이 번성하는 두번째 중요한 토양은 좀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인생은 덧없다는 철학이다. 상대적 세계관이 필요하고 보다 천박한 물질주의적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 절대주의적 인생관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은 몸을 파는 행위를 하거나 그에 동참할 수 없다. 말하자면 보다 현세적 세계관이 필요하다. 헬레니즘의 세계에서 상업의 중심지였던 에페스는 이런 점에서 매춘이 번성하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애들은 집에 가고. 돈이 있는 남자는 들어오라』는 에페스 길거리의 매춘광고는 이런 점에서 백미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인종을 불문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성인이라면 그리고 돈이 있다면 여자를 살 수 있다. 이점이 상인의 철학이다. 몸을 파는 것도 엄연한 하나의 장사라고 주장한다면 도덕군자들께서 비난하실 것이 분명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에페스로 모여든 다종 다양한 인간군상은 원초적 성감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