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 키드'가 문제점 찾고 단계별로 검증 ... 중소기업 지원 적극 추진

지난 86년1월28일 미국 케네디우주센터.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챌린저호의 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전세계 수억명의 사람들 역시 생중계를 통해 이 광경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다. 불꽃과 굉음을 내며 힘차게 대지를 박차고 오른 왕복선. 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불과 1분후 대폭발을 일으키며 하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안에 탄 7명의 대원과 함께. 조사결과는 뜻밖에도 O링이라는 매우 사소한 부품의 불량 때문임이 밝혀졌다.◆ 인정서 받아도 부실 인증 이어질수도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문제(Y2K)가 현실문제로 나타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수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항공기의 안전운항에서부터 금융기관의 원리금계산, 공장의 기계작동 등.하지만 과연 앞으로 몇달내 이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TBK전자의 김내순(63)사장은 단연 「노」라고 말한다. 이같이 답하는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물리적으로 연내 모든 기업과 관공서가 이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점. 더욱이 각종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과연 완벽하게 해결된 것인지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예컨대 어떤 업체가 Y2K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치자. 99%의 진도를 나갔다고 했을 때 과연 해결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 1%를 해결하지 않은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1백%를 해결하지 않은 것과 같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치 링의 불량으로 우주선이 폭발하는 것과 마찬가지. 그럼에도 아직 분야별 Y2K 해결진척도는 50∼98%로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이런 수치도 믿을 수 있는지 의심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또 하나는 Y2K인증 가운데 문서상으로만 검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 Y2K를 완벽하게 해결하려면 연도표기와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샅샅이 뒤져 해결해야 한다. 샘플검사가 아니라 전수검사를 해서 변환시키고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인증은 단지 기업체가 제출한 문서만을 확인하고 인증서를 준다는 것. 부실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김사장이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뜻에서다. 경북대 경제학과를 나와 경제기획원에 근무하던 그는 싸니전기 전무를 거쳐 77년 태봉전자를 창업한다. TBK전자의 모체다. 카오디오용 튜너를 비롯해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도 공장을 갖고 있다. 작년매출은 2백18억원.이 회사의 일본지사는 도쿄에 있는 FR&D사와 손잡고 Y2K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년 동안의 공동연구끝에 97년10월 내놓은 「SS/R솔루션」이라는 툴키트(tool-kit)가 바로 그것. 출시후 일본 굴지의 업체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가네모리유통을 비롯해 상공리서치가 이 툴키트를 채택했다. 이어 소니 NEC 미쓰비시 역시 이를 통해 검증작업을 진행중이다. 국내에서는 국세청 경찰청 지역난방공사 새한미디어 등 50여개 기관 및 업체가 채택하고 있다. 짧은 기간내 많은 업체들이 채택하는 것은 몇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빠르고 정확한 문제해결과 작업공정에 맞는 해결법을 제시하는 맞춤시스템 단계별 문제해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는 것 같습니다.』◆ Y2K문제 최고경영자가 관심 가져야김사장은 우선 이 툴키트가 문제점이 있는 원인부분을 정확히 찾아낸다고 주장한다. 업무 시작점에서 종료점까지 검색한뒤 다시 역추적 검색한다. 시스템이나 프로그램 언어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고객에 맞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고 검증을 거친뒤 이를 문서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해결된 것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다.김사장은 완벽한 해결을 자신하면서 『자사가 검증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다. TBK전자는 Y2K문제해결을 위한 전문인력을 3백명 정도 확보하고 있다. 이중 자체 인력은 27명, 나머지는 협력업체 인력이다.또 기협중앙회와 공동으로 중소기업을 상대로 할인된 가격에 문제를 해결하고 검증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기협중앙회 산하 중소기업협동조합 조합원사에는 25% 할인한 가격에 인증해 준다는 것. TBK전자는 Y2K해결과 관련한 툴키트의 수주액이 30억원에 달했다. 올 하반기에는 더욱 늘어 연내 2백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김사장은 Y2K문제의 완전한 해결에는 앞으로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나 관청이 해를 넘겨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 『Y2K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최고경영자가 중요성을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전산관리자가 이에 대해 정확히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다시 말해 전산담당자는 예산을 타내 Y2K문제 해결을 추진했고 돈을 다 썼지만 해결이 안된 경우가 많다는 것. 또 다시 예산을 요청하면 자신의 책임문제가 거론될까봐 적당히 보고하는 경우가 있다고.『Y2K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최고경영자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불완전하게 해결된 경우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고요.』김사장은 Y2K의 완벽한 해결은 21세기 기업과 관청의 경쟁력확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설 생각임을 밝힌다. (02)558-6131